“연령차별금지법이 시행된다 해도 사람을 뽑으면서 나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나요?”

대전의 한 기업체 인사담당자는 근로자 채용 시 불합리한 연령제한을 금지한 ‘연령차별금지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채용공고를 낼 때는 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해도 개별 업무의 적임자를 선별할 때 나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며 “조직의 위계질서, 업무능력과 적응력, 직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볼 때 연령제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연령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상당수의 기업이 채용공고에서 나이 제한 관련 내용을 삭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원자의 나이가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법 시행 사실을 모르거나 이를 무시한 채 '○○○○년 이후 출생자' '만 △△세 이하' 등으로 연령을 제한하는 구인광고를 하는 지역업체들을 생활정보지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는 “공고상 연령 관련 항목을 표기하지 못하도록 한 것일 뿐 기업체가 서류전형 등의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나이를 제한하는 것까지 규제할 수 없다. 생활정보지 구인광고 등에 대해서는 별도의 단속을 하지 않고 있고, 피해를 본 구직자의 진정이 제기돼야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지도점검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법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보완책 마련이 요구된다.

실제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연령차별금지법 시행에도 불구, 직원채용 시 나이를 평가요소에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290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8%가 '공고에는 나이제한을 철회하지만 서류·면접전형 등의 평가과정에서 나이가 합격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한 반면 '채용공고뿐 아니라 서류·면접전형 등에서도 나이 제한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7.7%에 그쳤다.

연령차별금지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88.9%로 압도적이었고, 그 이유(복수응답)로는 '공고상에서만 연령차별을 금지할 뿐 채용절차에선 차별을 할 것 같아'가 79.1%, '기업의 위계질서나 연공서열형의 인사관행이 혼란에 빠질 수 있어'가 26.3%로 집계됐다.

최 일 기자 oria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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