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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우리 속담은 여행에도 적용되는 말인 것 같다. 가까이 좋은 곳을 두고도 먼 곳 만을 쫒는 이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몰라서 그렇기도 하고 일상과는 무관한 전혀 다른 곳에서의 일탈을 꿈꾸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내가 사는 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곳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경기침체로 '알뜰 여행'이 요구되는 요즘, 주변의 명소 즉 '등잔 밑'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찾게 된 곳이 바로 충북 옥천군에 위치한 장령산이었다.
◆시골분위기 물씬 나는 도심과 가까운 곳
장령산은 대전과 가까이 위치해 있으면서도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관광명소다. 깨끗한 물과 수려한 자연환경, 온가족이 물놀이하기 알맞은 물놀이장을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지로는 최적의 환경을 자랑한다.
장령산으로 가는 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린 시절 뛰놀던 시골로 가는 느낌' 쯤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복잡한 대전 도심을 빠져나와 산내동을 지나자 옥천과의 경계를 알리는 곤룡터널이 눈 앞에 들어왔다. 200여m의 터널을 빠져나오자 한가로운 전원의 모습이 펼쳐졌다.
2차선으로 된 도로를 달리다보면 시골에서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다니는 차들도 많지 않아 여유로운 드라이브가 가능하다. 시골풍경을 벗삼아 달리기를 20여 분, 어디서부터 흘러 내려오는지 또 어디까지 흘러갈지 모를 맑은 하천의 모습이 도로를 따라 펼쳐졌다. 금방이라도 차를 세우고 뛰어들고 싶은 맑은 하천이었다.하천 주변에는 크고 작은 펜션들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이들 펜션을 통해 이곳이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펜션을 비롯한 여행자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막바지 여름피서를 즐기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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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안전 덜 걱정하며 즐길 수 있는 물놀이장
하천 이곳저곳, 물놀이 할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지만 파라솔, 나무 데크 등 편의시설을 잘 갖춘 곳은 장령산 휴양림 내부다.
주차료 2000원을 지불하고 물놀이장이 위치한 휴양림에 도착하자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여름 피서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조그만 댐과 보를 이용 자연친화적으로 조성된 물놀이장은 아이들에겐 최고의 여름선물로 보였다.
깊이도 적당해 낮은 곳에서는 어린아이들이 가슴높이의 조금 깊은 곳에서는 청소년과 어른들이 물장구를 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느라 여념이 없다.
깊은 물속까지 훤히 보이는 맑은 물과 지켜보는 이들을 배려라도 하는 듯 시원함을 제공하는 울창한 수목, 파라솔 등은 하루 종일 물놀이하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흐르는 물을 가두기 위해 만든 보 같은 곳에서는 아이들의 다이빙이 한창이다.
더위와 땡볕을 피해 푸른 하늘과 맑은 물로 몸을 던지는 아이들의 모습에선 충분한 자유와 솟구치는 에너지가 가득 느껴졌다.
늘 밟고 다니는 지상으로부터 벗어나 잠시 새가되는 느낌….
즉 모든 짐을 벗어던지고 자연에 몸을 맡기는 아이들의 모습도 이곳 장령산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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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따라 산책, 하루가 금방 지나
모험도 즐길 수 있다. 상류에 위치한 사방댐(말이 댐이지 깊이는 얕아 안전하다) 하류에는 물을 가두기 위한 보가 여러 곳 있다.
따라서 상류로 또는 하류로 레프팅을 하거나 물길을 따라 산책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또 해발 700m가량의 장령산을 등산하다보면 좁은 문이라고 이름 지어진 웅장한 바위와 청량감을 가득 느낄 수 있어 하루 또는 1박 2일 코스로 손색이 없다.
물놀이장 주변에는 숲속의 집 등 숙박시설과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숲속의 집 이용의 경우 4인가족 기준 4만 원부터로 휴가철이 끝나가는 요즘에도 예약할 수 있다.
물놀이장과 가까이 위치해 있고, 건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도 매우 깨끗한 편이다.
물놀이장 주변에는 파라솔과 나무데크(들마루) 등 편의시설이 있는데 이용 시 요금을 내야 한다.
파라솔을 5000원, 나무데크는 1만 원으로 빈자리를 찾아 자리잡고 있으면 휴양림 관리원이 와서 요금을 받아간다.
이들 시설을 활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돗자리를 깔 수 있는 나무그늘과 여유공간이 충분해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저렴한 여행비용 만족감도 높아져
여행하면 많은 사람들은 동남아 등 외국의 이국적인 해변을 떠올리곤 한다.
에메랄드빛 바다와 고운모래를 갖춘 백사장, 그리고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는 수영장을 갖춘 풀 빌라 등.
하지만 이곳 장령산에도 그만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빨강·파랑색으로 된 파라솔이 가릴 수 없는 곳으로 하늘이 푸른 빛깔을 자랑하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한 물놀이장이 있기 때문이다.
파라솔 아래에서 지그시 눈을 감자 졸음이 가득 밀려왔다. 편안하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장령산 자연휴양림을 나오는 순간, 이곳을 귀띔해 준 지인의 얼굴이 떠올랐고 고맙다는 인사를 꼭 해야겠다는 다짐까지 하게 됐다.
여행비도 저렴했다. 자동차로 달린 거리도 짧았거니와 파라솔 주차료를 다 포함해도 채 2만 원이 들지 않았다.
아직까지 여름피서를 떠나지 못했다면 충북 옥천에 위치한 장령산 휴양림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찾아가는 길
△자가용=대전→낭월동→곤룡터널→장령산 자연휴양림(소요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