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대다수 시민들은 기본적인 정황만으로도 책임소재를 충분히 따질 수 있는 사안임에도 양 기관의 기싸움이 지속되면서 응급복구를 위해 혈세만 낭비되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갈등의 발단은 한전이 지난 1996년 2월부터 사직변전소~봉명변전소간 흥덕로에 전력구를 매설한 2001년 1월 이후부터 시작됐다.
공사이후 봉명사거리~봉정사거리 구간에 도로침하가 잦아지자 시는 2007년 12월까지 약 10회에 걸쳐 한전에 하자보수를 요청했다.
하지만 한전측은 정확한 도로침하 원인을 규명한 후 책임이 있음이 확인돼야만 복구비를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지난해 7월 흥덕구청과 한전제천전력관리처는 업무협약을 통해 한국지반환경공학회에 지반조사를 의뢰하기에 이른다. 특히 업무협약서에는 '양 기관은 용역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승복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용역을 통해 갈등이 종결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양 기관의 책임공방은 용역결과의 해석을 두고 또다시 반복됐다.
'전력구 매설에 따른 지하수위 상승으로 도로침하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용역결과에 대해 한전측이 '명확한 원인규명을 위해선 부분적인 정밀조사가 필요하다'는 용역보고서의 문구를 들어 추가 정밀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이다.
이에 시는 정밀조사를 위해선 또다시 추가 용역비용은 물론 이미 응급복구 작업을 마친 현장의 복개(覆蓋)가 불가피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 최후의 방법으로 지난달 중순께 한전에 복구비 31억6600만원 납부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청주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시 관계자는 "멀쩡한 도로가 한전공사 이후 침하현상이 일어나는데 본인들의 책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해당 구간의 도로침하가 너무 잦아 더 이상 항구복구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 고문변호사의 자문 등을 거쳐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예산확보 등 절차를 마친 뒤 신뢰성있는 학회 또는 연구소 등에 의뢰할 예정"이라며 "정밀조사결과 전력구 매설로 인해 도로침하가 발생한다는 결론을 얻을 경우 도로복구비를 부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같은 양 기관의 기싸움을 지켜보는 대다수 시민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민 김 모(48·청주시 흥덕구 운천동) 씨는 "한전측 공사에 의해 도로침하 등 문제가 일어난 것이라면 뻔히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 있는 문제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동안 혈세만 낭비되고 있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전창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