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적십자 회비에 대한 모금방식과 관리주체 등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일선 지방자치단체 담당자들은 "지자체 고유 사무가 아닌 적십자 회비 모금을 위해 매년 연말·연시에는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며 적십자 회비 모금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21일 대전시, 대한적십자사, 각 자치구 등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지로를 통한 자율납부제로 전환된 적십자 회비는 매년 납부율이 떨어지고 있으며, 2006년 부과액 대비 납부율은 24.3%, 2008년 23.2% 등으로 30% 대 미만에 머물고 있다.
적십자 회비의 납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모금기간 및 방법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선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적십자 회비의 집중 모금기간이 1~4월 등 연초에 집중돼 있어 불우이웃돕기, 사랑의 열매 등 타 기관들의 모금기간과 중복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적십자 회원이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도 '회비'라는 명칭으로 모금운동을 전개하고있어 최근의 기부문화와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자체 고유 사무가 아닌 협조 업무에 행정력이 과도하게 낭비되고 있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제시됐다.
'대한적십자사조직법' 제8조를 보면 '적십자사는 국가 및 지자체에 회비모금을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고, 이들 기관은 적십자사의 업무수행에 관해 협조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적십자 회비의 모금은 국가 및 지자체의 고유 업무가 아닌 협조 사항에 불과하지만 관행적으로 이어진 회비 모금 업무는 아직까지도 각 지자체의 업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 지자체 담당자는 "기관별 모금액을 할당하고, 실적을 통보하면서 업무 부담감 때문에 연초마다 파김치가 된다"며 "자치구는 물론 일선 동사무소, 통장들도 모금방식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적십자 회비와 관련, 자율적인 기부가 아닌 관 주도의 모금방식에 반감을 사고 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김모(42) 씨는 "통장님이 갑자기 찾아와서 좋은데 쓰는 거니까 달라고 하는데 안 줄 수도 없고, 매년 마치 세금처럼 내야 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의 복지관련 전문가들은 "일선 행정기관은 고지서 배부, 홍보에만 협조하고, 납부독려 등 모금활동은 적십자사가 담당하도록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적십자사 대전·충남지사 관계자는 "시민들이 혼란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모금기간이나 방법, 회비명칭 등을 변경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박진환·이승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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