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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복-오미선 씨 부부는 채린이를 입양한 후 기쁨과 행복에 빠져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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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낳은 우리 딸 채린이가 없는 세상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채린이가 우리 부부에게 행복을 가져왔습니다."
대전에 사는 이명복(43) 씨와 오미선(42) 씨 부부는 지난해 4월을 평생 잊을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 채린이(2)를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이명복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한 시간 전부터 도착해 채린이를 기다렸다. 살면서 그렇게 긴장되고 떨린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씨 부부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15일 태어난 지 14일된 신생아 채린이를 입양했다.
'입양의 날'을 하루 앞둔 10일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 한 아파트에서 만난 채린이 가족은 그야말로 기쁨과 행복에 취한 듯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피었다.
지금은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가족이지만 한 때는 넘기 힘든 문제로 어려운 시기도 겪었다.
이 씨 부부는 결혼 후 10년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
입양을 먼저 제안한 것은 바로 아내 오미선 씨. 그러나 이 씨를 비롯한 이 씨 가족들은 입양에 대한 선입견 탓일까 좀처럼 마음에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이 씨가 마음을 열게 된 것은 교회에서 본 한 영상과 아내의 편지 때문이었다.
이 씨는 당시 교회에서 임종을 앞둔 아버지와 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만약 내가 먼저 가게 된다면 아내에게 남겨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씨의 아내도 자신의 생일날 남편에게 입양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로 썼고, 이를 계기로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고 한다. 이 씨 부부는 마침내 지난 2008년 4월 홀트아동복지회 충청사무소 문을 두드렸고, 1년의 기나긴 기다림 끝에 천사와도 같은 채린이를 만났다. 아내 오 씨는 "당시 가족들이 반대할까봐 남편과 함께 비밀로 하고, 입양 상담을 받았다"라며 "그런데 지금은 내가 살면서 그 때가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채린이가 이 씨 부부를 만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까, 채린이가 오기 며칠 전 아내 오 씨는 시댁 형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시댁 형님은 오 씨에게 "내가 어제 태몽을 꿨다. 혹시 임신한 것 아니냐"는 전화를 했다고 한다.
오 씨는 "전화를 받고 너무 신기하고 놀랐다. 하늘이 채린이를 내려주신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채린이가 온 뒤 그렇게 반대를 하던 시댁 식구들도 변했다. 오히려 이 씨 부부보다 더 끔찍하게 채린이를 챙기고 100일 잔치도 시댁에서 성대하게 치렀다.
채린이가 이 씨 부부 곁으로 온 뒤 둘의 삶도 크게 변했다.
말도 없고, 무뚝뚝하던 남편이 수다쟁이로 변했고, 부부간 대화도 부쩍 늘었다.
이 씨는 "채린이가 오고, 나서 집안이 밝아졌다. 출근을 해도 아이가 보고 싶어 퇴근 시간만 기다려진다"라며 "채린이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아내 오 씨도 "많은 사람들이 힘들지 않냐고 묻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라며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하루하루 크는 아이를 보면 피곤할 겨를도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근 입양을 생각하는 부부들이 늘고 있지만 선뜻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는 않다. 이에 대해 이 씨 부부는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상담 먼저 받아 볼 것을 제안했다. 이 씨는 "많은 부부들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할 거라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이런 고민들은 아이를 만나고 나면 전부 사라지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후회되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채린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입양사실을 알려줄 생각"이라며 "친부모 찾는 것을 반대하지 않지만 아이가 고생하지 않고, 좀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여러가지 여건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걱정했다.
오늘도 채린이 가족은 언제나처럼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