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재배 농가가 도매가격 하락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수개월 간 정성들여 재배한 오이가 본격 출하철을 맞았지만 유난히 추웠던 겨울, 연료비 증가 등으로 생산비 부담은 커진 상황에서 가격마저 떨어져 수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9일 농협중앙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지역 오이농가 등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오이값은 지난해 같은 시기 1박스당 3만 원에서 30% 가량 급락한 2만여 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많게는 1만 원 가까이 하락했다.

또 유난히 추웠던 올해 겨울 농업용 면세유 가격이 크게 올라 시설재배 농민들은 50% 이상 유류비가 증가했고, 면세유 뿐만 아니라 하우스 시설과 부자재 가격도 오르면서 지역 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내달 거래될 오이 도매가격이 이달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내달 오이 도매가격이 이달 가격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물가 고공행진으로 인해 농업생산에 필요한 자재와 유류비가 수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이 급락하고 있어 지역 오이 농가의 시름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전시 유성구 관평동에서 오이를 재배하는 이모 씨는 최근 오이 1박스(100개)를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에 2만 2500원에 납품하고 있다.

이 씨의 경우 일반 농민들과 달리 유류 소비 자체가 생업인 만큼 가격 하락체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올해 겨울 비닐하우스 9동의 연료비로만 지난해 소비됐던 4000만 원 보다 50% 증가한 6000여만 원의 연료를 사용했다”며 “오이 가격을 제대로 받아도 손해인데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니 앞날이 캄캄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농협은 오이 거래가격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계절적인 특성이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협 관계자는 “지난해 배추파동 이후 오이도 농산물 가격안정 규제 품목에 포함됐다”며 “이런 상황과 맞물려 더욱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이호창 기자 hclee@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