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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날씨와 잦은 비로 배추가 성장하지 못해 밭에서 썩어가면서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충북 청원군 미원면 구방리의 배추밭에서 김정철 씨가 망가진 배추를 바라보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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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고랭지배추 주산지인 청원군 미원면 배추 재배농가와 보은군 농공단지내 김치 가공공장을 직접 찾았다.
◆생산농가 - 청원군 미원면 미원배추작목반
"배추값만 치솟으면 뭐해. 죄다 곯아서 팔게 있어야지."
지역주민 대부분이 고랭지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충북 청원군 미원면 일대.
지난달 30일 이곳에서 만난 김정철(70·미원배추작목반장) 씨는 연일 치솟는 배추값 소식이 영 반갑지가 않다.
여름철 무더위와 잦은 비로 대부분의 배추가 밭에서 썩어버려 출하할 물량이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폭염을 견디지 못한 배추들은 고갱이부터 썩어가는 속썩음병에 걸리는가 하면 대책없이 쏟아진 폭우에 약한 뿌리가 죄다 썩어버렸다.
밭에서 썩어가는 배추를 바라보던 김 씨는 “40년 배추농사를 해왔지만 올해같은 적은 처음”이라며 “그나마 쓸만한 놈을 골라낸다 해도 예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름배추 농사를 망친 김 씨는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다. 8월말 경 심은 김장배추(가을배추)의 어린 모종이 자리도 잡기 전에 폭우로 쓸려나간데다 곧이어 때아닌 한파에 닥치면서 배추의 발육까지 눈에 띌 정도로 더디다.
김 씨는 “김장용 절임배추를 미리 예약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지만 생산량이 크게 못 미칠게 뻔하니 어떻게 받을 수 있겠느냐”며 “그나마 내년, 또 그 후년을 생각해 우리 배추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주는 이들에게 감사하는 뜻으로 예년 수준의 가격에 가능한 소량만 판매하려고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물론 포기당 400원 정도하던 산지거래는 2~3배 수준인 1000원 가까이 올랐다. 김 씨의 말을 빌리면 40년 동안 배추값을 이렇게 많이 받아본 것 이번이 처음이란다. 하지만 워낙 출하량이 적다보니 이 또한 그림의 떡일 뿐이다.
1만 원을 훌쩍 넘는 소매가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게 김 씨의 전언이다.
김 씨는 “지난 7월 경 배추값이 낮았을 때 대형 유통업체들이 저장해 놓은 배추를 요즘 내놓으면서 배추값을 이렇게 올려놓은 것”이라며 “산지에서 1000원 짜리 배추가 어떻게 1만 원을 넘어 1만 5000원 가까이 올라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차라리 배추값을 2만 원, 3만 원까지 올려놓아서 사람들이 배추를 살 생각조차 못하게 하면 값이 금새 떨어질 것”이라며 “지난해는 곤두박질 친 배추값에 밭을 갈아엎었는데 올해는 썩어가는 배추를 바라만 보고 있어야할 판”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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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추가격이 폭등하면서 충북도내 일부 김치공장의 생산라인이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0일 충북 보은군의 김치제조공장인 (주)진미의 국내용 생산라인이 멈춰선 채 일부 직원들이 수출용 생산라인에서만 김치를 만들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김치공장 - 보은 ㈜진미식품
“배추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보다 더 어렵습니다.”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이 1만 원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충북도내 김치공장들이 배추를 구하지 못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등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보은군 보은읍 보은농공단지에 위치한 김치가공공장 ㈜진미는 배추가격은 오르고 물량은 줄면서 국내 내수용 김치생산라인 가동이 멈춰 섰다.
이 공장은 국내 전체 납품물량 중 고작 10% 정도만 생산해서 학교 급식 위주로만 납품하고 있으며 나머지 학교들은 깍두기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
실제 국내용 생산라인은 전 공정이 비어 있는 데다 냉장 보관창고도 텅텅 비어 있을 정도로 김치생산에 마비가 걸렸다.
배추가 이상기온과 잦은 비로 최악의 작황을 기록, 김치생산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유통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이 업체는 지난 4일부터 인터넷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현재 국내 유통이 올스톱됐다.
하지만 이미 계약된 해외 수출용 생산라인만큼은 겨우 배추를 공수해서 생산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포기김치와 총각김치, 백김치, 나박물김치 등 30종의 김치류와 무말랭이 무침 등 전통 반찬류 50여 종을 생산하는 진미는 현재 배추가 들어가는 김치종류는 모두 생산이 중단됐다.
이 공장에서는 하루에 40~50t의 배추김치를 생산했지만 지금은 해외 판매용 20t이 전부다.
이처럼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하지 못하게 되자 공장 직원 130명 중 40명은 휴직한 상태다.
일부 직원들은 산지 출하량을 확보하기 위해 강원도 태백과 진부 등 현지 물량확보를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이런 가운데 배추는 물론 각종 채소 가격이 오르다보니 김치 거래가도 100% 인상되면서 거래처들마저도 울상을 짓고 있다.
유민 대표는 “이달 초 배추 한포기 공급가격이 800원이었는데 지금은 2500원으로 세배가 훌쩍 넘는다”며 “최대한 물량을 확보해서 다음달 말부터는 정상가동을 하겠다”고 말했다.전창해·박한진 기자
widese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