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동구 신안동에서 대전 역사를 바라보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쌍둥이 철도청사가 눈에 들어온다. 철도청사 빌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지만 그 반대편에는 빌딩 그늘에 가려진 주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전에서 개발이 필요한 동네를 꼽으라고 하면 무지개 프로젝트가 시행 중인 판암동, 대동, 법동 등을 손꼽을 것이다. 하지만 재개발이 절실하면서도 무지개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동네에 가려져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곳이 있다. 그곳이 바로 신안동이다. 신안동을 모르는 대전 시민들도 많겠지만 대전역 뒤편에 있는 동네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신안동은 어디?
신안동은 대전 동구 동쪽에 위치한 동으로, 대전역 뒤편 철도너머에 위치해 있다. 신안동은 동쪽으로 대동, 자양동, 서쪽으로는 정동, 남쪽으로는 대동, 북쪽으로는 소재동과 인접해 있다.
신안동은 1905년 대전역이 생기면서 역 뒤편에 마을이 새로 생겼는데 이 마을이 새터, 신터였으며 신안동도 여기서 유래됐다.
즉 새로 생겼으며 역 뒤편에 편안히 자리 잡은 마을이란 뜻으로 새 신(新)자와 편안 안(安)자를 따서 신안이라고 했다.
옛 명칭인 새터는 대전역 남동쪽에 자리 잡은 마을로서, 지금의 동중학교 부근이다. 조선시대에 대동천변을 따라 경부선 철도가 설치되면서부터 드문드문 집들이 생겨났고 이후 대전역을 주변으로 마을이 번창했다.
일제강점기 대전역을 사이에 두고 서쪽으로는 일본인들의 상가와 관공서 등이 자리잡는 등 호화로운 도시가 들어섰다. 반면에 신안동쪽은 철도 노동을 하며 하루 하루 삶을 연명했던 가난한 우리나라 민중들의 정착지였다. 이 때문에 일제강점기에도 이곳은 위생시설과 하수도 시설도 없어 도시의 면모를 갖추지 못한 낙후된 곳이었다.
◆소외된 동네, 신안동
현재 신안동은 인구와 면적이 적어 행정구역상 중앙동자치센터에 속해 있다. 중앙동자치센터에는 신안동뿐만 아니라 원동, 정동, 중동, 소제동 등이 함께 행정동으로 묶여 있다.
신안동 인구는 2009년 1월 현재 모두 1281가구 2661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중앙동 자치센터 관할인구 9889명 중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대전에서도 비교적 소규모 동네다.
하지만 총 1281가구 중 기초생활 수급세대는 137가구, 207명으로 총 가구 수의 10%를 넘어서고 있다. 또 차상위 계층도 25세대, 65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는 대전 동구 총 인구 중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 5%와 비교하면 2배나 높은 수치고 대전시 평균 3%와 비교하면 무려 3배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또 대전의 대표적인 달동네인 동구 대동과 중구 문창·부사동과 비교해도 신안동의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얼마나 높은 지 쉽게 알 수 있다. 동구 대동은 6.4%, 중구 문창·부사동은 7.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총 인구 중 40세 이상 비율이 60%에 육박하고 있어 주민 대부분이 중장년층 이상으로 이뤄져 신안동에서 젊은층 주민을 찾기 어렵다.
여기에 60세 이상 인구비율은 전체 인구의 25%로 4명 중 1명이 환갑을 지난 어르신들이다. 또 기초생활수급자 207명 중 60세 이상이 97명으로 전체의 47%나 차지해 노인중심의 저소득층이 신안동에 거주하고 있다.
◆을씨년스러운 바람만이 흐르는 곳
지난 8일과 9일 기자가 직접 찾아간 신안동은 늦은 아침인 데도 불구하고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쌀쌀한 날씨 탓일까. 신안동은 추운 겨울바람만이 골목골목을 휘젓고 다닐 뿐 인적의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을씨년스런 신안동의 모습과 달리 건너편 대전 역사를 바라보면 공사가 진행 중인 쌍둥이 철도청사가 한 눈에 들어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담장 너머로 원도심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우뚝서고 있지만 그 뒤편에는 아직도 슬레이트 지붕과 오래된 기와로 이뤄진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집 밖으로 삐져나온 굴뚝에는 연탄보일러에서 나온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 대전 신도심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골목을 다니다 한 짐의 나뭇가지가 놓여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겨울철 난방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모아놓은 것 같은 나뭇가지는 문득 70년대와 80년대 우리네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또한 군데군데 사람이 거주하지 않을 것 같은 주택들이 있어 문틈으로 몰래 쳐다보면 살림살이가 놓여져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사는구나’란 생각을 들게 한다.
이처럼 신안동은 대전 원도심 중심에 있으면서도 전혀 대전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신안동의 느낌이 이와 같은 것은 대부분 저소득 계층이 이곳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 주택수리 등과 집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주민 절반 이상이 중장년층이어서 신도심의 활기찬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골목길에서 만난 이름 모를 할아버지는 “여기는 조용한 동네야. 대부분 나 같이 나이 먹고 힘 없는 노인들이 많이 살지”라며 “날씨가 계속 추워져서 걱정이야”라고 말 한마디를 던지고서 가던 길을 재촉했다.
이처럼 신안동은 활기를 잃어버린채 오랫동안 정체된 곳으로 남아 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