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여전한 가운데 대전지역 한 아파트 단지에 검게 변한 수돗물이 공급돼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7시경 대전 유성구 관평동 대덕테크노밸리 6단지. 아파트 단지 지하 기계실 정화장치에 갑자기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각 가구에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설치한 급수관 정화장치에서 수압이 갑자기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관리인은 정화장치를 열어 필터를 살펴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깨끗해야 할 필터가 마치 기름에 오염된 듯이 시커멓게 오염된 것.

평소 같으면 2주에 한 번 바꾸면 충분했던 필터가 교체한지 불과 7시간 만에 시커멓게 변했다. 하지만 이는 한 번에 그친 것이 아니다. 14일 자정경, 오전 7시와 15일 정오경 등 총 3회에 걸쳐 필터가 시커멓게 변한 것이다.

오봉세 대덕테크노밸리 6단지 회장은 “시민들이 안심하고 먹어야 할 수돗물이 이렇게 시커멓게 오염되면 어떻게 안심하고 먹으라는 소리냐”며 “매일 수돗물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홍보하지만 이런 물을 어떻게 먹으라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시커멓게 변한 수돗물은 대덕테크노밸리 6단지뿐만 아니라 인근 중일고등학교와 테크노밸리 10단지에도 함께 공급됐다.

하지만 이들은 6단지와 달리 아파트 단지 내 수돗물 정화장치가 없어 아무런 여과 없이 이 물을 사용한 것이다.

중일고등학교도 지난 14일 오전, 수도꼭지에서 검은 물이 흘러나와 대전상수도사업본부에 신고했다.

주민 김 모(47) 씨는 “그나마 정화장치가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은 더 높아졌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수도사업본부는 “물 때여서 인체에 해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유수율(물이 손실없이 가는 비율) 향상을 위해 유량을 측정하는 과정에서 상수도관 밸브를 열었는데 안에 고여 있던 물이 흘러들어가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화장치 필터가 시커멓게 변한 것은 물 때로 인해서 생긴 현상”이라며 "고여 있던 물이 저지대인 테크노밸리 6단지 쪽으로 흘러들어갔고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현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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