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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 서남부 2·3단계 택지지구에 해당하는 용계동에 위치한 다세대주택. 일명 ‘벌집촌’ 으로 불리는 주택들은 인적이 끊겨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이승동기자 | ||
개발 예정지역에 이미 새로운 마을이 들어서 있다?
간판이 내걸렸지만 내부는 텅 빈 상가건물과 인적이 없는 다세대주택들로 즐비했다.
대전 서남부권 2·3단계 개발지역으로 불리는 유성구 용계동과 복용동, 대정동 일대의 현 모습이다.
22일 오전 본보 취재진이 찾은 이곳은 대규모 택지개발 계획이 사실상 무기한 보류됐는데도 개발 광풍은 여전히 불고 있었다.
대전 원도심에서 8㎞, 둔산 신도심에서 3㎞ 정도 떨어진 용계동 일대는 행정구역 상 대전시이지만 아직도 농촌의 색깔을 뚜렷이 보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1990년대 서남부생활권 기본계획이 수립됐고, 1999년 택지개발 예정지구로 서남부권 1단계 개발계획이 발표된 후 이 곳에는 때 아닌 다세대주택 건축 붐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 1997~2000년 4월까지 건축허가제한으로 묶여 있던 이 지역은 행정적인 절차 이행과정에서 건축허가 행위가 잠시 풀린 8개월 동안 1000여 개 이상의 다세대주택이 일시에 조성됐다.
차량 두 대가 간신히 교행 할 수 있는 농로를 따라 올라간 용계동 일대는 이미 다세대주택들로 마을 아닌 마을이 형성돼 있었다.
미용실과 비디오대여점, 편의점 간판 등이 걸린 건물 안으로 들어갔지만 이곳은 모두가 피난이라도 떠난 듯 비어있었고, 버려진 집기들만 널브러져 있었다.
인적 하나 없는 이 일대 마을에는 잡초들만 무성했고, 지난 2000~2003년 당시 지어진 다세대주택들은 대부분 33~66㎡ 규모로 똑같은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일명 벌집으로 불리고 있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 박모(66) 씨는 "5년 전부터 날림으로 건물이 지어지더니 순식간에 동네 주변을 다세대주택들이 점령했지만 건물이 지어진 후 이곳을 다시 찾는 집주인들은 거의 못 봤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인근의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 일대는 90년대 말부터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상을 노린 건물들이 대거 들어섰다"며 "당시 소액투자자들을 상대로 원룸 당 6000만~65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귀뜸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곳은 개발계획이 전면 유보되면서 건물 및 땅값이 전부 하락했으며, 당분간 보상이나 개발 차익 등은 기대할 수 없는 지역으로 전락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70년대 군대 막사처럼 보이는 한 다세대 주택을 살펴보니 내부에는 기본적인 싱크대만 있을 뿐 누군가 거주한 흔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우체통에 우편물이 넘쳐났고, 복도는 흙먼지로 뒤덮여 있어 주소지만 이 곳으로 옮겨놓고, 빈집으로 수년 째 방치됐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역의 관련 전문가들은 “당시 서남부권 1단계 개발계획에 이어 2·3단계 개발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투기 목적의 주택이나 묘목 등이 난립할 경우 보상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른 개발비 상승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한 뒤 “높은 사업비는 결국 사업성을 떨어뜨려 개발을 저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행정기관의 강력한 난개발 방지대책 수립 및 추진을 당부했다.
박진환·이승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