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및 소주업계를 중심으로 이른바 ‘산소소주 효능’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소주업체가 모 대학 연구진의 연구발표를 인용해 자사 출시 소주 제품을 ‘산소가 3배 많아 30분 먼저 깨는 OOO(산소농도 25ppm 기준)’로 마케팅하면서 부터다. 해당업체는 충남대 약대 권광일 교수팀이 국제학술지인 ‘ACER’에 발표한 연구논문과 30명에 대한 임상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자사의 모 제품은 보통소주 보다 3배 이상 많은 산소가 녹아 있어 30분 먼저 술이 깬다. 조기숙취해소에 탁월하다”라는 점을 제품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최근 제기됐다.
산소수(水) 등을 연구한 경력이 있는 여인형 동국대 화학과 교수는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ACER 2010년 5월호에 게재된 권광일 교수팀의 연구논문은 논란 거리를 제공할 수 있는 논문이다”며 “더구나 논문이 제시하는 자료의 경우 과학적으로 수용하기 매우 힘든 결과다”고 주장했다.
여 교수는 “권광일 교수팀은 ACER 연구논문에서 산소농도 20ppm인 소주 240㎖를 마시고 난 후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이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237분은 산소농도 8ppm을 소주를 마셨을 때 ‘0’이 되는 시간 257분보다 20분 빠르다는 실험결과를 제시하고 있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가 ‘0’이 되는데 걸리는 평균시간에 대한 각각의 표준편차가 약 42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없다’는 표현이 과학적으로 타당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여 교수는 이어 “산소소주에 포함된 산소의 양(20ppm, 240㎖ 기준)은 성인이 몇 번 호흡하면 몸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산소의 양과 유사함으로 산소를 주입한 소주를 마시고 나면 20분 먼저 깬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또 “체온으로 인해 소주 속에 녹아있는 산소가 빠져나올 가능성, 유통과정에서 저온상태를 유지하지 못하거나 병이 완전히 밀봉되지 않아 유출될 가능성, 술을 분해하는 능력과 기분상태, 안주 등에 따라서도 숙취해소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결국 산소소주를 마시면 20분 일찍 깬다는 광고는 사람들의 감성과 심리를 이용한 것이다.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해당업체 관계자는 “공신력 있는 외국 학술지에 게재된 결과를 홍보에 활용한 것이다”면서 “학문적인 사항은 연구자(학자)에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론에 대한 재반론을 듣기 위해 권광일 교수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