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이 유엔에 들어간 이후 줄곧 충주의 큰 딸 집에 기거하고 있는 신 여사는 큰 아들 반 총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반 총장 위로 남매가 있었으나 일찍 세상을 등지게 되면서 신 여사는 큰 시름을 겪었다.
불심이 높았던 신 여사는 시련을 겪은 뒤 불공을 드려 반 총장을 낳았다.
두 아이를 잃고 난 후에 얻은 아들이기에 신 여사에게는 더 없이 귀한 반 총장이었다.
신 여사는 "기문이는 자라면서 말썽 한 번 피우지 않고 자나 깨나 책만 보는 공부벌레였어요. 그래서 충주고시절부터 서울대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장학금을 받고 다녔어요"라며 큰 아들 자랑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최근 노인성 질병을 앓아 몸도 쇠약해졌고, 청력도 많이 떨어졌지만 신 여사는 아들얘기만 나오면 기분이 좋아져 화색이 돈다.
신 여사는 "기문이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전기가 자주 나갔는데 그때마다 그 애는 촛불을 켜고 공부하는 등 학업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고 회상했다.
반 총장이 세계를 누비며 유창한 영어실력을 과시한데에는 신 여사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다.
신 여사는 반 총장이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당시 집 근처의 충주비료공장에 아들을 데려가 외국인들과 어울리게 했다.
당시만 해도 학교는 물론 사교육 시장에서조차 영어교육은 엄두도 못 냈다.
그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신 여사는 앞을 내다본 것일까.
영어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진 어머니 덕분에 반 총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어린 시절 영어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다.
반 총장은 당시 녹음기를 들고 충주비료공장에 있는 외국인기술자의 집을 찾아다니는 열정을 보였다.
콩글리시가 아닌 정확한 발음을 녹음하기 위해서였다.
신 여사는 "특별히 자식들에게 요구한 것은 없어요. 자식들이 알아서 공부하고 착하게 자랐지요. 자식교육에 대한 철학이라고 굳이 말한다면 바르고 착하게 살아주길 바랐을 뿐이지요.”
반 총장의 품성은 작고하신 아버지 반명환 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신 여사는 “온화한 성품에 남에게 베푸는 반 총장의 스타일이 아버지를 닮았다”고 전했다.
반 씨는 일제시대 청주농고를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지역에서 알아주는 인재였다.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남 돕기를 꺼려하지 않았던 부모의 영향을 받아 반 총장은 늘 웃는 얼굴로 상대를 배려하는 매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신 여사는 전했다.
신 여사는 “정도(正道)를 걷도록 한 것이 자식들 훈육방법이라면 방법이지요. 그래서 손해를 볼 지언정 그렇게 남들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자식들에게 가르쳤어요. 콩 한 조각이라도 나눠 먹어야 한다는 생각을 우리 자식들이 잘 지키고 살아가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
 |
|
▲ '반기문 UN 사무총장 취임기념 희망 2007! 신년 음악회'에 앞서 열린 리셉션에서 반 사무총장이 부인 유순택씨(오른쪽)와 어머니 신현순 여사(왼쪽)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신 여사는 큰 아들의 오랜 후원자이자 수호신이기도 했다.
신 여사는 “외무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인도를 다녀온 기문이가 병을 얻어 병원신세를 지고 있었지요. 며칠 동안 병원에 입원해서도 병명을 찾지 못했지요. 병 문안을 가서 기문이 가슴과 손바닥을 보니 좁쌀 크기의 붉은 반점들이 생겼더라고요. 장티푸스인 것을 병원에서 찾아내지 못한 거지요. 그러한 사실을 의사에게 알렸지요. 나중에서야 사실을 인정했어요. 그때 죽을 고비를 넘긴 것 같아요”라며 큰 아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내비쳤다.
신 여사는 지난달 구순잔치를 했지만 반 총장은 바쁜 일정으로 참석치 못했다.
대신 동영상을 찍어 보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전했다.
또 최근 아프리카 순방 중에도 전화를 걸어 신 여사의 건강을 챙겼다.
신 여사는 "반 총장 일정이 바빠서인지, 피곤해서인지 목소리가 많이 가라앉아있었어요"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평소 기억력이 굉장히 좋았다는 말을 많이 들은 신 여사는 최근 총기가 떨어진 것 같다며 표정이 어두웠지만 이내 밝은 모습을 보이며 선한 웃음을 지었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신 여사는 지난 6·2지방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장을 찾았다.
신 여사는 "몇 사람 뽑을 사람이 있어서 몸은 좋지 않았지만 한 표 행사하고 왔지요"라고 말했다.
90세의 나이와 좋지 않은 건강상태에도 불구하고 그의 의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반 총장은 내년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 연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 여사는 “반 총장이 내년 유엔사무총장 재선에 출마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많이 보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크고 좋은 일을 많이 하고 한국으로 왔으면 좋겠어요. 나는 그때까지 건강히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길 기도하려고요”라며 끝없는 모정을 보냈다.
글·사진 충주=윤호노 기자
hononew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