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막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월드컵은 한 달간 전 세계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작은 공 하나에 모으는 지구촌 축제다. 지난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때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축구는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올해 남아공 대회까지 7회 연속 지구촌 최대 축구잔치에 초대받았다. 지난 2002년 4강 신화와 원정 월드컵 첫 16강을 노리는 한국 대표팀 사령탑 허정무 감독을 출국전 만나 출사표를 들어봤다.

   
한국이 그동안 월드컵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이다.

당시 기적같은 4강 진출로 온 국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개최국이 아닌 원정에서 한국대표팀은 아직 조별리그의 문턱조차 넘어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본선 24경기를 치른 한국은 4승 7무 13패를 기록하고 있지만, 4승 가운데 3승은 한일월드컵에서 거둔 승리이고 원정에서 거둔 승리는 지난 2006년 독일월드컵 토고전 승리가 유일하다.

게다가 4승 중 3승은 히딩크 감독, 1승은 아드보카트 감독이 거둔 승리로 한국인 감독은 아직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단 한 번도 승리를 경험하지 못했다. 한국축구를 대표했던 김호, 박종환 감독과 차범근 감독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단 한 차례도 승리를 맛보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허정무(55)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완벽하게 세대교체를 이룩하고 역대 최강의 전력을 갖춘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허 감독에게 국민들은 원정 첫 16강 진출을 넘어 그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허 감독 역시 그런 국민들의 염원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기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그 부담을 즐겨야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히딩크-코엘류-본프레레-아드보카트-베어벡으로 이어진 외국인 사령탑 시대를 마감한 허 감독은 이번 월드컵이 개인으로선 네번째 월드컵 출전이다.

허 감독은 1986년 멕시코 대회 당시 주전 선수로 출전했고 1990년 이탈리아 대회와 1994년 미국 대회는 각각 트레이너와 코치를 맡았었다.

허 감독은 본인 축구인생의 마지막 월드컵 무대가 될지 모를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23명의 태극전사들을 이끌고 사령탑으로 출격한다.

-월드컵 본선에 임하는 각오 한 마디.

“선수들 뿐만 아니라 감독과 코칭스태프까지 모두 이기려는 의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당당하고 유쾌한 경기를 펼쳐 시원하게 승리하고 싶다. 대표팀 모두가 몸이 부서지도록 모든 것을 바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겠다. 국민 여러분들도 아낌없는 성원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

-현재 선수단의 정신적·신체적 컨디션은.

“대표팀에 발탁될 정도라면 선수들의 정신력은 기본이다. 모든 선수들이 강인한 정신력으로 목표를 향한 한 곳 만을 바라보고 있고 전세계 어느 나라 팀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는 열정과 투혼으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체력에 있어서도 모든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박주영의 부상에 대한 우려들이 있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이고 모든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있다. 다만 본선 경기일까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지지 않도록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이번 월드컵 목표는.

“우리와 맞붙는 그리스와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등은 어느 팀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영원한 우승후보이고 그리스는 2004년 유럽 선수권 챔피언이다. 나이지리아 역시 아프리카의 강팀으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역대 대회에 비춰보면 그리 나쁜 조편성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와 감독들이 월드컵에 나가면서 단순히 경험을 위해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본선에 출전할 때는 무조건 이기고 돌아오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일 것이다. 우리 대표팀도 원정 첫 16강 진출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우선 16강에 들면 8강까지도 충분히 노려볼만 하다.”

-월드컵 필승을 위한 카드는.

“특별히 어떤 선수를 필승 카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표팀 자체가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룩했고 과거에 비해 선수들의 기량이 성장한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박지성을 비롯한 해외파 선수들의 경험은 우리팀 전체에 큰 힘이다. 큰 무대에서 유명선수들과 함께 뛰어본 해외파의 경험은 본선 무대에서 우리팀이 주눅들지 않게 할 가장 큰 무기이다. 또 유럽 등에서 국내와 아시아 선수들과는 다른 체격조건과 체력을 갖춘 선수들과 싸워본 경험과 선진 축구 전술에 대한 이해는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라도나의 재림’이라 불리는 메시에 대한 대책은.

“메시 뿐만 아니라 이과인과 테베스 등 아르헨티나 주전 선수들의 득점력과 기량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는 혼자 잘한다고 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11대 11로 싸우는 단체전이다. 투혼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팀대 팀으로 상대하겠다. 아르헨티나 뿐만 아니라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전 모두 한 경기 한 경기 온 힘을 기울여 하나로 뭉쳐 싸우면 된다.”

-유일한 충청권 출신 대표인 이운재는.

“최근 이운재에 대한 얘기들이 좀 있는데 프로 경기에서 한 두 번 실수를 했다고 해서 기량이 떨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충분한 기량을 갖춘 선수이고 무엇보다도 젊은 선수들을 다독일 수 있는 맏형으로서 역할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다. 또 월드컵과 올림픽 등 큰 무대에서 120경기가 넘는 경험을 갖춰 누구보다도 믿음이 가는 선수다. 물론 본선에서 정성룡이 커디션이 더 좋으면 정성룡을 기용할 수 있는 것이고 이운재가 컨디션이 좋으면 이운재를 기용할 수 있다.”

-대전의 축구열기는.

“과거 프로 감독 시절 대전 원정에 가면 홈팬들의 열띤 응원이 늘 부러웠는데 요즘은 아쉽게도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그 당시 팬들의 분위기에 압도당해 선수들이 주눅들 정도로 대전은 프로구단 중 가장 열정적이고 많은 팬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월드컵 대표팀에 대전시티즌 선수가 한 명도 없는데 나름 기량이 괜찮은 선수들이 몇 명 있다. 어쨌든 이번 월드컵에서 대표팀 선수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것이 프로축구 열기로 이어져 과거 축구특별시로 불렸던 대전의 축구열기도 다시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표팀 감독을 떠나 축구인으로서 그런 것들을 해야 하는 것이 또 역할이기도 하다.”

-충청투데이와 충청권 축구팬들에게 한 마디.

“우선 창간 20주년을 맞은 충청투데이의 생일을 축하한다. 앞으로도 정론직필과 함께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소식을 전하는 일에도 더욱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 또 얼마전 월드컵 16강 진출 기원 기념컵을 보내주신 대전시민을 비롯한 충청도 축구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대표팀 모두 몸이 부서지도록 열심히 싸워 온 국민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성과로 보답하겠다.”

글·사진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