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전시체육회는 수영에 소질이 있는 A선수와 재계약을 하기로 했다. 서로 간 합의는 끝났고 계약서에 도장만 찍으면 되는 상황.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상황이 틀어졌다. B도에서 대전시보다 수천만 원을 더 주겠다며 A선수와 부모를 유혹한 것이다. 결국 A선수는 금액을 많이 주겠다던 B도로 팀을 옮겼다. |
이처럼 최근 국내 아마추어 스포츠계가 프로 못지않은 ‘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27일 대전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매년 한 해 농사인 전국체전에 대비, 선수들을 영입하고 재계약을 하면서 타 시·도의 지나친 경쟁으로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때문에 돈 없는 지자체들은 매년 전국체전에 나가면 하위권에서 맴도는 등 그나마 우수 선수마저도 부유한 지자체에 빼앗기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계에선 선수들이 좋은 조건에 따라 팀을 이동하고 각 팀은 스타급 선수를 영입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고 있다.
더욱이 일부 지방 자치단체는 전국체전 성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스카우트 경쟁을 펼치며 억 단위가 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속출, 종목·선수들 간의 위화감마저 조성되는 등 부작용을 나타내고 있다. 또 체육 비수기인 매년 겨울에는 스타급 선수들의 자리 이동은 공공연히 이뤄지고 일부 얌체 선수들은 단기 계약으로 수시로 소속팀을 옮기며 계약금을 챙기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시 체육회 관계자는 “수도권 선수들의 몸값이 대전시체육회 총 예산과 비슷하다”며 “돈 많은 지자체가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러한 ‘악순환’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대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역 체육계 원로는 “아마추어도 이제 자유계약선수(FA) 제도를 도입하는 등 프로처럼 선수 영입과 이적, 신인 드래프트 등에 관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충분한 연구와 잣대로 평균 연봉, 인센티브 제도 등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수나 선수 가족의 입장에선 몸값을 올리는 것은 당연하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선수 아버지 박 모(53)씨는 “선수 생활을 길어야 6~7년 정도 하는 데 평생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선수의 기량이 절정기일 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도자의 길로 가는 선수는 극히 드문 경우”라며 “선수나 부모 입장에선 조금 더 좋은 환경, 좋은 조건에서 운동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많지 않은 예산으로 1년 살림을 살아야 하는 일부 시·도체육회는 이 같은 연봉 경쟁이 부담스럽기만 하며 선수 몸값은 풀리지 않는 숙제로 자리잡고 있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