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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순오 교수, 김항집 교수. |
충남도청 이전지인 내포신도시의 출범이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전시대 80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내포시대로 나가기 위한 청사이전 사업이 올해 말 완료된다.
내포신도시 조성과 관련, 도는 내년 신청사 개청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2조 6000억 원을 들여 10만 명의 인구수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내포신도시가 서울에서 95㎞, 세종시 55㎞, 대전시에서 70㎞ 거리에 있는 만큼,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거점으로 성장시킨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내포신도시를 성공적으로 조성해 ‘살고 싶은 충남’을 만들어 보자는 도민들의 열망도 크다.
충남의 새로운 중심축인 내포신도시가 제대로 서지 못하면, 충남 전체의 발전과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명품 내포신도시 조성 과제는 충남도청만의 문제가 아닌 도민 전체의 과제라는 게 중론으로, 도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 또한 내포신도시를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려면 도청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민간부문의 참여가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조기 이주민 확보와 신도시 자족기능 확충을 위한 시장 형성에 실패하면 내포신도시의 미래는 불안하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인 만큼, 도민들의 지혜와 역량을 한곳에 모아야 할 시점이다.
충청투데이와 충남발전협의회는 도시 조성에 관한 전문가를 모시고 신도시 조성을 위한 과제와 대안을 고민하는 ‘명품 내포신도시 조성을 위한 도민 포럼’을 20일 홍성 홍주문화원에서 개최했다.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김항집 광주대 교수의 '내포신도시의 성공적 건설과 초기 생활권 조성'과 정순오 한남대 교수의 ‘내포신도시의 성공적 건설과 초기 생활권 조성’을 중심으로 내포신도시의 전망과 과제를 살펴봤다.
◆김항집 광주대 교수 “내포신도시 자생력 필수, 인구·기업 유입 위한 시장 수요 유발이 관건”
김항집 교수는 20일 포럼을 통해 내포신도시 조성의 핵심 열쇠로 초창기 인구 유입과 이를 통한 도시 자생력 확보가 관건임을 강조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전남도청 이전지인 남악신도시는 초창기 공공기관의 대거 이전으로 유입인구 파급효과를 적절히 봤다. 남악신도시에는 전남도청과 경찰청 등 행정기관은 물론 농협 같은 공공금융 기관을 포함해 총 75개의 기관이 적기에 이전했다.
이후 인구 유입 시기에 맞춰 학교를 적절히 개설하는 등 인구 유입에 탄력을 유도해 왔다. 이처럼 남악신도시가 행정타운 이외에 관계기관과 공공기관 근로자들의 조기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냄에 따라 주택수요가 상당 부분 늘었고, 그 결과 건설회사들도 분양사업에 뛰어드는 등 도시 조성을 위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 같은 선례로 볼 때 내포신도시 또한 공공기관 이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상권과 주택 수요를 늘려야만 하고, 이를 통해 주거 기능과 산업 기능을 하루속히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건설회사는 시장을 쫓아간다. 건설회사를 비롯해 산업 기능이 신도시에 들어오려면 조기 인구 유입을 통한 수요확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내포신도시는 남악신도시보다 인구 유입을 위한 여건이 열악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남악신도시는 목포와 경계를 접하고 있어 사실상 목포시 외곽 도시개발 같은 성격을 지녔다.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사실상 생활권이 목포시다. 게다가 목포시 인근 지역에 이렇다 할 신시가지 개발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악신도시가 개발되다 보니 목포 인구가 대거 유입됐고, 이에 힘입어 인구 3만 명에 이르는 남악신도시가 형성될 수 있었다. 김 교수는 “새로운 개발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의 남악신도시 개발은 갈 곳없는 목포시의 인구를 대거 빨아들이는 계기가 됐다”며 “하지만 내포신도시는 남악신도시와 여건이 다른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포신도시, 인구 유입 위한 특별한 대책 필요”
결론적으로 남악신도시는 목포시와 하나의 생활권을 이룰 수 있어 조성 전부터 인구 유입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충분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내포신도시는 홍성과 6㎞ 거리에 있고 예산과는 14㎞ 떨어져 있어 하나의 생활권 형성이 어려운 현실이다.
김 교수는 “내포신도시는 자체적으로 도시의 자족성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출범해야 하는 처지”라며 “나주 혁신도시인 ‘빛가람 신도시’의 선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김 교수의 발제 자료를 보면 나주 혁신도시는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것으로 초기 정착지원 방안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나주시는 혁신도시 안착을 위해 ‘혁신도시지원단’을 구성하고 정부를 상대로 △지방세 감면 △지역대학과의 MOU체결 △자족형 교육거점을 위한 교육 인프라 구축 △혁신도시 내 영어 소공원, 영어타운 조성 등을 추진했다. 또 주거안정 지원을 위해 △대출이자 보전 취·등록세 감면 △노인 주거시설 등 의료복지 여건 확립 △혁신도시 명예의 전당 설립 등 문화예술 여건 조성을 계획수립에 반영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남악신도시의 부정적 측면도 살필 것”
반면, 김 교수는 남악신도시가 인구 유입에는 성공했지만, 공공기관 이외의 특별한 도시성장 동력이 없어 이주민들이 잠만 자는 베드타운적 도시특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 목포시의 인구가 대거 유입돼 인근 지역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점도 풀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남악신도시 출범으로 목포의 외연은 확장됐지만, 오히려 목포시 내부의 도시기능은 쇠퇴하고 주요 기능도 대거 빠져나가는 결과를 일으켰다는 게 김 교수의 해석이다.
이와 함께 남악신도시의 생활권이 목포시와 강하게 연계된 탓에 도청신도시 이외의 정체성 확립도 실패한 상황으로, 내포신도시가 안정적으로 안착하려면 인근 지역과의 균형발전과 도시 정체성 확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조언이다. 김 교수는 “우선 인구 유입을 위해 내포신도시 생활편익 시설 확충에 집중해야 한다”며 “어느 정도 입주가 완료되면 지식기반 산업을 육성해 도시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내포신도시의 정체성도 확립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정순오 한남대 교수 “공공부문의 청사 입주만으로는 신도시 완성과 조기 안정화는 장담 어려워”
정순오 교수는 내포신도시 건설에서 도청사와 교육청사 등 행정타운 이전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완료할 수 있지만, 신도시 완성과 기초 생활권 조기 안정화는 장담할 수 없다는 어두운 분석을 내놨다.
오는 2020년까지 인구 10만 명을 이루겠다는 충남도의 계획이 너무 불투명하고 막연한 기대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도청 이전에 드는 총 2조 5692억 원 가운데 공적부분에 투자되는 3426억 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은 민간투자에 의존하는 구조다.
그런 만큼 적절한 인구 유입을 통해 민간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공적인 신도시 건설로 가는 열쇠지만, 민간투자는 시장의 문제로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문제다.
또 산업단지 유치를 통한 고용인구 증가도 신도시 인구 유입의 주 요인이지만, 내포신도시가 이들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특별한 요인이 없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정 교수는 “내포신도시는 2020년 인구 10만 명 수용을 제시했지만, 목표 달성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며 “목표 인구 달성 여부는 토지와 주택 수요의 동향에 달린 것으로 정주 인구를 늘릴 수 있는 산업유치와 고용창출, 도시환경의 매력도가 주요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2020년에 인구 10만 달성 불확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인구 유입 없이 목표치 10만 명의 인구 달성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정 교수의 자료를 보면, 내포신도시와 각각 6㎞와 14㎞ 떨어져 있는 홍성읍과 예산읍의 인구는 4만 3000명과 3만 8000명이고, 반경 10㎞ 이내에 위치한 삽교읍은 8500명, 덕산읍은 7300명 수준이다. 이들 네 개 읍의 인구를 모두 합하면 내포신도시 조성 목표인구 10만 명의 96.8%에 달하는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내포신도시에 2020년까지 10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유입하려면, 반드시 외지로부터 인구가 대거 들어와야 한다.
그러나 내포신도시의 초기 인구 조성이 주로 공공 기관 이주에 의존하고 있어 외지로부터 많은 수의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정 교수의 예측이다. 무엇보다 외부 인구를 유입하려면 산업체를 유치해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전략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다.
외부 인구 유입이 어려워 인근 지역으로부터 인구를 충당하는 것도 심각한 공동화 현상에 직면해 곤란하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정 교수는 “10만 인구를 충당하려면 매우 차별적인 산업화의 요인이 내포신도시에 조성돼야 한다”며 “현재 도시개발 내용으로 볼 때 2020년까지 10만 명을 유입하려면 공공기관 이주 유발인구 2만 명, 순수 외지 유입인구 2~3만 명, 인근 지역 유입 인구 4~5만 명으로 구성될 공산이 커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는 진단을 내렸다.
“2020년까지 인구 5만 명 내외 조성이 타당”
정 교수는 결국 현재 도의 10만 명 조성계획을 5만 명 내외 정도로 조정하는 게 현시점에서 가장 타당하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정 교수는 이 같은 의견의 근거로 남악신도시와 정부 제2종합청사, 대전 정부청사 등을 제시했다. 남악신도시도 25만 명의 인구가 있는 목포시와 인접했지만 충분한 인구 유입에 성공하지 못했고 지난 1982년 정부 제2종합청사가 이전된 과천시도 신도시 조성 후 26년간 인구가 겨우 5000여 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대전도 1998년 정부청사가 조성됐지만, 청사이전에 따른 인구 증가 현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는 게 정 교수의 결론이다.
정 교수는 “도청이나 정부기관 이전으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이주 인구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현시점에서 내포신도시의 산업유치 전망이 불투명하고 홍성과 예산의 공동화에 대한 대안도 확실치 않다. 게다가 국내외 경제 전반과 부동산 시장 침체를 참작해야 한다”면서 부정적 시각을 내비쳤다.
따라서 가장 현실성 있는 내포신도시 조성 계획은 공공기관 이주자 1만 5000명 이내, 외지 유입인구 1만 명, 인근 지역 유입인구 1~2만 명 등 총 4만 5000명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당초 내포신도시 조성 계획에 대한 재조정 작업이 시작돼야 한다”며 “성공적 신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도가 광역권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균형개발 방안과 시기 조정 등 전 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리=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홍성=이권영 기자 gyl@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