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등을 미끼로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투자금을 받아 중국으로 도주한 범인이 5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경찰과 중국 공안이 공조해 범인을 검거하는 첫 사례로 기록돼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대전 둔산경찰서는 20일 유사수신업체를 만들어 놓고 부동산 등을 미끼로 투자자를 모아 수백억 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A(53)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05년 6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대전 중구 오류동에 유사수신업체를 만들어 직원 10여 명을 두고, B(54·여) 씨 등 투자자를 모아 부동산과 납골당 등을 통한 수익을 미끼로 모두 295명으로부터 550억여 원의 투자금을 받아 빼돌린 혐의다.

조사결과 A 씨는 서울 등 전국에 모두 7개의 사무실을 통해 투자자를 모은 뒤 주로 “법원 경매에서 유찰되는 부동산을 자신의 인맥을 통해 싸게 매입해 되팔면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원금의 15%를 배당금으로 지급하겠다”고 속이는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대전의 한 고등학교와 세종시의 납골당 등을 인수할 계획이라며 투자를 유도하는 등 피해자의 직업과 관심에 따라 사기 내용을 바꾸는 지능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A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2007년 홀연 중국으로 떠나 도피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의 자취를 감췄었다. 또한 부인과 자녀도 이미 캐나다로 피신시킨 이후였다.

당시 경찰은 사기행각에 참여한 직원 10여 명을 모두 검거했지만, 총책인 A 씨를 놓치면서 수년간 현지 영사관과 중국공안에 협조를 요청하며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동안 A 씨는 북경 외곽 지역에서 머물며 생활하다 가끔 코리아타운 한국 음식점을 찾았으며, 공안 등에 발각될 것을 염려해 다른 사람의 여권을 소지하고 뇌물을 위한 현금을 충분히 지참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지금도 반성은커녕 자신이 중국에서 보유하게 된 명나라 도자기를 팔면 피해자들에게 모든 돈을 갚을 수 있다는 등 믿기 힘든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면서 “이번 사건은 중국 공안과의 첫 교류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보이스피싱 문제 등도 서로 협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인 셈이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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