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충남지방경찰청에 ‘40대 청년 청장’이 부임했다.
충남 공주 출신의 박종준(46) 경찰청 혁신기획단장(경무관)이 치안감으로 승진해 충남지방경찰청장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한 것. 양쪽 어깨에 큰 무궁화가 2개씩 부착된 제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젊음과 참신성, 강한 믿음이 느껴졌다. 나이가 젊은 이유도 있겠지만, “충남경찰을 전국 최고의 경찰로 만들겠다”는 각오와 지휘 소신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우리 시골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워낭소리’ 영화를 부인과 함께 보고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감성이 풍부하다. 그가 성장해 온 배경과 경찰이 된 동기, 경찰대학 동기들에 비해 짧은 시간에 충남경찰 총수의 자리에 오르기까지의 과정, 갈수록 증가하는 충남지역 치안수요는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 대담을 통해 들어보았다.
대담 = 유효상 사회부장
- 고향 경찰청장으로서 다소 부담감도 있을 텐데 소감은.
“고향에 치안책임자로 근무하게 돼 기쁘기도 하지만, 주민들을 위해서 치안을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제가 평생 지키고 사랑해야 할 고향의 치안 책임자로서 주민들을 부모·형제처럼 섬기면서 정성과 혼이 담긴 치안활동을 펴겠다.”
- 경찰이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는지.
“내가 성장해 온 고향은 공주시 장기면 평기리로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농업을 천직으로 알고 살아 오신 부모님 밑에서 6남매(3남 3녀) 중 막내로 성장했다. 6학년 때 집에 전기가 들어왔고 농작물을 직접 재배해 장에 나가 팔 정도로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다. 공주사대부고 재학 당시 군인과 경찰 등 제복을 입은 안정적인 직업이 멋있게 보여 경찰대학교(2기)에 입학했다. 특히 경찰은 국민들의 계층과 성향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사회적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지팡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념이 있었다.”
- 경찰대 동기들보다 단 시간에 고위직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머리가 남들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공부도 해야 할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들어가면 풀어질 수도 있는데 미래를 위해 시간을 아끼자는 생각에서 외박, 외출시간을 줄여 공부에만 집중했다. 체력과 집중력 등 모든 생산성이 집중된 시기에 공부만 파고들었다. 그 결과 대학 재학 중 행정고시(29회)에 최연소로 합격했고 대학도 수석으로 졸업했다. 국비로 미국 유학까지 다녀왔다. 이로 인해 동기들보다 2계급 정도 앞서 나가기 시작했고 경찰조직에서도 남들이 기피하는 부서에서만 근무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 인생에 가장 영향을 끼친 인물은.
“아버지는 10여 년 전에 작고하셨지만, 제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하고 애틋한 분은 어머니(81)이다. 많이 배우시지는 못했지만 마을에서 처음으로 기독교를 받아들이고 자식들을 기독교윤리관에 입각해서 정직하고 바르게 살도록 가르치셨다. 몸소 부지런함의 표본을 보이셨던 것이다. 인생에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었을 때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기도와 격려가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채찍이 됐다. 현재 대전 서구 월평동에서 형제들과 함께 생활하고 계신데 고향에 부임하면서 자주 찾아뵐 수 있어 큰 기쁨 중에 기쁨이다.
- 평소 인생의 지침(좌우명)을 소개한다면.
“좌우명은 ‘담박명지 영정치원(澹泊明志 寧靜致遠)’이다. 이는 삼국지에 나오는 말로 제갈량이 출전을 앞두고 아들에게 내린 훈계다. ‘욕심이 없고 깨끗해야 뜻을 밝게 가질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하고 고요해야 먼 곳에 이를 수 있다’라는 의미이다.”
- 경찰 업무에 충실하다 보면 가정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하하하…. 사실 부인과 아이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현재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부인(이향란)과는 공주사대부고 동기동창이다. 경찰대학 재학시절 부인은 이화여대 약대를 다녔다. 대학 졸업 후 결혼하고 서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아이들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현재 경희대 2학년인 유나와 고교 1학년인 유진, 두 딸이 너무나 잘 성장해 줘 고마울 따름이다.”
- 기관장으로서 술을 마셔야 할 때가 많은 데 주량은 어느 정도인가.
“소주 한 병 정도는 많고 반 병 정도가 적당하다.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라서 술을 잘 안 먹는 데 직업상 안 먹을 수도 없어 시늉만 내는 편이다. 또 건강을 지키기 위해 등산과 테니스를 열심히 하고 있다.”
- 앞으로 충남에 치안수요가 급증할 텐데, 구상 중인 대처방안이 있는가.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는 말처럼 정성과 혼을 담아 주민을 섬기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와의 치안협력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 경찰의 인력과 예산상 주민만족 치안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어 유관기관과의 전략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다. 또 지능형 CCTV 설치, 차량탑재형 판독기 확대 보급 등 첨단 IT기술을 치안현장에 접목시키겠다. 이 밖에 파출소와 치안센터의 운영을 확대하는 등 지역 실정에 맞는 맞춤형 치안시스템을 구축하고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드라이빙 클래스’를 내실 있게 운영해 나가겠다.”
- 조직의 화합과 소통을 통한 활기찬 직장문화를 강조했는데 실천 방안은.
“부임 첫 날부터 직원들과 소통에 나섰다. 범인 검거에 공이 있거나 경찰을 대외에 알리는 데 기여한 직원에게는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해주고 개인적으로 우환이 있는 직원에게는 위안과 용기를 불어넣어주는 등 조직의 인화단결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과거의 이벤트성 업무방식을 버리고 현장중심의 창조적 실용주의에 입각한 사고를 가질 수 있도록 변화를 유도해 나가겠다. 단 자율과 책임의 정신 속에 화합과 소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일이 터질 때마다 임시 처방식의 무책임한 지시를 했던 과거의 관행을 과감히 없애고 현장 지휘관들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다. 또한 승진과 보직에 있어 능력과 성과에 기초한 공정한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
- 끝으로 충남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전대 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과거 어느 때보다 경찰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충남경찰은 시대적 요청에 부흥하기 위해 스스로가 청렴과 공정한 업무처리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사고를 갖고 끊임없이 변화를 거듭해 나가겠다. 하지만 경찰만의 힘으로 이루기에는 인력과 예산에서 한계가 있다. 도민 여러분들께서 경찰에 따뜻한 애정과 격려를 보내 주시길 부탁드린다. 그러면 경찰은 더욱 사기백배하여 치안서비스 제공에 더욱 정성을 기울일 것이다.”
정리=이성우 기자 scorpius75@cctoday.co.kr
사진=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 프로필
△1964년 11월 충남 공주시 장기면 평기리 151번지에서 출생.
△공주 중동초등학교, 봉황중학교, 공주사대부고 졸업,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수석 졸업(대통령상 수상), 대학 재학 중 제29회 행정고시 최연소 합격, 미국 시라큐스대 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1986년 3월 경위 임관, 서울 양천서 방범과장, 서울 동대문서 형사과장, 경찰청 기획담당(경정), 강원 평창서장·충남 공주서장, 경찰청 마약수사과장,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서울 마포서장, 경찰청 혁신기획과장(총경), 경찰수사연수원장,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 경찰청 혁신기획단장(경무관).
△부인 이향란 씨, 딸 유진·유나 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