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란 법동지역아동센터장이 아이들의 학습지도를 하고 있다. 대덕구청 제공 |
“하루 종일 49명의 아이들과 함께 뛰놀며 학습지도뿐만 아니라 예체능 교육과 특기적성까지 가르치다보면 몸은 파김치가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를 보면 금방 힘이 납니다.”
4년째 대전 대덕구 법동지역아동센터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미란(54·여·사진) 씨에게 아이들은 늘 희망이자 삶의 활력소다.
법동지역아동센터는 주변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특성상 부모가 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 밤 늦게까지 아이들이 많이 있다.
김 센터장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총 49명의 아이들을 위해 오전 8시부터 밤 10시까지 간식과 식사를 제공하면서 아이들이 공부에 열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순복음교회 여목사인 김 센터장은 1990년대 초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1997년 교회를 개척한 이후 7년간 공부방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김 센터장이 대덕구 법동지역아동센터 문을 연 것은 지난 2005년 우연히 자원봉사를 위해 방문한 법동지역의 열악한 현실을 체감하면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엇을 도와줄 지 고민하다가 이뤄졌다.
퇴직을 앞둔 남편이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조심스럽게 가족들에게 말을 꺼냈지만 온 가족의 적극적인 찬성으로 일(?)을 낸 것.
김 센터장이 교회를 그만두면서 받은 퇴직금과 남편의 퇴직금 일부에 고려대를 졸업한 딸이 해외유학을 가려고 모아둔 1200여만 원을 보태 법동 영진로얄아파트 상가 2층 건물을 임대해 법동지역아동센터를 과감히 열었다.
하지만 센터 개원 초기 10개월간 까다로운 관련법 규정 덕에 정부보조를 전혀 받지 못하면서 임대료와 급식비, 교사 인건비 등 월 500여만 원을 가족들과 지인들의 후원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적도 있었다.
다행히 유학가려던 딸이 2년간 무료봉사를 해줬고 공무원인 아들도 월급에서 일부를 지원해 줘 힘든 시기를 넘겼다.
이후 관련법 조항이 완화되면서 정부로부터 일부 운영비를 지원받아 상황이 호전됐지만 아직도 후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아이들에게 단순 급식뿐 아니라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하는 등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 센터장은 혈압이 190을 넘나들고 갑상선까지 나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종합병원에 입원한 것은 고작 2주가량이었고 아이들 걱정에 퇴원 후 곧바로 지역아동센터로 출근할 정도로 사명이 각별하다.
김 센터장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땐 너무 힘들어 꼼짝할 수도 없는데 지역아동센터에 출근해 아이들의 얼굴만 보면 힘이 펄펄난다”며 “남편은 팔자에 자식이 많아 고생한다고 걱정하는데 사실 난 여기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경환 기자 kmusic7@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