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권 농민, 축산유통·판매업체들이 오는 6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쇠고기 이력추적제’와 관련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007년 제정된 법률에 의거 전국의 모든 소를 대상으로 사육단계에서 도입된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오는 6월 22일부터 유통단계까지 확대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6월부터 귀표가 없는 소는 도축이 전면 금지되며, 모든 소의 도축·식육포장처리·판매과정에서도 동일성 확인을 위해 개체식별번호가 유통단계까지 추적되도록 관리되고 DNA 샘플도 검사한다.

그러나 미국산 등 외국산 쇠고기의 한우 둔갑을 막고, 질병이나 위생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원가 상승요인과 기존 제도와의 중복 문제로 농민과 유통·판매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현재 한우 사육농가에서부터 판매단계까지 시행되고 있는 도축증명서, 등급판정서 비치의무제 등 기존 제도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또 전 판매업소에 전자저울을 비치해야 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농가단위에서 귀표 부착장치를 구매해야 하는 등 혜택은 없고 규제만 발생하는 문제점이 제도의 조기정착에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단법인 축산기업중앙회 대전지회 관계자는 "모든 축산 판매업소가 대당 140만~180만 원을 웃도는 전자저울을 모든 구입해야 하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축산물 등급판정서와 도축증명서 등과 별반 차이가 없는 제도"라며 "결국 영세 판매업소들의 원가 부담만 가중시키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말했다.

특히 축산농가 등 생산자 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역에서 한우를 사육하고 있는 백 모 씨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각 농가에 비치된 컴퓨터를 통해 개체식별번호를 등록, 고유번호를 부여받을 수 있지만 현재 지역의 경우 개별적으로 축협 등 지정기관에 전화로 등록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구축한 뒤에 제도를 시행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유통·판매업체들도 구입, 판매해야 할 모든 축산물에 대해 이력추적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당황스런 표정이다.

대전에서 10년째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 씨는 "지난해부터 강화된 원산지표시제나 이번에 확대 시행되는 쇠고기 이력추적제 등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나는 규제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기존 제도의 정착을 위해 힘써야 할 기관들이 새 제도 홍보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 축산정책에 일침을 가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Posted by 충투 기자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