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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초대 이사장은 포스텍 총장 시절 개혁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해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김상용기자 ksy21@cctoday.co.kr |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해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다할 것입니다.”
박찬모(74) 한국연구재단 초대 이사장은 이를 성취하기 위해 △모든 학문 및 연구 분야에 대한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지원체제 구축 △연구자 중심의 연구환경 조성 △연구관리의 품질 향상을 위해 선진형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제도 조기정착 △연구성과의 사회적 활용 증대 △재단 조직운영의 선진성과 효율성 향상 등 5가지의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한국연구재단 출범은 우리나라 학술진흥과 연구개발의 선진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으로 인문사회학과 자연과학기술, 기술연구와 응용연구가 융합되고, 연구관리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는 신개념의 연구지원시스템 구축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지난 수십 년간 학술진흥과 연구개발 지원체계는 분산과 중복의 문제를 띠고 있어 국가예산의 비효율 집행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다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한국연구재단은 과학재단, 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하고, 세계 최고의 연구지원·관리기관이 되기 위한 푯대를 꺼내 들었다.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예산은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21.1%인 약 2조 6000억 원이며, 2012년에는 약 4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과학재단(NSF)은 올해 약 5조 5000억 원, 일본학술진흥회(JSPS)는 약 2조 300억 원, 독일연구협회(DFG)의 경우 약 1조 6000억 원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연구지원 예산인 셈이다.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며 비상을 꿈꾸는 한국연구재단의 미래를 박찬모 이사장으로부터 들어본다.
대담=박신용 경제부장
-취임 소감은.
“우리나라의 학술진흥 및 연구개발의 선진화를 이끌어야 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이 통합 연구지원 전문기관으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선진화된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을 확립하고 연구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느 정도 기반이 다져지면 다양한 국제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며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고자 한다.”
-포스텍 총장시절 포스텍의 개혁을 이끌었는데 당시와 한국연구재단 수장으로 가장 큰 역할 변화를 꼽는다면.
“포스텍은 우리나라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착실히 성장해가고 있었지만 (제가) 총장이 되었을 때는 변화가 필요하던 시점이었다. 국내 최고 대학을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3가지 전략을 세웠다. 선택과 집중, 학제 간 협력, 국제화가 그것인데, 이를 바탕으로 5대 중점과제를 세워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한국연구재단의 초대 이사장으로 인문사회 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고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여 선진 일류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책임과 역할을 다할 것이다.”
-학자들은 국내 지원기관에 대해 상당한 불신을 갖고 있다. 선진국과 비교한 한국의 연구지원 수준은 어떤지.
“국민의 세금을 집행하는 기관인 만큼 이를 효율적으로 집행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연구자의 능력에 따른 연구지원비의 배분이다. 과거에는 정치권이나 압력단체의 영향으로 특정지역과 특정학교에 예산이 더 가거나, 이러한 의혹을 없애기 위해 특성을 무시하고 모두 똑같이 나눠 갖는 기계적인 예산배분이 문제가 되곤 했다. 한국연구재단은 연구관리전문가(PM) 제도를 십분 활용해 PM의 전문성과 자율성, 독립성에 연구지원의 배분을 맡기도록 하겠다.”
-연구지원기관 통합으로 과학 분야보다 인문 분야에 대한 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구지원 체제의 통합으로 인문사회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이 소홀해 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공분야는 물론, 인문사회 분야도 한층 더 세분화돼 더욱 전문화된 연구 지원을 실현할 예정이다. 인문학단, 사회과학단, 복합학단의 3개단에 불과했던 인문사회 분야를 어문학단, 역사철학단, 법정상경단, 사회과학단, 문화융복합단의 5개단으로 분리해 다양한 분야의 고른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인문사회 분야 학술연구지원사업 처리규정’을 새롭게 적용하고 분화된 연구관리 조직운영을 토대로 인문사회 내부의 분야별 특성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나갈 계획이다.”
-한국연구재단을 세계적인 지원기관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는 복안이 있다면.
“그동안 소홀하다고 지적받은 과학적 대외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국제협력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과학기술 분야뿐 아니라 인문사회 분야의 국제협력까지 업무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 우수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글로벌파트너십프로그램(GPP)를 통해 세계 정상급 연구기관을 국내로 유치해 해외우수자원을 국내로 유입하고 교류를 확대, 글로벌 R&D 협력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선진형 연구사업관리전문가(PM) 제도 도입이 눈에 띄는데 도입한 이유는.
“PM제도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전문위원제 등 몇 가지 명칭으로 시행돼 왔다. 행정가들이 아닌 연구를 이해하는 전문가들이 연구과제 전반을 관리하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그동안 정부와 PM, 연구자들 사이의 신뢰 부족으로 PM의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그로 인해 PM들은 책임감 있는 업무수행이 힘들었다. 기존에 있던 PM제도를 개편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연구과제 선정부터 평가의 전 과정에 PM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된 점이다. 예전 사업관리단계에서 시행계획이 교과부에서 수립했다면 이제는 PM이 분야별로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한다.”
-거대조직에 따른 조직·인력·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대한 방안은.
“한국연구재단의 인력은 약 300여 명으로 3개 기관의 통합 과정 속에서 조직과 인력의 효율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총 정원대비 간부 비율을 축소하고, 최하 단위조직의 인력규모를 8.4명으로 확대했다. 이러한 인원규모는 1조 6000억 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독일연구협회(DFG)'의 650명에 비해 매우 적은 수치며, 9500억 원의 예산을 운용하는 '영국 공학 및 자연과학연구협회(EPSRC)'의 350명보다도 적다. 적은 인원으로 조직의 선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재단 구성원은 5E(탁월성(Exellence), 형평성(Equity), 효율성(Efficiency), 전문성(Expertise), 소통성(Exchange))원칙을 지키고자 한다.”
-한국 과학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나.
“다양한 학문 간의 융합으로 과학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융합연구의 중요성이 해마다 커지고 있다. 과학계가 원천융합기술의 조기 확보와 융합기술 전문인력 양성을 추진해 융합기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연구재단이 함께할 것이다. 융합기술시장 선점을 위한 지원이 대폭 강화된다. 미래융합파이오니어사업의 경우 2008년 50억 원의 예산에서 2009년에는 120억 원으로 2배 이상 확대했다. 앞으로도 융합연구 분야의 예산을 꾸준히 늘려나갈 예정이다. ”
-앞으로 한국연구재단이 가야할 길은 무엇이고, 임기 내 이뤘으면 하는 것은.
“한국연구재단은 학문간 융합을 통해 미래를 대비하고 창의적인 지식 및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국가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곳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전문적인 연구지원 관리제도 아래 창의적이고 다양한 학술연구 및 인력양성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기 통합 운영시스템 및 지원제도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다양한 국제협력과 교류를 맺고 국제적인 성장기반을 만들 생각이다. 한국연구재단을 세계의 유명한 연구지원 전문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연구지원 전문기관으로 키우고 싶다.”
-끝으로 인문·과학계 학자들에게 한국연구재단 수장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은.
“연구자가 훌륭한 연구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연구에도 도전할 수 있고, 또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이른바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풍토'의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한국연구재단 출범을 맞아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를 학술연구 환경 전반에 확산시키고자 한다. 앞으로는 연구 지원을 통해 생산된 연구 성과의 사회적 환원과 활용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산·학·연 협력 사업을 확대해 연구 성과가 국익 창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능성의 사고(Possibility Thinking)'를 가지고 끊임없이 창조적인 도전을 하십시오.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정리=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박찬모 이사장은
△1935년 충남 천안 출생 △경기고 △서울대 화학공학과 △미 메릴랜드대 공학박사 △미 메릴랜드대 전산학과 조교수 △KAIST 전산학과 부교수 △미 국립생의학연구소 책임연구원 △미 가톨릭대 전산과 교수 겸 과주임 △재미한국과학기술자협회장 △포항공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포항공대 정보통신대학원장 △한국정보과학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포항공대 대학원장 △포항공대 제4대 총장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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