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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감각적인 수사력과 집요한 끈기를 갖고 강력범을 극적으로 검거하는 수사반장의 모습에 반했다.
‘나도 한 번 해보는 거야’라는 부푼 꿈을 갖고 경찰의 길을 택한 청년이 이제는 환갑을 앞둔 노장이 됐다.
35년 전의 수사반장과 같은 수사과장으로 자신이 꿨던 꿈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충북경찰의 최고 맏형인 청주상당경찰서 권영식(60) 수사과장.
지난 74년 충북 진천경찰서 한천지서에서 순경으로 경찰에 투신한 권 과장은 충북에서만 35년간 근무를 한 ‘토박이 경관’이다.
제천서 보안계장, 괴산서 경비과장, 충북청 수사2계장, 청주흥덕서 수사과장, 청주상당서 수사과장. 권 과장이 걸어온 길이다.
도민을 위해 경찰로서 생활한 지난 35년 동안 1990년 내무부장관 표창을 포함해 1998년 경찰청장 표창 등 굵직굵직한 상도 많이 받았다.
“35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그러다보니 가족과 함께 한 시간이 부족했죠. 묵묵히 저를 지켜봐 준 가족들에게 그저 고맙고 미안할 뿐이에요.” 정년을 보름 앞 둔 권 과장은 마음 한 켠에 섭섭함과 동시에 서글픔이 밀려온다고 말한다.
여느 경찰과 똑같겠지만 특히 수사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더욱 커졌다. 이른 새벽 따뜻한 밥을 차려주는 부인에게도, 일주일에 아빠 얼굴을 고작 한두 번 볼 수 있었던 자녀들에게도 권 과장은 못내 미안한 마음뿐이다.
수사업무에서 가족에게 미안함을 많이 느꼈던 것 만큼 권 과장의 경찰생활 동안 가장 기억 남는 사건은 가족과 관련된 사건이다.
올해 5월 8일 어버이날, 금전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암매장 한 사건은 아직까지 그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당시 피해자는 적은 돈이라도 저축하려 노력하고 열심히 살던 사람이었어요. 피의자는 그런 어머니를 고작 50만 원 때문에 살해하고 범행을 숨기려 태연하게 지구대로 찾아가 가출신고를 했죠. 가족의 소중함을 알기에 치를 떨었죠.”
‘충북경찰의 맏형’ ‘충북경찰맨’ 등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 권 과장은 “그간 걸어 온 경찰로서의 길이 힘들었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뒤를 잇고 있는 후배들에게 “경찰이라는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인터뷰를 마친 뒤 캐비닛 속에 걸려있는 경찰 제복을 바라보는 그는 눈시울을 붉히며 나지막히 말한다.
“후회 없이 살아온 길이야. 대한민국 경찰. 나에게는 최고의 직업이었어.”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