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 김대건 신부의 생가 터 충남 당진 우강면에 조성된 솔뫼성지. 성경책을 들고 우뚝 서있는 순교자 동상 뒷편에는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뛰어놀았던 어린시절 김대건은 25살의 순교를 상상이나 했을까.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충남 당진의 솔뫼성지, 드넓은 평원에 사시사철 솔바람이 부는 언덕이다. 대숲과 송림이 우거진 언덕에 오르면 멀리 삽교천까지 볼 수 있는 곳. 빽빽하게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사이에 한 사람의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한 손에는 성경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는 이 동상은 한국 최초의 신부 '피의 순교자' 성(星) 김대건 안드레아다.

지난 5일은 한국 천주교 내 큰 행사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대축일이었다.

◆한국 천주교의 출발지, 솔뫼

솔뫼성지는 김 신부가 태어난 곳이자 일가 4대가 머물렀던 곳이다. 부끄럽게도 이곳의 성지화는 외국인 신부에 의해 먼저 이뤄졌다. 1906년 합덕본당(현재의 합덕성당)의 외국인 신부가 지금의 부지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1945년, 또 다른 외국인 신부가 솔뫼에 '김대건 신부 복자비(福者碑·일반 교인들이 공경할만한 대상이 됨)'를 설립했다. 이로써 김 신부는 준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1984년 방한한 교황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추대됐다.

한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솔뫼성지를 가꾸기 시작한 것은 1946년부터다. 대전교구가 순교 100주년 기념비를 세우면서 성지조성이 본격화 됐다. 이어 대전교구는 1973년부터 솔뫼 성역화 사업을 계획적으로 시작, 1982년에는 순교자 신앙을 가르치고 전하는 '솔뫼 피정의 집'을 건립해 솔뫼성지를 '순교자 신앙의 학교'로 삼았다.

2004년에는 김 신부의 생가가 복원됐다. 생가는 65㎡(약 19.8평)로 대청마루와 안방, 건넛방과 부엌으로 구성돼 있다.

2005년에는 4만 4743㎡의 기념관과 성당이 건립됐다. 기념관의 타원형 외관은 바다 위에 배가 떠 있는 형상으로 김 신부가 중국에서 입국할 때 탔던 '라파엘호'의 모양에서 따왔다. 건물을 둘러싼 외벽은 김 신부가 자주 왕래하던 서해를 상징한다. 또한 외벽은 바깥 공기와 만나면 적갈색으로 변화하는 강판을 사용해 순교자의 피를 형상화했다. 사다리꼴 모양의 건물 입구도 재미있다. 사다리꼴의 특성상 위로 갈수록 문이 좁아지는데, 이것은 천국의 문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건물은 지상2층으로 성당과 전시관이 마주본다. 성당은 250명이 한 번에 미사를 볼 수 있다. 제대(신부가 미사를 진행하는 곳)의 오른편에는 김 신부의 초상화를 배치해 마치 그가 직접 미사를 참관하는 듯한 효과를 낸다.

전시관은 한국 천주교와 김 신부의 기록물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는 김 신부의 연대별 흉상이 늘어서 있는데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명동성당에서 제작한 흉상이다. 가톨릭대 해부학교실 팀이 이 흉상을 복원했다. 김 신부의 얼굴 뼛조각을 토대로 19세기 남성의 얼굴 윤곽에 맞춘 청동 모형이다. 이 외에도 연대별로 흉상이 마련돼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흉상을 지나치면 천주교의 4대 박해에 대한 아픈 역사와 만날 수 있다.

정약용 등 진보적 사상가 400여 명이 유배되고 100여 명이 참수 당했던 신유박해(1801), 천주교 박해를 권력쟁취에 이용한 기해박해(1839), 김 신부 등 9명이 처형된 병오박해(1846). 프랑스인 선교사 9명과 양민 8000여 명을 처형한 병인박해(1866)가 그것이다. 특히 병인박해는 프랑스에 알려져 프랑스 해군이 강화도로 침입(병인양요)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전시관은 1960년대 대전교구의 주보, 김 신부의 라틴어 서한문 등을 전시하고 있다.

◆순교로 매듭진 삶

한국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을 제일의 성지로 꼽는 이유는 단연 한국 최초의 신부 김대건 신부 때문이다. 그는 1821년 태어나 1846년 만 25세의 나이로 순교했다. 그는 박해를 피해 가족과 함께 용인 한덕동으로 거처를 옮긴 일곱 살까지 이곳 솔뫼성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가 성인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종교를 향한 굳건한 신념과 그의 집안 내력 때문이다. 그의 집안은 증조부이래 4대에 걸쳐 입교해 32년간 10명의 순교자를 냈다. 그중 자신과 아버지, 당고모 3명은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김 신부는 생전에 총 31통의 서한을 작성했다. 그 중 9통이 압수돼 수취인에게 전달 된 것은 22통에 불과하다. 조선인 최초의 서양 유학생이었던 김 신부는 라틴어와 불어 등에 능통했다.

그래서인지 22통의 서한 중 1844년 '훈춘 여행기'와 1846년 옥중에서 작성한 '마지막 회유문'을 제외하곤 모두 라틴어로 쓰여 있다.

이 라틴어 서한문들에는 유쾌하지는 않지만 김 신부의 지기를 엿볼 수 있는 일화가 있다. 1846년 6월 20일, 그는 천주교인이라는 사실이 관가에 발각, 좌포청(左捕廳)에서 심문을 받고 있었다.

판관과 형리들이 심문도중 라틴어 서한문의 내용을 추궁했다. 서한의 내용은 스승인 페레올 주교와 포교에 관해 이야기 한 것이었다. 관리들은 필체가 다른 것을 추궁하자 김 신부는 "철필(鐵筆·PEN)을 가져다주면 한 사람이 다른 글씨체를 쓰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당시 조선에 철필이 있을 리 만무했다. 대신 누군가 새 깃을 가져왔다. 김 신부는 뾰족하게 깎아 가는 글씨를 쓴 다음 끝을 뭉뚝하게 잘라 굵은 글씨를 보였다. 두 글씨의 모습이 다르자 관리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 무렵 박해의 주역이었던 풍양조씨(豊壤趙氏)의 세도가 몰락했다. 이와 맞물려 김 신부가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사실도 조정에 알려졌다. 그는 조정의 명을 받아 옥중에서 세계지도와 지리서 등을 번역했다. 이때까지는 삶의 희망이 보이는 듯싶었다. 그러나 곧 프랑스가 군함을 파견해 기인박해때 자국의 신부 7명을 죽인 일에 항의, 관리들 사이에 다시 천주교인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김 신부는 그해 9월 16일 한강 새남터에서 참수 당하고 말았다. 그가 상해에서 사제서품을 받은지 1년 1개월이 되던 때다.

올해는 김 신부의 탄생 190주년, 순교 165주년이 되는 해다.

김 신부가 솔뫼에서 뛰놀던 시절에 다가올 순교의 운명을 예감이나 했을까. 그의 스물다섯 해의 삶을 잠시나마 엿보며 나의 삶을 반성한다. 오늘 우리에게 순교의 의미는 무엇이며, 그 길의 끝은 어디인가. 길 위로 점점이 흩뿌려진 순교의 피 흘린 자취는 은하수처럼 멀고도 아련하기만 하다.

솔뫼성지(당진)=이형규 기자 knife402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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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일요일 도서관에 갔는데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가 막힐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청주시내 일선 주민자치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등록증이나 발급해 주는 곳이 아니다. 주민들이 모여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평생교육장이다. 이웃과 단절하고 사는 도시민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측면도 중요해서 주민자치센터로 명칭도 바꿨다.

이를 위해 청주시는 2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10개 자치센터 건물을 전문교육시설을 능가할 정도로 잘 지었다. 30개 주민센터 중에서 시설이 노후하거나 협소해서 주민센터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10개소를 우선 신축했고, 나머지도 연차적으로 신축할 계획이다.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1·2, 우암동, 성안동, 탑·대성동, 용담·명암산성동 등이 모두 최근에 신·증축됐으며, 3~4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데 15억~30억 원이 들었다. 최근에 신축한 주민센터는 노래, 외국어, 서예, 풍물, 수지침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댄스스포츠, 요가, 탁구 등 체육도 즐길 수가 있다.

문제는 일선 주민센터들이 야간이나 토·일요일 등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문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남상우 시장 시절인 2006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항의하는 등 민원이 제기되자 야간·휴일에도 개방하는 원칙을 확립한 바 있다.

민선4기동안 잘 지켜지던 개방원칙이 한범덕 시장 취임이후 청사보안, 에너지 절약 등을 이유로 개방하지 않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재 개방하는 곳은 4곳에 불과한데 비해 개방하지 않는 곳은 무려 26곳이나 돼 압도적으로 많다. 인근 주민센터에서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던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근에 훌륭한 공익시설을 두고 먼 곳에 있는 영업시설을 찾아가야하는 불편이 심각한 데다 경제적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민센터의 탁구교실을 이용하는 데는 월 1만 원의 회비만 내면 되지만 사설탁구장을 이용하자면 매월 3만~5만 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를 항의하기 위해 찾아 가면 동장, 구청장 등이 책임을 전가하다가는 주민자치위에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만다. 실제로 상당구 우암동 탁구회원들은 지난 4월 15일 동장을 찾아가 휴일 개방을 요구하다가 망신만 당했다고 불평하고 있다. “휴일 개방을 하지 않는 것은 동장의 방침이니 문제 삼지 말라”고 윽박지르며 “자꾸 문제를 삼으면 신규 회원 중심으로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고 위압했다. 이 말은 기존회원들의 이용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뜻으로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이 청사보안에 문제가 있으면 뒷문으로라도 드나들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자 “쥐새끼처럼 왜 뒷문으로 드나드느냐”고 희롱하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일부 주민들이 동장과는 더 이상 대화가 안 되겠다고 판단, 이 지역출신 청주시의회 김명수·황영호 의원 등에게 부탁해서 상당구청장을 만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구청장에게 주민센터의 개방을 요구했으나 “주민자치위를 소집해서 논의토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한 채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이후 5월초에 이어 두차례나 주민자치위가 열렸지만 주민을 위한 편익시설인 주민센터의 개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일자로 부임한 윤기민 상당구청장은 “각 동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주민자치센터의 주말 개방 여부는 각 동주민센터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다만 현재 진행중인 한범덕 시장의 동순방에서 주민들로부터 주말개방 요구가 있었던 지역에 한해서는 이를 반영토록 지시받아 향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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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 올라온 글로 인해 충북교육계가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그러나 사실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어 진위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14일 오전. 충북도교육청에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유인 즉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 때문이었다.

한 인터넷 포털에 지난 13일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의 내용은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학생 2명이 같은 학교 하급생 3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친구 학교에서 지난 9일 남학생 3명이 학교 4층 여자화장실에 숨어 있다 3학년 여학생 2명을 성폭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성폭행당한 여학생 중 1명은 수치심을 느껴 자해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친구 말에 의하면 4층은 교무실과 멀어서 자율학습 감독이 허술한 편"이라며 "뒤늦게 화장실과 계단에 피가 얼룩진 것을 보고 학교 측은 상황 수습에 나섰다"고 전했다.

또 "해당 학교에서는 학교 위신이 추락할까봐 사건 언급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며 "학생과 교직원들의 입을 철저히 막고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단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언젠가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다렸지만 관련 보도가 없어 이렇게 글을 올린다"며 "이 사건이 묻히지 않고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일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유포되면서 충북도교육청은 청주시내 인문계 학교중 남녀공학인 9곳의 학교에 대해 탐문을 벌였지만 이같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과 상황이 맞는 청주시내 학교 등에 대해 탐문조사를 했지만 이같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어 사실무근일 가능성이 높다"며 "충북지방경찰청에 IP조사를 의뢰한 상태로 조만간 사실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네티즌들은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사실일 경우 가해자 처벌은 물론 이 일을 방치한 학교도 징계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홍순철·고형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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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한 대가로 땅을 하사받은 친일파는 후손이 유명한 독립운동가이었더라도 반민족행위자에 해당돼 후손이 보유한 재산의 국가귀속은 당연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최병준 부장판사)는 14일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5촌 조카인 홍모 씨가 "홍명희 선생의 조부 홍승목의 친일행각은 인정하지만, 후손들이 독립운동을 한 만큼 그를 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재산국가귀속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홍승목은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찬의로 임명됐고 1918년 그 연유로 해당 부동산을 취득한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면서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정한 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친일행위를 한 당사자가 후에 독립운동에 참여했거나 일제로부터 받은 작위를 반납했을 경우 반민족행위자에서 예외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홍승목의 아들과 손자가 독립운동을 한 만큼 홍승목을 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홍승목의 아들 홍범식이 금산군수로 재직하던 중 자결해 순국한 사실, 손자 홍명희가 상하이 독립운동단체에서 활동하고 충북 괴산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후손들이 독립운동을 한 사정만으로는 홍승목을 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법원이 친일행각을 벌였던 당사자가 이를 뉘우치고 독립운동을 했을 경우에만 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엄격히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각 부동산에 홍승목의 조부와 부, 아들의 묘가 설치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사실만으로 친일재산 추정을 복멸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홍승목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지난해 4월 16일 홍승목 소유의 괴산군 괴산읍 제월리 일대 땅 51만여 ㎡에 대한 국가귀속 결정을 내리자, 후손인 홍 씨는 지난해 9월 청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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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분양아파트의 정확한 계약률을 알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분양률은 공신력있는 온라인 청약시스템으로 일원화돼 과거와 같은 건설사들의 분양률 조작은 없어진 반면 계약률은 여전히 건설사 분양소장과 고위 관계자만 아는 1급비밀로 분류되며, 수요자의 알권리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1만 세대 정도의 신규 분양시장이 열려 과다경쟁에 따른 계약률 부풀리기로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어 건설사의 계약률 허위신고 시 제재할 수 있는 장치가 절실하다.

현재 수요자들이 신규분양아파트의 초기 계약률을 파악할 수 있는 길은 건설사의 발표와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는 미분양 자료 등 2가지 뿐이다. 이 가운데 건설사 발표는 불문률로 불리며 건설사들이 공개를 꺼리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만약 공개 시 분양소장이 내뱉는 계약률이 곧 실제 계약률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 해당 지자체에 제출하는 미분양 자료 역시 정확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아닌 건설사 측에서 미분양 갯수만 달랑 적어 보내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진행돼 지자체 공무원들 조차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내놓은 미분양 자료와 실제 미분양 세대와 큰 차이가 나 민원인으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한다”며 “구청에서는 건설사로부터 정확한 미분양 자료를 보내달라는 협조 요청만 할 뿐 정확한 미분양 세대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전무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초기 계약률보다 입주시점 계약률이 높을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그 반대의 경우 계약자와 건설사간 큰 마찰을 빚어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지난 2009년 6월 대덕테크노밸리 내 A 아파트의 초기 계약률을 건설사 측이 50%로 발표했다가 입주당시 실제 계약률은 30%에 미치지 못하는 사실이 밝혀져 재산권에 피해를 입은 계약자들의 집단반발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도안신도시 내 B아파트의 경우도 건설사 측이 3세대 미분양을 제외한 99%의 계약률로 발표했으나 입주시점에 대량의 미분양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러한 계약률 부풀리기는 건설사 측이 미분양 물건을 소진시키는 마케팅 방법으로 악용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던져주고 있다.

계약률이 높다는 점을 내세워 수요층의 조급증을 유발하고 선호도가 낮은 저층을 우선판 뒤 나머지 물량까지 급속도로 소진시키겠다는 건설사 측의 전략으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침체와 맞물려 미분양 소진이 안될 경우 계약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천만하다는게 부동산 업계의 중론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들의 판매전략으로 계약률 뻥튀기는 고전적인 수법이 된지 오래”라며 “현재로서는 정확한 계약률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수요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최선책”이라고 말했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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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내 풍수해보험을 보다 내실 있게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해가 갈수록 장마 등 풍수해의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도가 추진하는 풍수해보험의 활용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14일 충남도에 따르면 도내 풍수해보험의 가입률이 9%에 머무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풍수해보험은 주택을 비롯해 비닐하우스 등 온실, 아파트와 연립,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태풍과 홍수, 호우, 해일, 강풍, 풍랑, 대설 등 7대 재해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시 재해복구 부담을 정부와 지자체, 가입자가 함께 부담하는 정책보험이다.

보상수준은 선택 가입에 따라 손실액의 50~70%가 지급되며 가입자 당 최대 5000만 원까지 지원된다.

보상금은 정부가 53~76%, 충남도가 8~17%, 자부담이 12.3~39%씩 각각 부담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7월 13일까지 내린 장맛비가 올 여름 충청권에 1년 동안 내릴 비의 절반 이상이 넘는 것으로 보도된 만큼 해가 갈수록 자연재해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어 풍수해보험의 효과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충남도내 풍수해보험의 가입률이 낮은 것으로 확인되며 내실 있는 제도운영이 요구되고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도내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전체 32만 여 가구 중 9%인 단 2만 9613가구만 가입했다.

올해 가입자의 경우 5일 현재 3만 3918가구로 지난해보다 단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게다가 지난 2007~2010년까지 풍수해 피해로 인해 보험금이 지급된 건수는 총 54건(총 2억 1000만 원)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결국 정부가 풍수해를 대비해 이같이 정책보험을 내세웠지만 실질적인 활용도가 매우 낮아 흐지부지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 7~14일까지 단 7일 만에 호우로 인해 도내 건축물 24동이 물에 잠겨 2억 4000만여 원의 피해를 입은 것을 고려하면 풍수해보험의 보다 적극적인 활용이 요구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풍수해보험 가입이 낮은 이유는 도민들이 가입 후 혜택을 볼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보험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홍보와 운영에 내실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gaemi@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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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사 도매가를 ℓ당 100원 인하하는 기름 값 할인 종료 후 일주일이 지난 14일 대전 둔산동의 한 주유소에서 ℓ당 2천074원의 유가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김호열 기자 kimhy@cctoday.co.kr  
 
휘발유값 ℓ당 2000원이 넘는 주유소가 속속 등장해 대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들 주유소는 카드 정산을 실시하며 정가를 표기했던 SK주유소가 대부분이지만 GS칼텍스, S-OIL(에스오일) 등의 주유소들 역시 이름을 올리며 유가 상승을 체감케하고 있다

1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대전지역에서 휘발유를 ℓ당 2000원 이상에 판매하는 주유소는 27곳으로 전체 주유소 281곳의 약 10%에 해당한다.

이 중 SK주유소가 22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GS칼텍스 주유소 4곳, S-OIL주유소 1곳 등이 뒤를 이었다.

또 1990원대의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는 19곳으로 조만간 이곳들 역시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날 현재 대전지역 정유사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SK폴 주유소들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단적으로 서구를 예로들면 서구에 위치한 SK주유소들의 휘발유 평균판매가격은 2000원으로, GS와 S-OIL 1928원, 현대오일뱅크 1926원, 자가폴 주유소 1914원 등의 평균가격보다 훨씬 높은 수치를 보였고 서구 전체평균가격의 1943원보다도 57원 비쌌다.

여기에 최근 정유사들이 공급가를 인상시키면서 향후 국내유가는 더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전지역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37.96원, 경유는 1752.36원으로 전날보다 각각 2.14원, 1.32원씩 올랐다.

유가할인행사가 끝난지 1주일만에 기름값이 휘발유는 ℓ당 13.82원, 경유는 8.34원이 오른 셈이다.

이는 기름값이 하루에도 ℓ당 6~10원씩 뛰던 지난 3월 10일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은 이제 본격적인 유가 인상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역시 두바이 현물유가가 전일 대비 배럴당 2.54달러 상승한 111.55달러에 마감되는 등 오름세에 있어 이 가격이 반영되는 1~2주 후에는 대부분의 주유소들이 휘발유를 ℓ당 2000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지난 11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는 일이 없을 것”이라던 발표에 냉소를 보내고 있다.

직장인 김모(42) 씨는 “정부가 큰소리를 친 지 하루만에 서울 평균 휘발유가격이 2000원을 돌파했고, 대전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유사들이 정부를 우습게 보는 모양”이라며 “정부가 발표만 했다하면 모든 것이 반대로 이뤄지니 이같은 무능한 정부를 믿고 어떻게 서민들이 살아야 할 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한편 소비자시민모임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유가 고공행진이 예상됨에 따라 정부에 유류세 인하를 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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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시와 대전시발전협의회는 14일 오페라웨딩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대전시청 제공  
 

대전시와 대전시발전협의회는 14일 오페라웨딩홀에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과학벨트의 본래 목적인 기초연구역량 확대, 지역성장 동력화를 위한 정책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했다.

염홍철 대전시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세미나에서 제기된 정책방안에 대해 실무차원의 검토를 실시하겠다”면서 “시의 행정력을 집중해 과학벨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기조강연에 나선 장순흥 KUSTAR-KAIST 교육연구원장은 “과학벨트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국가예산 및 민간자본 유치를 위한 적극적인 큰 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전략형 연구의 추진과 생활 인프라 구축을 통해 국제적으로 우수한 두뇌를 유치하고 창의적 분위기 속에서 첨단 글로벌 융합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우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과학벨트의 공간적 측면, 연구·기능적 측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해외 주요 국가를 염두해 거점 도시와 기능도시들을 벨트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정책기획본부장은 “과학벨트는 기초과학 강국을 실현하고 노벨상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이라며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상승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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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선정과 세종시 건설 등 여파로 지난달 대전지역 아파트 실거래 증가율이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충남·북의 거래량은 지난 5월보다 오히려 감소해 대전과는 대조를 보였다.

14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2011년 6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대전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2168건으로 지난 5월(1694건)과 비교해 27.9%(474건) 증가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2.5%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 것이며, 대전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은 전북(24.8%)보다도 3.2%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전을 제외한 충남과 충북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각각 -1.5%(4080건→4018건)와 -1.1%(1938건→1917건)의 감소율을 보였다.

대전의 아파트 실거래 증가율이 전국 최고치를 보인 것은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선정에다 세종시 등 국책사업에 따른 훈풍으로 분석된다. 또 지하철2호선 개발에 따른 여파와 대전지역 이사철 수요 증가 등 크고 작은 부동산 호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신고된 아파트 실거래가 신고자료는 전국적으로 4만 6885건을 기록했으며, 지역별로는 수도권 1만 4489건(서울 3724건), 지방 3만 239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전국은 54.0%, 수도권은 81.9%(서울 81.6%), 지방은 44.1% 증가한 수치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전달과 비교해서는 전국이 2.5% 감소했다. 지난 2006~2010년 5월 대비 6월 거래 감소율이 5.5%인 점을 감안할 때 거래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6월 실적을 포함한 올 상반기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9%(5년 평균 대비 27.0%) 증가했다. 수도권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4%(5년 평균 대비 0.5%), 지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6%(5년 평균 대비 47.2%) 상승했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지역별 아파트 거래량 추이> 

지역 5월 6월 증감
대전 1694건 2168건 +27.9%
충남 4080건 4018건 -1.5%
충북 1938건 1917건 -1.1%

자료: 국토부 2011년 6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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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진군 신평면 남산리는 낮은 언덕을 감싼 소나무 숲의 모양새가 활(弓)을 닮아 궁터(弓攄)라고도 불린다. 궁궐과는 아무런 관련 없고 법정지명에서도 사라졌지만, 옛 지명은 여전히 이 지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효하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당진은 너른 들판의 대책 없는 연속이다. 도로를 따라 쫓아오듯 이어지던 산과 능선은 군계(郡界) 안으로 들어서면서부터 거짓말처럼 잦아든다. 높은 것들이 시야에서 사라진 한여름 평지에선 빛깔 고운 볏잎이 뭇 산의 신록을 대신하는데, 바람을 따라 흐르는 새파란 물결은 쏟아지는 빛가루들을 흩어놓으며 매 순간 새로운 색의 층위를 이뤄낸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버려진 자리에서도 익숙하지 않은 이름을 가진 수많은 외떡잎식물들의 긴 잎이 볏잎의 리듬을 따라 일렁인다. 멀리서 들판을 바라보면 버려진 곳과 버려지지 않은 곳이 하나의 군집을 이뤄 바람에 실려 떠돈다. 가을의 황금빛 물결과는 또 다른 광활하고도 장쾌한 풍경이다.


대책 없이 너른 들판에서 사람은 대책 없어 불안하다. 내가 사방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면 사방도 내게 뻗어 들어올 수 있다. 따라서 들판에 세간을 두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일터는 일터일 뿐 정주할 순 없는 공간이다. 사람들은 결국 몸 둘 바를 정하고 나서야 안도하기 마련이다. 이래저래 어딘가에 기대어 살 수 밖에 없는 게 사람이다.

당진군 신평면 남산리는 완만한 구릉지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이다. 낮은 언덕을 덮은 소나무 숲의 모양새가 활(弓)을 닮아 궁터(弓攄)라고도 불린다. 궁궐과는 아무런 관련 없고 법정지명에서도 사라졌지만, 옛 지명은 여전히 이 지역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유효하다.

풍수상 산은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뿐만 아니라 그 생기가 바람에 흩어지는 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다. 세계 최고층 빌딩이 1㎞의 높이를 바라보고 건축 기술이 첨단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배산임수는 명당의 기본 조건이다. 하늘아래 저 홀로 새로운 것이란 없는 법이다. 
 

   
▲ 남산리 소나무 숲은 7.0ha 면적에 3150본의 거대한 수세를 갖추고 있다. 이에 지난 2007년 당진 관내 고대면 진관리 숲, 면천면 죽동리 숲 등과 더불어 '충남도 아름다운 100대 소나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산간 지대에 조성된 마을이건 평야 지대에 조성된 마을이건 간에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기본공식의 그림자 아래에 머물러 있음은 매한가지다. 남산리도 산과 숲이 마을을 감싸고 마을 남쪽으로 하천(남원천·南院川)이 흐르니 나름 배산임수의 꼴을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다른 마을들과 비교해 등지고 있는 것들의 해발고도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마을을 감싼 소나무 숲은 본디 자연적으로 조성된 뒤 주민들의 관리를 받아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산으로부터 이어지는 소나무들은 마을 앞을 병풍처럼 감싸며 살아있는 반(半) 구조물을 이룬다. 마을 안에선 바깥까지 시야가 닿아도 마을 밖에선 안쪽 상황이 쉽게 파악되지 않는다. 전형적인 수구막이 숲이다. 
 

   
 

숲을 관리하기 시작한 주체는 200여 년 전 이 마을로 낙향해 뿌리내린 진주강씨(晉州姜氏)라고 전해진다. 이후 후손들의 대를 이은 관리로 지금까지 그 모습을 보전하고 있는 숲은 많은 마을 숲들이 그러했듯 근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수차례 위기를 넘겼다.

일제 강점기 때 남벌로 수난을 겪었던 숲은 한국전쟁 때에도 강제벌채로 몸살을 앓으며 이중고를 겪었다. 당시 마을까지 들이닥친 북한군은 소나무 숲을 작전기지이자 공습 피신장소로 활용했다.

숲으로 남한군의 폭격이 이어졌다. 훼손에는 피아의 구별이 없었다. 그 때문인 듯 숲엔 나이든 나무가 많지 않다. 숲을 이루는 나무의 대부분은 40~100년가량의 수령을 가진 젊은 나무들이다.

전국의 숱한 마을 숲들이 죽어 나자빠지는 동안에도 남산리 소나무 숲은 용케 살아남았다. 평화를 찾은 숲은 다시금 주민들의 관리를 받으며 조금씩 제 모습을 회복해나갔다.

여기에 자원보전 필요성을 느낀 당진군도 2005년부터 숲 가꾸기 사업에 가세했다. 숲을 '우량 소나무 보존지'로 지정한 군은 엽고병 및 진딧물 방제를 실시하는 한편, 고사목과 설해를 입어 쇠약해진 나무를 제거해 밀생(密生)을 막고 잔가지를 쳐 아름다운 수형(樹形)의 유지와 건전한 생육을 도모했다.

그 결과 숲은 7.0ha 면적에 3150본의 거대한 수세를 갖추게 됐다. 지난 2007년엔 같은 관내 정미면 수당리 숲, 고대면 진관리 숲, 면천면 죽동리 숲 등과 더불어 '충남도 아름다운 100대 소나무 숲'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너른 들판의 초록 위에 포개지는 수많은 소나무들의 윤곽은 산세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수려한 맛을 자랑하는 여타 지역의 숲들과는 또 다른 멋을 풍긴다.

마을과 하천 사이에 만동포(萬同浦)라는 포구가 있었다는데 삽교천제방의 축조 이후 농경지로 변모돼 포구의 모습은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나 아득하다. 주민들의 세월에 마모된 기억 속에서 만동포는 긴 겨울을 버티게 만들어줬던 고마운 공간이다. 
 

   
▲ 마을과 하천 사이에 만동포(萬同浦)라는 포구가 있었다는데 삽교천제방의 축조 이후 농경지로 변모돼 포구의 모습은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나 아득하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삽교천제방의 축조 이전의 만동포는 겨울이면 갈대로 무성했다고 한다. 당시 주민들은 포구의 갈대를 베어 땔감으로 사용했다는데, 이때 베어낸 갈대 묶음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 포구의 이름 앞에 만(萬)이라는 접두어가 붙었다고 한다. 불만 닿으면 사그라지는 한 가닥 한 가닥이 만이나 모여 겨울의 모진 시간을 매 순간 잇대었다.

그러나 포구도 사라지고 갈대로 불을 때는 주민들도 사라진 지금에 이르러 만동포는 희미해져가는 옛 지명일 뿐이다. 이제 농경지화 된 옛 포구는 매년 겨울이면 나락을 주워 먹는 겨울 철새들의 단골이다.

지분거리던 하늘이 새파란 것들 위로 빗방울을 쏟아낸다. 베롱나무 가지가 장마 속에서 붉게 타오른다. 방위와 원근을 가늠하기 어려운 곳으로부터 새소리가 들려온다. 문득 돌아보면 비었던 땅위에 어느새 이름 모를 녀석이 한 뼘이나 자라있다. 밟아도 밟아도 맹렬하게 솟아난다. 풀비린내가 사방에서 훅 끼쳐온다. 한 없이 길게 뻗은 마을 진입로 위에서 여름의 나날들은 이처럼 대책 없이 빽빽하고 발랄하다.

당진=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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