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일요일 도서관에 갔는데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가 막힐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이 청주시내 일선 주민자치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등록증이나 발급해 주는 곳이 아니다. 주민들이 모여서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평생교육장이다. 이웃과 단절하고 사는 도시민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측면도 중요해서 주민자치센터로 명칭도 바꿨다.

이를 위해 청주시는 2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10개 자치센터 건물을 전문교육시설을 능가할 정도로 잘 지었다. 30개 주민센터 중에서 시설이 노후하거나 협소해서 주민센터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는 10개소를 우선 신축했고, 나머지도 연차적으로 신축할 계획이다.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1·2, 우암동, 성안동, 탑·대성동, 용담·명암산성동 등이 모두 최근에 신·증축됐으며, 3~4층 규모의 건물을 짓는데 15억~30억 원이 들었다. 최근에 신축한 주민센터는 노래, 외국어, 서예, 풍물, 수지침 등을 배울 수 있는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댄스스포츠, 요가, 탁구 등 체육도 즐길 수가 있다.

문제는 일선 주민센터들이 야간이나 토·일요일 등 직원들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문을 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남상우 시장 시절인 2006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만 주민들이 항의하는 등 민원이 제기되자 야간·휴일에도 개방하는 원칙을 확립한 바 있다.

민선4기동안 잘 지켜지던 개방원칙이 한범덕 시장 취임이후 청사보안, 에너지 절약 등을 이유로 개방하지 않는 쪽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재 개방하는 곳은 4곳에 불과한데 비해 개방하지 않는 곳은 무려 26곳이나 돼 압도적으로 많다. 인근 주민센터에서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하던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인근에 훌륭한 공익시설을 두고 먼 곳에 있는 영업시설을 찾아가야하는 불편이 심각한 데다 경제적인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민센터의 탁구교실을 이용하는 데는 월 1만 원의 회비만 내면 되지만 사설탁구장을 이용하자면 매월 3만~5만 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를 항의하기 위해 찾아 가면 동장, 구청장 등이 책임을 전가하다가는 주민자치위에 책임을 떠넘기는 바람에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만다. 실제로 상당구 우암동 탁구회원들은 지난 4월 15일 동장을 찾아가 휴일 개방을 요구하다가 망신만 당했다고 불평하고 있다. “휴일 개방을 하지 않는 것은 동장의 방침이니 문제 삼지 말라”고 윽박지르며 “자꾸 문제를 삼으면 신규 회원 중심으로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고 위압했다. 이 말은 기존회원들의 이용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뜻으로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이 청사보안에 문제가 있으면 뒷문으로라도 드나들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하자 “쥐새끼처럼 왜 뒷문으로 드나드느냐”고 희롱하기도 했다. 이에 격분한 일부 주민들이 동장과는 더 이상 대화가 안 되겠다고 판단, 이 지역출신 청주시의회 김명수·황영호 의원 등에게 부탁해서 상당구청장을 만날 수 있었다.

주민들은 이 자리에서 구청장에게 주민센터의 개방을 요구했으나 “주민자치위를 소집해서 논의토록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한 채 현재까지 묵묵부답이다. 이후 5월초에 이어 두차례나 주민자치위가 열렸지만 주민을 위한 편익시설인 주민센터의 개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일자로 부임한 윤기민 상당구청장은 “각 동마다 여건이 다른 만큼 주민자치센터의 주말 개방 여부는 각 동주민센터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며 “다만 현재 진행중인 한범덕 시장의 동순방에서 주민들로부터 주말개방 요구가 있었던 지역에 한해서는 이를 반영토록 지시받아 향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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