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한 대가로 땅을 하사받은 친일파는 후손이 유명한 독립운동가이었더라도 반민족행위자에 해당돼 후손이 보유한 재산의 국가귀속은 당연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청주지법 행정부(재판장 최병준 부장판사)는 14일 소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의 5촌 조카인 홍모 씨가 "홍명희 선생의 조부 홍승목의 친일행각은 인정하지만, 후손들이 독립운동을 한 만큼 그를 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친일재산국가귀속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홍승목은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찬의로 임명됐고 1918년 그 연유로 해당 부동산을 취득한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다"면서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 정한 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친일행위를 한 당사자가 후에 독립운동에 참여했거나 일제로부터 받은 작위를 반납했을 경우 반민족행위자에서 예외로 한다’는 규정에 따라 홍승목의 아들과 손자가 독립운동을 한 만큼 홍승목을 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홍승목의 아들 홍범식이 금산군수로 재직하던 중 자결해 순국한 사실, 손자 홍명희가 상하이 독립운동단체에서 활동하고 충북 괴산에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은 인정하지만, 후손들이 독립운동을 한 사정만으로는 홍승목을 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법원이 친일행각을 벌였던 당사자가 이를 뉘우치고 독립운동을 했을 경우에만 반민족행위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점을 엄격히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각 부동산에 홍승목의 조부와 부, 아들의 묘가 설치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 “이 사실만으로 친일재산 추정을 복멸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홍승목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친일행위의 대가로 취득한 것이 아니라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자재산조사위원회가 지난해 4월 16일 홍승목 소유의 괴산군 괴산읍 제월리 일대 땅 51만여 ㎡에 대한 국가귀속 결정을 내리자, 후손인 홍 씨는 지난해 9월 청주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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