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지속되면서 충북지역 전통시장을 비롯한 중소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찌는듯한 무더위 탓에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구내식당을 찾으면서 청사 인근 식당들의 매출이 떨어지고 있고, 가뜩이나 대형마트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통시장은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청주기상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11시를 기해 충북 영동군에 내려진 폭염주의보가 폭염경보로 대치됐다. 이에 따라 폭염경보가 내린 도내 지역은 옥천군에 이어 두 곳으로 늘었다. 나머지 지역에는 지난 24일부터 폭염주의보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주의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폭염경보는 하루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
▲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인해 충북지역 전통시장에 손님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국 최대 규모의 전통시장인 청주 육거리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 왼쪽). 반면 충북도청 구내식당에는 더위를 피해 식당을 찾는 직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공공청사 인근 식당 울상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낮 12시경 청주시 상당구 충북도청 서문 앞. 점심을 먹으려는 공무원들로 붐볐던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시민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린 채 신호가 바뀔때만 기다리고 있었다. 공무원 김모(51) 씨는 "지난주부터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오늘은) 지인과 약속이 있어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살인적인 폭염 탓에 점심시간 청사 밖을 나오는 공무원들이 뜸해지면서 인근 식당 업주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청 인근 한 식당 사장은 “작년 여름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7월 중순 이후부터 하루 손님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청주시청과 농협충북지역본부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A식당 업주는 “폭염이 시작된 지난주부터 갑자기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8월 말로 계획했던 직원 여름정기휴가를 앞당길 생각”이라고 전했다.
반면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에게 폭염은 반가운 손님(?)이다. 시원한 음료로 더위를 식히려는 시민들이 패스트푸드점, 커피전문점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성안길의 한 패스트푸드점 매니저 B(34) 씨는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들이 평소보다 30% 정도 늘었다. 빵보다는 빙수나 음료 종류를 시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울고, 대형마트 웃고
그칠줄 모르는 폭염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속까지 새카맣게 태우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후 2시경 찾은 청주육거리시장은 한산하다 못해 휑했다. 간혹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장을 보러 나온 게 아니라 뙤약볕을 피해 시장 길을 지나치는 통행자들이었다. 사실상 개점휴업인 셈이다.
채소장사를 하는 김모(52·여) 씨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나 손님들이 더러 있어도 한낮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보기 어려울 정도다. 빨리 더위가 지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육류나 생선을 파는 상인들에게는 폭염이 더욱 얄밉다.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얼음을 뿌리고 있지만, 한 포대에 5000원을 하는 탓에 가격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청주가경터미널시장도 상인들의 한숨이 쉴새없이 나온다. 시장 좌판에 깔려 있는 배추와 상추 등은 무더위에 수분을 빼앗겨 잎이 무르면서 사실상 상품가치가 없다. 아케이드설치로 시장 안에 그늘이 졌지만 찌는 듯한 더위에 찜질방과 마찬가지다. 야채가게 주인 신모(54·여) 씨는 "매년 여름장사를 하면서 장사가 안된다 안된다 했어도, 올해처럼 힘들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그야말로 호황이다. 점심시간인데도 더위를 피해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이 족히 100여명은 넘는데다, 매장 밖 패스트푸드점은 음료를 마시는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 최근 대형마트 의무휴업문제로 법적소송이 진행중이어서 민감한 탓인지 청주 홈플러스 성안점과 율량점, 롯데마트 청주점은 취재진의 사진촬영을 거부했다.
◆축산농가도 비상
축산농가에도 '폭염비상'이 걸렸다. 가축이 열사병에 걸릴 우려가 커지면서 더위를 쫓기 위해 축사 주변에 찬물을 뿌리거나 비타민 등이 첨가된 사료공급을 늘리는 등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대량사육되는 가축은 사람보다 더위에 더 취약한데다, 스트레스가 커지면 사료섭취가 줄어 생산성이 떨어지고 심할 경우 집단폐사로 이어진다.
이렇다보니 농민들은 지붕과 축사 주변에 물을 뿌리고, 선풍기 등으로 바람을 일으켜 가축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등 더위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무더위 속에 번성하는 모기도 골칫거리다. 돼지사육을 하는 정모(57) 씨는 "장맛비로 고인 웅덩이 등에서 모기가 많이 생겨 돈사로 날아들고 있다"면서 "하지만 더위에 지친 돼지가 해를 입을까 봐 소독도 자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최근 폭염 장기화에 대비, 가축관리를 강화해줄 것을 당부하는 공문을 일선 축산농가에 내려 보냈다.
하성진 기자 seongjin98@cctoday.co.kr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