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끈거리는 폭염에 숨이 턱턱 막힌다.
이럴 땐 차가운 물이 시원하게 흐르는 가까운 계곡을 찾아가 발 담그고서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 최고다.
가끔 공주를 갈 때 계룡산 입구 박정자삼거리에서 머지않은 냇가에서 물놀이 하는 사람들을 보며 ‘한 번 와보리라’ 생각을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이 제법 알려진 공주 상신리 계곡이다.
유명하다지만 아직은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유명 유원지 부럽지 않은 상신리 입구
시간을 내어 상신리 입구 다리로 접어들자마자 피서객이 한가득이다.
적당한 자리가 없어 약간 먼 도로 이면에 주차를 하고 빠른 걸음으로 가는데 벌써부터 물에 발을 담근 듯 즐겁다.
한달음에 달려간 다리 주변은 물놀이를 하는 어린이, 그늘에 자리를 펴고 망중한을 즐기는 어른들, 물고기를 잡는 가족 등 즐거운 이들 뿐이다.
어린아이 성화에 못이겨 이곳을 찾은 듯한 엄마는 어느새 다슬기 잡는 재미에 빠져 옷이 젖는줄도 모른다.
이곳은 동학사 입구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과 상신리 마을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져 수량이 제법 되고, 깊은 곳은 어른 허리 정도까지 찬다.
게다가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답게 다른 유원지 보다 훨씬 차다.
물놀이 하는 어린이들은 찬물 때문에 이내 체온이 내려가 몸을 덜덜 떨면서도 밖으로 나가기를 한사코 거부한다.
나 역시 이곳에 눌러 앉고 싶지만 이날 상신리 계곡을 다 둘러볼 작정이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길을 나선다.
◆몸 붙일 돗자리 하나면 만족
상신리 계곡 상류로 가는 동안 약간이라도 주차를 할 여지가 있는 곳엔 사람들이 있다.
하류의 넓고 잔잔했던 물은 올라갈수록 점점 크고 작은 바위를 휘감아 흐르는 계곡이 되어 시원함을 더한다.
물이 많지 않은 탓에 사람이 앉을 곳도 흔하지는 않다.
그래서 나무 그늘이 우거진 장소를 찾아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는 것도 은근히 경쟁이다.
한참을 올라가다가 장승과 당간지주가 있는 상신리 마을 입구 부근에 차를 세우고는 돗자리 하나 들고 물가로 내려가본다.
넓지 않은 계곡의 바위 곳곳에 옹기종기 사람들이 앉아 피서와 식도락을 즐기고 있다.
서로 눈이 마주칠 정도로 오밀조밀 모여 있지만, 모두들 더위를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이곳에 모였기에, 마치 서로서로 없는 존재처럼 간주하며 자기만의 피서를 즐기는 것 같다.
그런데 올라온 높이를 고려할 때 기대보다 물이 깨끗하지 못하다.
윗쪽 계룡산국립공원 입구 바로 밑까지 식당과 전원주택이 늘어서면서 이렇게 됐다고 누군가 귀띔한다.
◆계곡 명당 잘 찾으면 하루종일 신선놀음
▲ 상신리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장승과 당간지주가 서있다.
잠시 쉰 것에 만족하고 최상류를 따라 다시 올라간다.
버스정류장을 지나 딱 승용차 한 대 간신히 지나다니는 길로 전원주택들을 스쳐 올라가본다.
잠깐 올라왔을 뿐인데 물이 훨씬 깨끗하고 차다.
바위 틈 물 떨어지는 곳에 발 담그고 가져간 책을 펴 신선 흉내를 내어본다.
발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시원한 계곡물이 독서를 방해한다.
어느새 계룡산 너머로 사라지며 내뿜는 햇살이 ‘내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고하는 듯 하다.
그늘진 계곡에 햇볕이 가시자 시원함이 배가 된다.
오늘 찾아낸 이 명당을 다음에 또 찾아오리라 생각하며 열대야가 펼쳐질 대전으로 향한다.
글·사진 =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