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35도를 넘는 살인적 폭염이 이어진 2일 파지 수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한 노인이 대전시 서구 괴정동에서 따가운 햇빛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쓴 채 손수레를 끌고 있다.

장수영 기자 furnhanul@cctoday.co.kr
 
 

“더워도 할 수 없지, 먹고는 살아야 되잖아, 안 그러면 다른 노인네들이 다 주워가….”

최근 지속하는 살인적인 폭염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길거리 서민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폐지를 팔아 생활하는 극빈층 노인에서부터 일용직 근로자, 노점상 등 이들의 올해 여름나기는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다.

대전의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육박한 2일 오전 김 모(74) 할아버지는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시장 인근 한 주유소의 재활용쓰레기를 뒤져 나온 박스를 줄로 묶어 자신의 리어카에 실었다.

폐지를 팔아 하루를 생활하는 김 할아버지에게 살인적 폭염은 생계를 위협하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리어카를 끌기 어려워졌고 그나마 서늘한 아침과 저녁에만 움직이다 보니 수집량은 평소에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하루 평균 8000~9000원이었던 수입은 5000원 밑으로 떨어졌고 최근에는 이마저도 벌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폭염 속에서 폐지를 줍다 보니 급격히 나빠진 건강도 김 할아버지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머리가 핑 돌 때면 그늘에서 잠시 쉬어가 보지만, 그때뿐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폭염 속에 몸을 맡기면 어지럼증은 되풀이된다.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 속에서 이날도 김 할아버지는 자신의 집인 오정동 한남대 인근에서 농수산물시장까지 3㎞에 달하는 거리를 자신의 몸집보다 큰 리어카를 끌었다. 오전 중에 오정동을 거쳐 둔산동까지 다 돌아야 목표한 양을 채울 수 있지만, 날씨가 더 뜨거워지면 다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게 김 할아버지의 설명이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근로자들과 길거리 노점상들도 폭염이 무섭기는 마찬가지. 이날 오후 동구 가양동의 한 원룸 건설현장에 만난 일용직 근로자 박 모(45) 씨도 최근 폭염이 두렵다. 살인적인 폭염이 지속하면서 일명 ‘공치는 날’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5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고 5~9월이 건설현장의 성수기지만, 이렇게 공사를 중단한 현장이 많았던 적은 처음이라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동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 정문에서 야채 등을 팔고 있는 김 모(58·여) 씨도 폭염이 야속하다.

한참 논·밭에 심어 놓은 야채 등을 거둬 팔고 있지만, 폭염에 야채 등이 금방 시들어버리면서 손님의 발길도 뚝 끊겼다. 박 씨는 폭염이 한풀 꺾일 때까지 당분간 장사를 접을 생각이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25분 충남 서산시 성림동의 한 노상에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던 A(65·여) 씨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A 씨가 폭염에 쓰러져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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