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투자시장이 장기간의 불황을 맞고 있다. 이런 금융
한파에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던 국·내외의 각종 펀드는 상당부분 원금까지 까먹으며 천덕꾸러기로 전락, 투자자들은 수익은 고사하고
원금 회복만이라도 학수고대하고 있다.
지난주 우리나라를 비롯, 글로벌 증시가 몇 차례 폭등장을 맞으며 모처럼 활기를 띠기도 했지만 지금까지의 손실을 만회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펀드, 환매냐 투입이냐
지난달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의 각종 구제금융책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대립하며 각종 지수가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지수의 지난달 평균 장중 변동폭은 68.60포인트(6.11%)나 됐고, 이 중 4거래일은 하루 100포인트가 넘는 극심한 변동장세를 겪었다.
지난달 말 국내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613조 8652억 원으로 전월(803조 9135억 원)보다 한 달 만에 190조 482억 원이나 사라지며 올 들어 최대의 손실을 안겼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초 이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수익률은 -44.92%나 되고, 특히 지난달에만 -20%대의 손실이
발생했다. 해외펀드의 경우 더 심각해 1년 평균수익률이 -60.78%, 이 중 동유럽 및 러시아 펀드가 -80%, 브라질 펀드는
-60~70%대까지 추락했다.
이 같은 펀드 수익률에 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가 이달 들어서만 국내 주식형에서 5188억 원, 해외 주식형에서 6671억 원이 순유출 됐다.
그러나 펀드런과 같은 최악의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금융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주가지수와 주식형 펀드 설정액의 변화율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주가지수 변동성이 상당히 높음에도 주식형 펀드 설정액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로 미루어 과거 국지적 펀드런을 경험한 국내 시장이 최근 급격한 변동장에도 불구, 펀드 설정액의 급격한 감소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 연구조사는 주가의 반등이 도래해도 펀드로의 급격한 자급유입 가능성 역시 낮은 것으로 예측해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나타냈다.
증권전문가들도 지금 환매를 하는 것은 시기가 좋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 주말의 폭등장으로 손해율이 줄었다고 성급하게 자금을 거두기보다는 시장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것.
◆투자는 신중하고도 빠르게
투자시장의 이달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실물경제의 침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금융위기로 인한 파급효과가 저변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율도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 금융시장의 부실 재발 가능성 등이 남아있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이 대부분의 투자시장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지금부터 움직여야 조만간 다가올 ‘황금 찬스’를 더 많이 잡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직 변동성이 지나치게 큰 요소가 많아 직접투자보다는 적립식 펀드 등 간접투자 위주로 진행되는 것이 좋다.
이에 맞춰 주춤했던 신규 펀드 수도 최근 들어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연초 이후 매월
20~30개씩 출시되던 신규 펀드가 지난 7월부터는 평균 9개로 크게 줄었지만, 지난달에는 16개로 늘며 저점의 유리한 시기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하지만 아직 악재가 모두 가시지 않은 만큼 신중을 유지해야 한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