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은행 지점장들이 거래를 트기
위해 회사 앞에 진을 쳤지만 수일 전에는 은행을 방문해도 출장 중이라는 핑계로 만나는 일조차 힘드네요. 정부가 대출을 확대하라고
해도 시중은행들은 오히려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판에 무슨 정책이 필요하겠습니까?" 정부가 중소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있지만 지역 금융권의 '비올 때 우산뺏기' 관행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 난 3일 정부는 국책은행에 대해 1조 3000억 원 규모의 신규 출자와 함께 신보와 기보 등에 5000억 원을 추가 출연해 총 보증 공급 규모를 6조 원대로 확대하는 한편 금리를 인하하고, 수출입은행을 통한 자금지원 규모를 8조 50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기업의 자금난 완화를 위해 11·3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시장에서의 '돈맥경화' 현상은 풀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 히 대전과 충청권에서 활동 중인 시중은행들이 자체 자본조달비용이 늘었다는 이유로 이를 기업들에게 전가시키고 있으며, 본사 차원에서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여신관리를 강화하면서 자금의 유동성 부족으로 지역 중견기업들마저 흑자도산이 우려되고 있다. 무 엇보다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정책자금을 운용하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신용보증기금 등 보증기관들도 정부의 지원 확대로 총대출·보증 가능금액은 늘었지만 기준 자체를 변경하거나 확대한 경우는 드물어 대상 업체를 찾지 못하는 진풍경이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들 지원기관들 중 내년도 기관평가에 대비,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경우도 있어 지역 기업인들의 불만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 역의 한 수출업체 관계자는 "수출실적이 전년도에 비해 감소했다는 이유로 모 기관이 최근 대출을 상환하라는 통보를 했다"며 "정부는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을 위해 각종 정책을 발표한 반면 국책은행이 기업들에게 상환압력을 가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지역 내 경제전문가들은 "기존 정부의 중소기업 자금지원 방식이 신용보증기금을 확충하거나 정책 지원자금을 늘리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기존 금융권을 활용한 간접지원 방식이 아닌 직접지원 방식을 도입, 기업의 유동성 지원의 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