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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 특별사진전'이 열리는 22일 대전 둔산동 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모녀가 함께 손을잡고 사진전을 관람하고 있다. 대전교구청 제공 | ||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2년 전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기고 선종했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 쬐는 22일 오전 10시 대전 둔산동 평송청소년문화센터 1층에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곡이 흐르는 가운데 ‘김수환 추기경 선종 2주기 특별사진전’이 열려 고인에 대한 추모 열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사진전은 천주교 대전교구청이 '꿈, 그리고 부르심', '세상 속 교회', '가난한 이들과 살고 싶었는데…', 이 땅에 평화를', '영원히 당신과 함께' 등 모두 5개 주제로 나눠 준비한 120여 점의 사진이 선보였다.
전시장은 오전 시간임을 감안,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였지만 사진전이 개막한 지난 15일부터 현재까지 모두 4000여 명이 찾을 만큼 고인을 그리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전시장 입구부터 떠들썩하게 뛰는 아이들을 비롯해 만삭의 무거운 몸을 이끌고 찾아온 임산부까지 평생 가장 낮은 자리에서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해' 살아온 김 추기경의 삶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사진을 통해 우리 사회 곳곳에 희망의 불씨를 태우고 있다.
전시장 입구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김 추기경 앞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던 박민구 (38) 씨는 “김 추기경의 사진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미소를 짓게 된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전시장에는 김 추기경이 지난 1950년대 독일 유학시절, 교복을 입은 개구쟁이 모습과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관람객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이날 충남 천안에서 사진전을 보기 위해 왔다는 변봉순(여·74)씨는 “교복을 입은 모습과 유치원생 모자를 쓰고 환하게 웃는 사진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지는 흑백사진들은 지난 1970~80년대 노동자를 위해 앞장서며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큰 발걸음을 내디뎠던 고인의 고뇌가 생생하다.
김 추기경의 사진을 보며 어느새 눈시울이 붉어진 선동혜(여·52)씨는 “김 추기경은 종교의 가치를 떠나 진정으로 우리나라를 사랑했던 거목으로 고인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아련하다”고 눈물을 훔쳤다. 김 추기경은 선종 직후, 각막 기증으로 진정 '아낌없는 사랑'의 전형을 제시했고 기증문화를 선도하는 계기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전교구청 유흥식 주교는 “어둡고 각박한 메마른 사회이기에 김 추기경님의 사랑이 자꾸 그리워 진다”며 “모든 이를 끌어안은 넓은 마음을 본받고 싶어 사진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주민 기자 sins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