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계속되는 한파로 구매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상인들의 힘든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 최대 전통시장인 청주 육거리시장이 영하권의 날씨가 지속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우태 기자 wtlee@cctoday.co.kr | ||
"많이 팔고 못 팔고를 떠나 우선 시장에 손님이 있어야 하는데 날이 너무 춥다보니 찾는 발길이 뜸하네요."
지난 주말 청주지역 최저 기온이 영하 15도를 기록한 가운데 청주 육거리시장은 날씨만큼이나 썰렁한 분위기였다. 현대식 아케이드와 다양한 쇼핑 편의시설, 1500개가 넘는 점포와 3600여 명에 이르는 시장 상인 등 현대화와 대규모를 자랑하는 이 곳도 한파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통로 중간에 좌판을 깔고 장사하는 상인들의 옷차림이다. 두꺼운 점퍼에 목도리, 마스크, 털모자까지 눌러 쓰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은 대형마트에서 유니폼만 입고 근무하는 직원들과 대조적이다.
상인들의 난방기구 중 손바닥 두 개 정도의 작은 크기에 부탄가스를 사용하는 난로가 시선을 끈다. 상인들은 난로에 종이박스를 감싸 열이 공기 중으로 퍼지는 것을 막고 한껏 몸을 움츠려 조금이라도 열기를 온 몸에 받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채소를 파는 김모(68·여) 씨는 "이거 팔아서 얼마나 번다고 석유난로를 쓰겠냐"며 "장사도 안 되는데 아껴야지"라고 말했다. 이 마저도 사용하기 어려운 상인은 페인트 통에 촛불을 넣고 깔고 앉아 추위를 견뎌 내고 있었다.
추운 날씨 탓인지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발걸음도 바빴다. 빨리 필요한 것을 구입하고 집에 돌아 가기 위해서다. 이런 속에서도 손님들의 발걸음이 멈추는 곳이 있다. 어묵과 호떡을 파는 가게에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추운 몸을 녹이고 간단히 배를 채우고 있었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을 보면 장년층과 노년층이 주를 이룬다. 젊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바로 옆 성안길에는 젊은 사람들이 넘쳐 나지만 시장에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김연수(58·여) 씨는 찬거리를 사기위해 시장을 찾았다. 장바구니에는 두부, 파, 돼지고기 등이 담겨 있다. 김 씨는 "집에서 가까워 자주 오는데 요즘 날이 추우니까 농산물 가격도 많이 올랐다"며 "다른 것도 좀 사려 했는데 다음에 사기로 했다"고 말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채소와 과일은 올겨울 폭설과 한파로 지난 달과 비교해 가격이 25~60% 상승했다. 배추 3포기가 8000원에서 1만원으로, 파는 5000원이던 것이 8000원으로 올랐다. 귤도 10㎏짜리가 지난달 8000원에서 1만 원으로 뛰었다.
시장이 아닌 인도에서 장사하는 노점상들은 추위를 온 몸으로 막고 있었다. 영하의 기온은 물론 찬바람에 그대로 노출된 이들은 시장 안 상인들보다 더한 추위에 시달려야만 했다.
한 상인은 “요즘 같은 날씨에 그늘이 지면 채소가 얼기 때문에 덮어 놔야 한다”며 팔고 있던 채소를 비닐로 덮었다.
육거리종합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겨울은 경기도 예전 같지 않은데다 날도 춥고 눈도 많이 내려 손님이 크게 줄었다"며 "노래교실, 추억의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손님들을 끌어 모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적이는 손님과 상인들의 호객행위, 그리고 가격을 흥정하는 시장의 모습은 겨울 한파만큼이나 얼어붙어 있었다.
이우태 기자 wtlee@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