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학 합격증도 받지 못한 상황이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져 있기 때문이다.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여유부릴 수가 없다”는 조 양은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공무원 준비를 계속해 졸업 전 합격증을 따려고 한다”고 말했다.
수능성적표를 받은 고3 학생들이 벌써부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계속된 경제한파에 안정된 미래를 모색하기 위한 학생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
고3 학생들은 대입도 확정짓지 않은 상황에서 자격증 학원, 토익 학원 등 각종 취업대비 학원의 문턱을 드나들며 ‘스펙(구직에 유리한 학력, 학점, 토익점수 등을 따는 것)’ 쌓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토익·토플 전문학원의 경우 취업에 대비하는 고3 학생들로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대전 서구의 한 영어전문학원 관계자는 “수능이 끝난 이후 토익·토플반 중심으로 고3 수강생이 지난해 대비 30~40%가량 늘었다”며 “취업난이 워낙 심각해 어린 학생들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워드, 컴퓨터활용, 정보처리, 한자 등 취업관련 자격증을 일찍부터 준비하는 고3 학생들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또 각종 취업관련 사이트에는 수능 이후 따야할 자격증을 묻는 질문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들은 취업에 유리한 자격증과 전문학원, 공부해야 하는 분야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이디 ‘jollydolly’의 누리꾼은 “(경제) 상황이 상황인지라 맘편히 놀기보단 무언가 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회계, 세무 관련 자격증을 따기위한 정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조 양처럼 일찍부터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들도 시험을 위해 영어학원을 등록하거나 고등학교 국사책을 다시 펼치느라 여념이 없다.
이 같은 세태에 학부모들은 안타까움의 탄식을 쏟아낸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대전 서구의 김미정(52) 씨는 “수능이라는 감옥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취업이라는 또 다른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학생들이 불쌍하다”며 “지금의 한국사회가 빚어낸 자화상 아니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