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0대 주부 심상경(가명·대전 유성구) 씨는 최근 법원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평범한 주부인 심 씨가 법원에 간 까닭은 딸의 어학연수 때문이다. 대전의 한 어학원을 통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을 호주에 어학연수 보낸 것이 화근. 딸은 같은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한 후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채 1개월 만에 귀국했고, 현재 심 씨는 어학원을 상대로 딸의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 중이다.
#2 중학교 3학년생인 김모 군은 아직도 미국에서의 악몽같은 기억 때문에 고통스럽다. 지난해 겨울 어머니의 권유로 A유학원을 통해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갔지만 현지의 홈스테이 주인은 김 군에게 강도 높은 집안일에 청소까지 강요했고, 수준 이하의 음식을 제공했다. 결국 김 군은 올해 초 다시 귀국했고, 김 군의 부모는 A유학원을 상대로 미 학교등록비와 입학금 3000달러를 환불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해당 유학원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최근 대전과 충청권 등 지역에서 조기 유학과 어학연수, 영어캠프 등 유학컨설팅 업체들에 의한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여름방학 기간 중 자녀의 영어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해외 영어캠프(단기 어학연수)를 찾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면서 이 심리를 악용해 학생들을 모집한 뒤 무자격 교육기관으로 보내는 업체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 수도권은 물론 대전 등 지방에 거주하는 학부모들로 앞다퉈 보내는 해외 영어캠프는 유학원, 어학원 등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업체만 전국적으로 4000여 곳으로 이들의 80% 이상이 참가자만 모집하고, 대부분 주관업체에 인적사항을 넘기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또 토플이나 SAT(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 등 일정한 입학조건 없이도 외국 명문대학에 100% 합격을 보장해준다는 허위·과장광고도 이미 업계에서는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유학컨설팅 업체들의 주된 타깃은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는 있지만 성적이 중하위권인 학생의 학부모들로 전문대나 지방대보다는 차라리 해외대를 선호하는 계층이다.
실제 불법 입학을 의뢰했다가 해당 학교로부터 입학이 거절당하자 법적소송을 진행한 사례도 있었다.
박 모(29) 씨는 지난 2006년 서울의 S유학원 원장인 김 모(36) 씨에게 수 차례에 걸쳐 16만 위안(Y)을 주면서 중국 대학으로의 진학을 의뢰했지만 해당 학교로부터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김 씨에게 수수료 환불을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2000여만 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박 씨가) 입학이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것임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의뢰를 했고 입학불가 사실이 확정적으로 드러나기 전에 먼저 약정의 철회를 요구한 점 등으로 김 씨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박 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기각했다.
문제는 조기유학이나 어학연수가 지역에서도 확산되면서 유학컨설팅 업체들에 의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이들 업종은 자유업으로 분류돼 교육당국의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지역의 교육전문가들은 "학부모나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기 전에 국내에서 체크할 수 없는 한계성이 있는 만큼 이들 유학컨설팅 업체에 대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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