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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주 상당경찰서 신연식 수사과장이 20대 여성살인사건 기자브리핑을 열고 사건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덕희 기자 withcrew@cc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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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이웃집 여성을 성폭행하고 목 졸라 살해해 공개수배된 40대 용의자가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관련, 충북경찰의 성범죄 우범자 관리 소홀과 부실한 공조 수사 체계 등 총체적인 문제점이 발견,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본보 12·13·14일자 3면보도>
◆지구대 코앞에서 사건 발생
사건이 발생한 3층 건물의 다세대 주택은 이 지역 치안을 담당하는 청주 내덕지구대와 불과 10여 m 거리에 있다. 또 사건은 경찰청이 성폭력과 강력 범죄에 총력 대응하자는 취지에서 발령한 ‘특별방범 비상근무’(9.3∼10.3) 기간에 터졌다. 충북지방경찰청은 비상근무가 시작되자 매일 전체 근무자의 3분의 1인 1000여 명의 인력을 투입, 특별방범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사건 당시 이 지구대 직원들은 지역 내 대학 주변을 순찰 중이었고 정작 지구대 주변에 대한 방범에는 소홀했다. 또한 용의자 곽광섭은 지난 2004년 친딸과 내연녀의 딸을 성폭행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0년 출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곳에 3년이나 거주한 곽 씨에 대해 주소만 파악했을 뿐 실제로는 단 한차례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이를 비웃듯 곽 씨는 창문을 통해 경찰서 지구대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살인행각을 벌였고 20대 여성은 희생양이 됐다.
◆경찰의 늑장대처·부실한 공조체제
경찰은 지난 11일 오후 1시 30분경 피해여성 A 씨 동생으로부터 "침대에 핏자국이 있고 언니가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살해된 여성의 이웃집에서 곽 씨와 함께 살고 있던 내연녀를 조사했다. 당시 경찰은 곽 씨가 성범죄 전과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내연녀를 간단한 조사 후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 과정 중 내덕지구대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성범죄 우범 ‘첩보 수집 대상자’였던 곽 씨의 성범죄 사실을 출동한 강력계 형사들에게 알리지 않았던 것. 일상적인 조사만을 받은 내연녀는 이날 무심천 하상도로에서 곽 씨를 만났고 내연녀를 통해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온다는 것을 알게 된 곽 씨는 이후 잠적했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지구대가 형사들에게 곽 씨의 성범죄 전과를 알려줬다면 내연녀의 행적을 추적해 곽 씨를 조기 검거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실수색으로 초기검거 실패
경찰은 사건발생 78시간 만인 14일 오후 7시 국과수 부검 소견을 통해 현장에서 채취한 체모 등이 곽광섭의 DNA가 검출됨에 따라 곽 씨를 공개수배 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청주시 수동 일대 빈집과 폐가 등에 경력 300여명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을 펼쳤다. 이와 함께 곽 씨가 동거녀를 만났던 백화산 일대를 뒤졌으나 용의자 검거에 실패했다.
뒤늦게 경찰은 수사 초기 곽 씨가 우암산으로 등산을 자주 다녔다는 첩보를 입수, 15일 오전 우암산 일대를 수색 하기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은 이날 오전 11시 30분경 곽 씨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건 발생장소와는 직선거리로 2㎞ 가 채 안되는 거리다. 또 곽 씨가 발견된 장소는 인적이 많은 우암산순환도로에서 고작 100여 m 떨어진 곳으로 그동안 경찰이 곽 씨의 은신처로 추정하고 수사를 펼쳤던 곳이어서 부실수색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언 기자whenikis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