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내금연법이 시행된지 한달여가 지났다. 17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의 음식점을 찾은 일부 시민들이 점포 밖에서 흡연을 하고 꽁초를 거리에 버려 도시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 ||
16일 밤 대전시 서구 둔산동 유흥가의 한 식당. 식사를 위해 들어서고 있는 손님 중 상당수는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업주에게 “이 식당은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고 물었다.
업주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흡연 가능 여부를 묻는 손님들에게 “죄송하다”며 “단속이 강화돼 흡연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울 수 없다는 말에 일부는 발길을 돌렸지만, 이를 감수하며 식당에 들어선 손님은 연신 식당 밖을 들락날락하며 담배를 피웠다. 150㎡ 이상 음식점과 호프집 등에서 실내 전면 금연이 시행된 지 40일이 지나면서 담배꽁초가 복병으로 등장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 손님들이 음식점 등의 문 앞에서 담배를 피워 거리가 담배꽁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식당 문 앞에는 꽁초가 모여있는 이른바 ‘꽁초 산’이 만들어질 정도다.
특히 식당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 버린 수많은 꽁초와 폭설이 만들어낸 눈덩이가 함께 섞여 그대로 얼어버리면서 업주들은 이를 치우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실제 150㎡ 이상 음식점과 호프집 등이 밀집한 서구 둔산동 한 유흥가는 담배꽁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식당 등 내부에서 흡연을 제지당한 손님들이 식당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횟수가 잦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손님이 가게에 머무는 시간이 비교적 긴 호프집 등 술집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업주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실내 금연법 시행 초기보다는 최근 식당 등 실내에서 흡연하는 손님들이 과거와 비교해 확연히 줄었다.
하지만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한 식당 손님 대부분이 실외흡연을 택하면서 담배꽁초가 복병으로 등장한 셈이다.
업주 등 식당 관계자들은 식당 앞 등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꽁초를 치우느라 죽을 맛이다.
흡연자 손님을 배려해 가게 앞에 재떨이와 쓰레기통 등을 비치했지만, 실외 흡연자들이 버리는 꽁초를 전부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식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또 재떨이와 쓰레기통을 비치한 일부 식당은 손님들이 담배를 피운 뒤 불을 제대로 끄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바람에 자칫 큰불로 번질 뻔했다는 부작용도 호소하고 있다.
한 식당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꽁초를 치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가게 앞에 재떨이를 둬도 순식간에 넘치기 마련이고 쓰레기통은 종이 등과 섞여 불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차라리 가게 밖을 수시로 청소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