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청주시청에서 열리는 ‘청주청원광역행정협의회’에서 청주청원시내버스요금단일화가 논의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비용이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협의회에서 이종윤 청원군수는 청원군 읍·면 소재지까지 단일요금과 현재 기본요금 구간에서 30분인 환승 시간을 1시간으로 연장하는 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청주시가 이 안을 수용하게 된다면 청원군 읍·면 소재지 주민들은 시내버스 기본요금만으로 청주에서 일을 본 후 거주지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 버스 요금의 ⅓~¼까지 줄어드는 것이다.
청원군민으로서는 파격적인 혜택이지만 그늘도 있다. 막대한 재정지원금의 증액이 예상된다. 현재 청주시는 운영손실 지원 23억 원과 환승보조금 61억 원 등 84억 원, 청원군은 운영손실 지원 34억 7000만 원을 시내버스회사에 지원하고 있다. 양 시·군의 지원금만 118억 7000만 원이다. 여기에 시내버스 단일요금제와 환승 시간 연장이 이뤄지면 지원금은 더욱 늘어난다.
현 상황에서 지원금이 얼마나 늘어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정확한 비용은 용역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청주시와 청원군이 각각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를 대비해 자체조사한 내용은 약 35억 원이나 차이가 난다.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가 이뤄지면 청주시는 약 91억 원, 청원군은 55억여 원의 추가 재정부담이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더해 환승시간 연장에 따른 지원금 증액을 고려하면 최소 70억 원에서 최대 120억 원의 추가 부담 비용이 생길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재 양 시·군의 재정지원금과 더하면 매년 200여억 원의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재정상황에서는 부담스런 금액이다.
그럼에도 시내버스요금단일화는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특히 청주·청원통합에 대한 청주시의 진정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가 청주시청 내부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청주·청원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청원군 내부의 반발기류를 잠재울 기회도 될 수 있다.
지난 민선 4기 통합 논의 과정에서 청원군민에게 약속된 내용 중 군민들의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이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 공약이다. 가시화된다면 청원군민들의 의견은 통합 쪽으로 급속하게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청원군의 한 지역인사는 “양 시·군의 재정상 부담스럽겠지만 수혜자가 학생과 노인층임을 고려하면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는 복지비용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청주청원통합의 분수령이 되고 양 지역의 상생발전에 따를 성장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오는 10월부터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가 실시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지만, 아직 충북도의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청주·청원 통합운동에 앞장서 온 청주시 사회단체 관계자는 “이 지사가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하고 있음에도 도의 재정적 지원이 없다면 생색내기로만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원=심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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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도안신도시 내 5블록 트리풀시티 아파트에 대한 건축심의가 보류됐다.
21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6일 열린 도안신도시 5블록 아파트에 대한 건축심의에서 문화재 보전대책 보완 등을 이유로 승인이 보류돼 소위원회로 심사를 넘겼다.
심사위원들은 아파트 단지에 있는 고려시대 연못 유적(933㎡)의 보전과 관리 방안을 강화하고 주변 시설과의 이격거리 등을 둬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전도시공사는 연못 유적지를 5m 이상 복토(흙덮기)한 뒤 그 위에 연못지를 재현하고 정자와 벤치 등을 설치해 입주민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연못 유적지 발견으로 당초 계획됐던 지하 주차장을 설치하지 못하고 정자와 벤치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하는 데도 수억 원이 들 것으로 보여 다소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도시공사는 지난 2009년에도 도안신도시 9블록 트리풀 시티 아파트를 건립하면서 고려시대 집터 유적이 발견, 100여 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던 한 개동 전체의 건립을 취소해 300억 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
이에 따라 일부 계약자들은 도시공사체 소송을 제기, 1심에서 도시공사가 승소했으나 2심에서는 패소해 현재까지 이를 두고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도안신도시(1단계) 내 공동주택 용지 19개 블록 중 대전도시공사가 개발하는 두 곳에서만 문화재가 발굴돼 도시공사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대전도시공사는 발굴 문화재에 대한 보전대책을 보완해 건축심의를 받은 뒤 오는 10월 전용면적 84㎡(구 33평형) 규모의 중소형 아파트 1224가구를 일반에 분양할 계획이다.
박한진 기자 adhj79@cctoday.co.kr
충북경제자유구역에서 오송1산단, 오창 등 일부 지구가 제외되는 등 전면적인 수정 보안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김종록 충북도정무부지사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지식경제부에서 열린 제43차 경제자유구역위원회 민간전문가 평가단은 오송1산업단지와 오창2산업단지의 분양률이 각각 88.7%, 77%에 달해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실효성이 없다는 내용의 충북경제자유구역 평가 결과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도는 지난 3월 15일 제출한 오창BIT융합지구, 오송바이오밸리, 청주국제공항 항공정비복합지구, 청주테크노폴리스, 증평그린IT전문단지, 충주에코폴리스 등 4개 시·군 6개 지구 25.95㎢를 경제자유구역 예정지구로 하는 내용의 '충북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수정안'에 대한 평가단의 각 지구별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청주테크노폴리스는 “입지는 좋지만, 사유지가 많아 수익성이 낮고 개발을 위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가 어렵다”고 평가했다. 오송바이오밸리는 오송1산단은 88.7%가 분양이 완료됐고, 외국인 투자를 위한 용지공급 곤란, 오송역세권은 외국의료기관 유치 법적요건 미비 등이 지적됐다.
오창 BIT지구(오창2산단)는 분양률이 77%에 이르고, 산업용지는 이미 분양이 완료돼 부적합하다고 지적했고, 청주국제공항 항공정비복합지구는 '사유지 비중이 높고 지구지형 상 향후 확장이 어려운 부지조건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증평그린IT전문단지는 “구체적인 외국인투자계획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충주에코폴리스는 개발계획 내용이 미흡하고, 친환경계획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평가단은 현재의 개발계획으로는 경제자유구역의 기본취지 및 지정요건에 부합하지 않다는 충북경제자유구역 개발계획안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다만, 개발컨셉 및 내용조정, 부적합 지구의 제척 및 면적 조정 등을 통해 발전 가능성과 재원조달이 가능한 일부 지구에 한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도는 오송1산단과 오창2산단을 충북경제자유구역에서 제외하는 등 평가단이 지적한 지구별 문제점을 보완해 10월경 지식경제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도는 지역국회의원들에게 국회에 계류 중인 관련법안 국회 통과 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평가단 평가결과 지적된 문제점 해결을 위한 도정정책 자문단 전략회의를 열어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엄경철 기자 eomkc@cctoday.co.kr
대학가의 고질적인 논문표절 관행에 교육당국이 철퇴를 내려 대전·충남지역 대학가에 파문이 일고 있다.
또 총장처럼 대학운영을 책임지는 수장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논문 표절과 도용, 연구비 횡령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일 제4차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를 열고 강릉원주대가 추천한 총장 임용후보자 2명에 대해 논문 표절 등 연구윤리 위반을 이유로 임용제청을 거부했다. 국립대가 추천한 총장 임용 후보자에 대해 교육공무원인사위가 연구윤리 위반 행위를 이유로 임용 제청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해당 대학은 재선거를 통해 후보자를 재추천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해 학사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과부는 국립대 수장인 총장의 경우 학내 연구부정행위 방지와 공정한 연구윤리를 확립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 더욱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돼 임용 제청 거부와 재추천을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학은 지난 4월 실시된 총장 선거에서 최다 득표자와 차점자를 총장 후보자로 교과부에 추천했었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총장 후보자의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고, 신임 총장 후보자의 연구 부정행위 등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검증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두 후보자의 논문과 저서에서 모두 논문 표절과 중복 출판 사실이 확인됐다.
각주 표시가 없거나 머리말이 거의 똑같고 책의 구성을 보여주는 목차가 소단원까지 유사하고 제시된 예제도 거의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직원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총장 임용 후보자가 논문 표절 사유로 임용 제청이 거부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대학가에서는 적지 않은 충격파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동안 각 대학별로 논문 표절과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암묵적으로 만연된 표절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대학 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소속 교수들의 연구윤리를 바로 잡아야 할 총장 등에 대해서는 총장 선거 과정에서 논문표절 등 학자로서의 양심을 지켰는지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당국이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규칙’을 제정, 시행하고 대학별로 연구윤리지침을 마련, 운영하고 있지만 논문중복게재와 표절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총장 선거 후보자들의 경우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순 기자 ra11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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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북 보은 삼년산성이 1500년 전 성벽을 그대로 간직한 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충북도는 삼년산성을 비롯, 충북지역 7개 산성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중이다. 이형규 기자 | ||
신라 자비왕은 470년 보은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오정산(해발 325m)에 삼년산성(三年山城·사적 235호)을 세웠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삼년산성이라는 이름은 성을 짓기 시작한지 3년 만에 완공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성은 한반도 3000여 개의 산성중 단 한 번도 침략을 당하지 않았다.
충북도는 유서 깊은 보은 삼년산성과 청주 상당산성·충주산성·제천 덕주산성·충주 장미산성, 단양 온달산성, 괴산 미륵산성 등 7개 산성의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추진 중이다.
삼년산성은 1500년 전의 성벽을 그대로 유지한 체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또 지난해부터 대장장이 체험을 들여와 토요일 상설체험이 가능토록 했다. 머지않아 세계문화유산이 될 삼년산성에서 반나절동안 대장장이가 돼봤다.
◆1500년 전 전운은 사라졌다
신라가 수도 경주가 아닌 곳에 '철옹성'을 쌓은 이유는 간단하다. 고구려의 남침을 막고 백제가 한강유역을 차지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서다. 당시 보은을 통하지 않고선 영남으로 남하할 수 없고, 이북으로 진격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더군다나 당시의 전쟁은 성을 교두보로 이루어져 삼국은 성을 축조하는 일에 혈안이 돼 있었다.
성이 축조된 지 84년 후인 554년, 성의 위력을 발휘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삼년산성 출신 무명장수가 백제 성왕(聖王, 재위 523~554)의 의 목을 벤 것이다.
김유신의 조부인 김무력 장군은 장수 도도(都刀)를 불러 신라의 접경지에 투입했다. 마침 백제 성왕이 신라를 습격하고자 보병과 기병 50명을 거느리고 구천(狗川·현재의 옥천)부근에 당도했다.
도도는 매복을 하고 있다가 성왕의 목을 베고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후 신라는 3만 백제군사 중 2만 9600명의 목을 베고 제1품 좌평(佐平) 4명의 목숨을 앗아 대승을 맞았다. 이로 인해 신라는 한강유역의 진출이 용이해졌다. 또한 이 사건을 기틀로 서해안 진출을 꾀해 중국과의 직접교역에 나섰다.
신라가 성의 위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한 적도 있다. 660년 김유신은 백제의 사비성을 함락시켰다. 당시 태종 무열왕은 당나라 황제의 교시 전달식을 자국 영토 내 삼년산성에서 치렀다. 보통 이런 국제행사는 자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승전지에서 여는 게 관례임에도 말이다. 아마도 당나라 황제의 사자에게 견고한 성을 보여 신라를 얕보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함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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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아침 동네뒷산 높이의 오정산에 올랐다. 매주 토요일 9시부터 대장장이 체험이 예정돼 있어 서둘러야 했다. 산은 높지 않지만 급경사다.
그러기를 20여 분 판판한 돌로 쌓은 거대한 성벽이 눈에 들어왔다. 성벽높이는 13~22m, 총 길이 1680m, 폭은 말 두필이 지날 정도인 7~8m에 이른다. 주 출입구인 서문에 당도하자 성 한가운데 천막으로 지은 체험장에서 준비가 한창이다. 유동열 보은대장간 전수자가 "준비가 덜 됐으니 성을 한번 둘러보라"며 손을 바삐 움직인다.
서문에서 남문, 동문과 북문으로 이어지는 트래킹 코스에 올랐다. 각 문은 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지만 수비에 중점을 뒀다는 점은 동일하다. 서문은 주 출입구로 현재는 주춧돌로 당시의 모습을 가늠할 수 있다. 삼년산성의 서문은 안에서 밖으로 열린다. 우리나라 어느 성에도 이런 형태의 문은 없다. 적이 입성하려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게다가 서문의 좌우측 성벽에 곡성(치성)을 만들어 초병이 적을 발견하고 공격하게 만들었다. 서문 앞에 쌓여있는 무너진 돌무더기는 옹성의 흔적이다. 옹성은 성을 지키기 위한 성이다. 적이 서문으로 진입할 때 서문과 옹성에서 동시에 공격이 가능하다. 신라인들은 길과 저수지를 이용해 이중, 삼중의 방어막을 구축했다. 40여 년 전만 해도 성은 오솔길로 통행했다. 다수의 군사가 진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적은 관문을 뚫고 온다고 해도 성문 바로 앞 깊이를 알 수 없는 '아미지'라는 저수지로 빠지게 된다.
성벽을 따라 길을 오르면 보은 전경이 바라보이는 남문이다. 남문의 밖은 절벽이다. 이 문은 창문형 문으로 5m가 넘는 사다리가 있어야만 접근이 가능하다. 남문은 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선 맑은 날엔 보은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백제의 노고산성도 눈에 닿는다.
여기서 다시 20여 분을 걸으면 무너진 성벽이 보인다. 현재 복원 작업 때문에 출입을 금하고 있는 동문이다. 굴삭기 등 중장비와 번호표가 붙은 복원용 석재 무더기를 문 대신 볼 수 있다.
이제부터 오르막이다. 20분을 더 북진하면 북문이 나온다. 'ㄹ'자 석축을 쌓아 작은 미로를 만들었다. 이렇게 성벽을 따라 걷는 데만도 1시간 30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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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규 기자가 대장장이 체험장에서 목걸이를 만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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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내리쳐 만든 목걸이
성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니 화덕에 불이 붙었다. 대장장이 유 씨는 연신 풀무질을 하고 있었다.
유 씨가 시범을 보였다. 손가락만한 쇠붙이를 화덕에 넣고 달궈졌을 때 꺼내 비틀고 두들겨 원하는 모양을 잡기만 하면 그만이다. 적잖이 실망했다. 도착하기 전 '호미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 때문에… 유 씨는 "호미를 만들 수 있으면 대장간을 차려도 될 것"이라며 "일단 해보고 그런 말을 하라"고 채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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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7㎝정도의 목걸이다. 기자는 부모님과 본인의 띠를 도장으로 새겼다. 체험을 마치자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선무당인 것을 티라도 내듯 팔 군데군데 덴 자국도 보였다.
그 옛날 성을 감쌌던 전운은 이제 온데간데없다. 1500여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한가로이 망촛대 바람에 흔들리는 성안에는 관광객들의 어설픈 담금질 소리와 망치질 소리가 웃음소리와 뒤섞여 울린다. 분쟁의 흔적이 평화로움으로 옷을 갈아입은 곳. 재차 이곳을 방문할 때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푯말이 꽂혀 쇳소리와 성벽에 기운을 불어 넣었으면 한다.
삼년산성(보은)=이형규 기자 knife4026@cctoday.co.kr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 중인 연-학 통합에 대한 논란이 현 정권의 과학기술 정책 전반에 대한 반발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교과부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과 KAIST, 한국해양연구원(이하 해양연)과 한국해양대를 각각 통합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대덕특구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종사자 등 과학계는 이 같은 행보에 대체로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지나친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에 대한 불만 수위도 높이고 있다.
모 출연연 관계자는 “국책 연구의 한 분야를 담당하는 출연연이 현장 검토나 공론화도 없이 통합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이 황당할 뿐”이라며 “돌이켜보면 이번 정권들어 시행되거나 논의된 과학정책도 대체로 다를 바 없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여론은 현재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 주도로 진행 중인 각 출연연의 강소형 연구소 개편 작업과, 올 초까지 추진되던 출연연 법인 통폐합 등 현 정권의 과학정책 전반에 대한 질타로 연계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형인 강소형 연구소 개편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제시된지 한 달여 만에 전격 추진되는 것이어서 소통 부재와 졸속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대덕특구 내 한 출연연 종사자는 “거의 모든 국가 연구기관의 조직을 전면 개편하는 작업을 마치 군대식 명령처럼 한 달 만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과학계가 처한 상황”이라며 “작년에는 출연연을 다 합친다며 국과위를 만들기도 했는데, 도대체 어떤 철학으로 과학계를 이끌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역시 최근 과학계에서 전개되고 있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국회 교과위 소속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과학기술 연구현장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출연연의 구조조정에 청와대까지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임기 말 성과에 급급해 과학기술계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재탕삼탕’의 해묵은 정책을 추진하려 하는 것은 한심하고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좌지우지하는 과학기술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성과에 급급한 졸속 추진이며, 다음 정권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도록 여기서 멈춰야 한다”며 “지금 과학계가 바라는 현안은 구조조정이 아니라 PBS(연구과제중심제도) 개선과 연구의 독자성, 자율성 확보”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그러나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를 둘러싸고 당정 간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해 향후 부담으로 남게 됐다.
당·정·청은 이날 국회 귀빈식당에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김황식 국무총리,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위 당정협의회를 갖고 내년도 예산 편성에 민생과 관련한 예산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당에서는 정책위의장,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당 정책위와 관계장관들이 지속적으로 협의해 정부 예산안 편성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민생예산이 반영돼 국회로 제출되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정·청은 또 대학등록금 완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향후 소득구간별 차등지원과 대학구조 조정을 병행하는 방안을 당정 협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당이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당정이 조속한 시일내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마련해 실시키로 했다.
반면 당정은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와 관련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앞으로 추가 감세는 더 없다”며 “당의 입장이 확고하니 정부에서도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재환 기획재정부 장관은 “앞으로 당과 긴밀히 논의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는 등 구체적인 정부 입장을 회피했다.
서울=방종훈 기자 bangjh@cctoday.co.kr
대전 대덕구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의 대덕문예회관 대관요청을 근거 조례도 없이 자의적으로 불허해 불통 행정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20일 “대덕구가 ‘민주노총을 공공질서의 유지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단체’로 규정하며 대덕문예회관 대관 신청을 불허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보도 자료를 통해 “민주노총은 ‘노동자의 합창’이라는 행사를 대덕문예회관에서 개최하기 위해 대덕문화원에 대관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노동단체에는 대관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관할 행정기관인 대덕구 홍보문화팀 담당자와의 전화통화 과정에서도 노동단체에는 대관을 할 수 없다는 내부 규정을 갖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나 “관련 조례를 확인했지만 내부 규정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조례내용은 없었다”며 “구청 실무 담당자가 밝힌 내부 규정은 ‘정치, 종교 등의 단체’를 말하며 민주노총은 정치성향의 단체에 해당하기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팀장과의 통화에서도 공공질서의 유지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대관을 불허한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이처럼 편파적이고 아전인수식 행정집행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 조례에도 없는 임의 규정을 만들고 이에 대한 해석조차 ‘홈페이지를 보니 정치성향의 단체로 보여 대관할 수 없다’는 식의 근거 없고 편파적인 아전인수식 행정집행을 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을 공공질서의 유지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단체로 표명한 대덕구가 그동안 노동자와 노동단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왔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라 설립·신고된 합법적 단체”라고 전제한 후, “이번 기회에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대덕구의 편향적인 인식과 태도를 반드시 뜯어고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오는 25일 대덕구청장과 면담을 요구한 상태이며, “만약 면담이 거부될 경우 강력한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대전본부 박종갑 비정규사업국장은 “지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신당의 대전시장 선출대회, 즉 정당행사도 가능했다”면서 “그런데도 민주노총을 정치성향의 단체로 매도하고 대관을 불허한 데 대해 항의 방문 등 다각적인 후속대책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희철 기자 seeker@cctoday.co.kr
21일 하이닉스반도체에 따르면 지난 2분기 2조 7580억 원의 매출액과 447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달러 기준매출은 증가했지만, 적용환율 하락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매출액 3조 2800억 원, 영업이익 1조 160억 원)보다 매출액은 16.0%, 영업이익은 56.0% 감소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전분기에 비해 매출액은 1.0%가 감소한 것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38.0%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73.0% 증가해 침체된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는 분석이다.
하이닉스는 2분기 초반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일본 지진 이후 공급 차질을 우려한 단기적인 수요 상승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급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고, 수요는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2분기 중반 이후에는 수급이 악화되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하이닉스의 올 2분기 평균 판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D램의 경우 1% 하락했으며, 낸드플래시도 19% 하락했다. 반면 출하량은 D램의 경우 전 분기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낸드플래시는 36% 증가했다.
하반기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계절적 성수기 진입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 및 세계 경기 회복세 둔화 등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도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세공정 전환 및 최적의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해 후발업체 대비 경쟁력 격차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현 기자 cooldog72@cctoday.co.kr
| 속리산(俗離山)은 이제 세상(俗)과 떨어진(離) 산이라는 이름답지 않게 속세와 친밀한 산이다. 본디 '속리'란 사람들과 멀어짐으로써 얻어진 이름일 터인데, 휴가철 속리산은 단 하루라도 '속리'하고픈 사람들로 들끓는다. '속리'하고자 하는 욕망들이 모여짐으로써 '속리'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산행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다. 숙소와 맛집이 즐비한 속리산 들머리에서 온전히 '속리'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단 하루라도 '속리'하고픈 외지인들의 욕망을 막을 명분도 없다. 그 욕망이 사라지는 순간 속리산에 기대어 사는 주민들의 밥줄도 끊긴다. 이 지역의 한해 미곡 소출량으로 주민들의 입을 모두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밥은 결국 '속리'보다 신성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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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병산은 그간 속리산의 명성에 가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다. 지난 1990년대 충청북도가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의 '충북 알프스' 코스를 개발한 이후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긴 했지만, 구병산은 여전히 속리산보다 더 '속리'하다. 구병산 중턱에 깃든 마을 구병리 또한 그러하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 ||
고속도로가 가지를 쳐 산맥을 동강내 시·군 단위지역을 종횡하고, 국도와 지방도가 모세혈관처럼 산하를 휘돌아 동·리 단위지역을 잇는 작금에 이르러 '속리'란 단어는 무의미해졌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속리산 그림자에 가려진 여러 봉우리들은 속리산보다 더 '속리'하는 모습을 보여줘 종종 사람들을 놀래게 만들곤 한다.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그중 속리산 남쪽 국도변에 자리 잡은 구병산은 '속리'라는 단어의 의미를 잘 간직한 곳이라 할만하다.
구병산(876m)은 속리산(1058m), 금적산(652m)과 더불어 보은의 삼산(三山)이다. 그중 속리산은 지아비산(夫山), 구병산은 지어미산(婦山), 금적산은 아들산(子山)으로 불린다. 아홉 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뤄져 구봉산으로도 불리는 구병산은 그간 지아비산의 명성에 가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다. 지난 1990년대 충청북도가 속리산과 구병산을 잇는 43.9㎞의 '충북 알프스' 코스를 개발한 이후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긴 했지만, 구병산은 여전히 속리산보다 더 '속리'하다. 구병산 중턱에 깃든 마을 구병리 또한 그러하다.
속리산국립공원 구역 밑자락 삼가저수지를 끼고 좁은 오르막을 따라 2㎞가량 땀을 빼면, 군더더기 없이 우뚝 솟아오른 소나무 줄기들이 외부인을 맞는다. 마을 입구에 군락을 이룬 노송들은 마을을 더욱더 '속리'스러워 보이게 만든다. 구병리의 마을 숲, 송림원이다. 숲엔 상수리나무도 몇 그루 뒤섞여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점종(優占種)은 소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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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0여년 수령(樹齡)의 소나무 80여 그루로 형성된 자그마한 숲이지만 심심산중에 스며든 숲이다 보니 그리 작게 느껴지진 않는다. 외려 산세와 포개져 깊고 그윽한 멋을 풍긴다. 산자락에 깃든 마을 숲이지만 평지의 마을 숲들과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수구막이 숲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경사진 길을 따라 올라서서 숲에서 벗어나면 소박한 모양새의 집들이 옹기종기 내려앉은 그림 같은 마을이 펼쳐진다.
숲에서 숲보다 외부인들에게 더 유명한 것은 이곳의 특산주인 송로주(충북도 무형문화재 제3호)다. '동의보감'은 송로주가 관절신경통에 좋다고 기록하고 있다.
송로주를 마시면 장수할 수 있다는 속설도 전해지는데, 과연 그 속설이 옳은지 구병리에선 희수(喜壽), 미수(米壽)를 넘긴 촌로들을 마주치기 어렵지 않다. 물론 구병산의 깨끗한 물과 공기야말로 가장 큰 무병장수의 비결일 테지만 말이다.
송로주를 빚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일단 누룩과 멥쌀가루를 1대1로 섞어 섭씨 30도에서 사흘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여기에 구병산 소나무 옹이를 얇게 썰어 넣고, 복령(茯笭·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의 일종)을 알밤 크기로 깎아 엿기름과 뒤섞는다.
이를 2주간 발효하면 송절주가 빚어지는데, 이 송절주를 증류하면 송로주가 고리를 타고 흘러나온다. 송로주의 알코올 도수는 48도로 민속주 중에서도 최고의 독주에 속한다. 그러나 잘 빚어진 증류주들이 그러하듯 그 맛이 잡스럽지 않고 향기로우며 깔끔하다. 애주가들은 솔바람 드는 그늘 아래 술 익는 초당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보은은 예부터 정감록(鄭鑑錄)에 전해지는 십승지지(十勝之地·전쟁과 굶주림을 피할 수 있다는 길지) 중 하나다. 19세기 중엽이후 풍수도참 말고는 기댈 곳 없던 민초들이 개화와 외세 침략의 소용돌이를 피해 구병산 중턱으로 숨어들었다. 한국 전쟁 당시엔 이북서 피난 온 사람들도 마을로 파고들었다. 마을에선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집된 사람이 없었고, 한국전쟁 당시에도 상한 사람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국토 구석구석이 유린당하는 동안에도 이곳만큼은 오롯이 평안을 유지했던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농촌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병리에선 소폭이나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도회지의 팍팍한 삶을 정리하고 마을로 들어와 안토(安土)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 것이다.
마을 꼭대기에서 아래를 굽어본다. 마을은 소의 자궁을 닮은 지형 때문에 우복동(牛腹洞)이라고도 불린단다. 좌청룡 우백호 따위의 풍수적인 분석이나 십승지지라는 후광이 없어도 한눈에 마을이 명당자리를 꿰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낮 도참(圖讖)에 실려 떠도는 이야기라고해서 우습게 여길 일이 아니다. 매년 2월 주민들은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구병산 산신에게 제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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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송 줄기마다 담쟁이 덩굴이 앙증맞고, 루드베키아 꽃이 숲 곳곳에서 노란 꽃잎으로 환하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 ||
지난 2001년엔 행정자치부가 마을을 '아름마을'로 지정했다. 이후 3년 동안 13억 원을 지원받아 생태마을로 탈바꿈한 마을은 숨겨진 휴양지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다. 부쳐 먹을 땅이 적어 생계가 만만치 않았던 마을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활기의 절정은 가을이다.
해마다 9월이면 메밀꽃이 눈송이처럼 화르르 일어나 마을 뒷산을 하얗게 덮는다. 축제가 열린다. 메밀꽃은 사발 속에도 피고 주전자 속에도 핀다. 꽃이 피면 마을엔 사람들이 넘쳐나고 메밀전과 막걸리도 곰살가운 인심처럼 넘쳐난다. 매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마을에서 흐드러진 메밀꽃을 안주 삼아 취해서 집으로 돌아간다.
한낮 더위를 피해 숨어들었던 산바람과 골바람이 길 따라 내려온다. 구병산 꼭대기 풍혈(風穴) 속에서 몸을 식히기라도 했는지 바람은 열기에 지친 살갗을 이물감으로 간질인다. 산이 어스름을 하늘가에 토해내기 시작했다. 며칠 새 젖은 나무들이 구름 걷힌 오후 햇살 받아 비린 안개 속에서 빛났다. 여름의 한가운데다.
보은=정진영 기자 crazyturtle@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