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는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추석 대목을 앞두고 택배업계가 밀려드는 배송량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6일 오후 8시. 추석을 6일 앞두고 찾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에 위치한 청주우편집중국.

이곳은 지난 6일부터 추석맞이 특별기간으로 70여 명의 직원들이 평소보다 2배가 넘는 물량을 분류, 배송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곳에서 하루 평균 처리하는 소포량은 2만 5000개 정도지만 이번 추석 특별수송기간 동안에만 하루 5만 개의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미 어둠이 깔린 시간이지만 1만 909㎡(3300평)규모의 작업장에서는 전국 25개 지역으로 보내질 물품을 분류하느라 마치 대낮을 방불케 했다.

연신 굉음을 내며 돌아가는 물품분류기에는 각지에서 공수된 특산물들과 추석 선물세트가 각각 제자리를 찾아 진열되고 있었다.

모든 작업이 기계화 작업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분류돼 나오는 물품정리와 화물차로 운반하는 작업은 모두 직원들의 몫이다.

청주우편집중국은 이번 추석 특별수송기간을 위해 추가 신규인력 30여 명을 채용, 근무 중인 사무실 직원 45명까지 모두 70명의 특별소통인력을 배치했다.

직원 김모(청주시 흥덕구 수곡동·21) 씨는 "하루 15시간씩 근무를 해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며 "산더미 처럼 쌓여있는 선물세트들을 보며 명절 분위기를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일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보은대추나 감, 복숭아 등 과일류가 대부분을 차지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사과와 생필품이 주를 이뤘다.

오후 8시 30분. 땀에 흠뻑 젖은 직원 70여 명은 자동분류기기가 선별한 물품에 붙은 상품 코드번호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2012년 새 도로명 전면시행에 앞서 부분적으로 시행 되고 있는 새 도로명 주소에 따라 상품 코드번호를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고 세심한 작업이다.

자칫 이 부분에서 실수가 발생할 경우 정확한 물품배송이 이뤄지지 않아 반송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신선도를 중요시하는 상품일 때에는 상품자체의 질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세우 총괄계장은 "과일과 채소값 폭등으로 인해 생필품 위주의 선물세트가 예년보다 다양해졌다"며 "모든 절차가 전산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발송에는 차질이 없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cooldog72@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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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지역정가에서 ‘아군끼리의 회식’이란 지적을 받았던 충북도의회와 시민단체간 오찬간담회의 비용처리를 놓고 의회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도의회가 70만 원에 가까운 점심값을 의장 업무추진비로 지급하려다 집행과정에서의 차질이 생긴데다 자칫 선거법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4일동안 외상을 지게 된 것.

충북도의회는 지난 13일 청주의 한 식당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1시 30분 경까지 '충북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소속의 김형근 의장 등 의장단과 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 경실련, 민예총 충북지회, 전국농민회 충북도연맹, 전교조 충북지부 등 도내 25개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제의에 따라 이뤄졌으며, 오찬비용은 1인당 1만 2000원 상당의 한정식을 먹어 70여만 원이 나왔다.

의회는 이날 오찬비용을 의장 업무추진비용 법인카드로 결제하려다 식당 측의 양해를 얻어 일단 외상으로 처리했다.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으로 인해 처리절차가 필요했고, 자칫 공직선거법위반 논란소지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사무처는 이튿날부터 점심값 지불을 놓고 ‘해답찾기’에 나섰다.

참석자 명단을 증빙서류에 기재하고 업무추진비로 처리할 경우 자칫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자존심 문제가 걸리고, 사정을 설명하고 ‘더치페이’를 하자기에는 의장을 비롯한 도의회의 체면이 구겨지게 되는 형국이었다.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의회사무처는 충북도 총무파트를 찾아 자문까지 구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나눠 결제할 수도 있지만 의회사무처는 공직선거법위반 논란의 싹을 자르는 취지에서 시민단체 측에 점심값은 각자 지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른바 ‘더치 페이(Dutch pay)’를 택한 것이다. 도의회와 시민단체측은 간담회가 열린지 4일만인 16일 오후가 돼서야 외상값을 지불했다.

‘더치페이’ 결정으로 시민단체에 다소 체면이 서지 않게 된 김형근 의장은 의회사무처에 “그냥 시원하게 의회에서 사주지 그러느냐”며 서운함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오찬비용지급과정에서 다소 차질이 생겨 말들이 나온 것 같다”며 “16일 오후 외상값을 모두 지불하고 잘 마무리됐다. 의장님은 (의회사무처에) 약간 서운한 기색을 보이셨다. 앞으로는 식사형태의 간담회는 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도의회 역사상 최초의 시민단체 간담회 개최’라고 대외적으로 자랑한 이번 만남은 득보단 실이 컸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부분 진보성향의 특정단체로 알려져 간담회가 편향된 자리였다는 지적을 받았고, 점심값 지불문제 역시 결국 조소거리가 됐다는 게 이유다.

한 지역정가의 인사는 “점심값을 누가 내느니 마느니 하는 게 마치 어린아이들 소꿉놀이하는 것 같아 우습다”면서 “‘아군끼리의 회식’이라는 조소적 표현까지 나돌았던 간담회를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전했다.

하성진 기자 98seongj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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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교 내신제도가 현행 상대평가 방식에서 오는 2014년부터 원점수와 평균점수, 표준편차, 과목별 이수 학생 수만 공개되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7일 예정된 월례 토론회에서 현행 9등급 상대평가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고교 내신제도 선진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교육과정선진화연구에 참여해온 대학교수, 교원단체 등은 월례 토론회를 통해 우선 2012~2013년 일부 전문교과 등에 대한 내신 9등급제를 폐지한 뒤 2014년부터 전 교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내신제도 개선방안 추진은 2006년부터 운영돼 온 상대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지나친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개편안에 맞춰 2학기 전국 74개 고교를 시범학교로 선정해 소인수 과목(수강 학생 13명 이하)에 제한적으로 내신 9등급제를 폐지해 운영토록 하고 있다.

교과부는 모든 과목을 선택형으로 전환하는 2009개정교육과정이 전면 시행되고 과목별 성취도 기준이 완성되는 2014년부터는 절대평가를 일선 고교 전면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롭게 도입되는 내신제도에서는 평가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뀔 뿐 아니라 기존 수우미양가 등급 대신 성적이 원점수, 평균점수, 표준편차, 과목별 수강생 수 등 4가지로만 표기된다.

하지만 이는 지난 2006년 일선고교들의 '내신 부풀리기' 부작용에 대한 대안으로 마련된 상대평가제가 8년 만에 사실상 전면 폐지되는 것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교육계 일각에선 과거 문제가 됐던 내신 부풀리기가 성행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연구관계자는 “2007년부터 학교정보공시제도가 시행돼 이미 각 학교의 평균점수가 공개돼 있다.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교과부 역시 일부 대학이 내신 등급제가 폐지된 것을 악용해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적용, 학생을 선발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고 보고 공통적인 내신성적 산출식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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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가 마주친 절경에 우리는 ‘와우(wow)’를 외친다. 그러나 요즘엔 ‘와우’ 대신 '올레(olleh)'를 외친다. 언제부터인가 올레는 하나의 여행 트렌드가 됐다.

너도나도 올레 길을 찾아 떠나고, 올레를 보고난 뒤 경배한다.

걷기인구 1000만 명 시대. 걷기산업 7000억 원대, 전국 200코스의 올레길.

이제는 동네마다 올레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은 곳이 없다. 더욱이 올레를 찾아가다 만난 사찰이나 명소는 여행의 덤이다.

이번 여행은 충청도 올레다.

정확히 말하면 마곡사 인근 태화산 산행이고 솔바람길 순례다. 최근 전국적인 올레 열풍에 맞춰 충남도가 이곳을 올레의 메카 '솔바람길'로 키우고 있다.

천년고찰 마곡사도 보고, 솔바람이 부는 숲길을 걷다보면 발끝은 세상의 모서리를 돌아 행복한 정점에 이른다.


올레는 제주말로 '큰길에서 집 대문에 이르는 아주 좁은 골목길'이란 뜻이다. 지금은 자연친화적인 '트레킹 코스'라는 의미로 바뀌었다. 결국 자연과 눈 맞추며 느리게 걷다 보면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올레는 길의 속살을 보는 것이다. 차로 보지 못했던 풍경들을 마음속의 파인더에 담는 것이다. 제주도에 올레길이 있다면 충남에는 솔바람길이 있다. 충남도는 16개 시·군에 개설될 올레길(산책로) 이름을 '솔바람길'로 통일했다. 그 솔바람길의 중심에 있는 곳이 마곡사 태화산이다.

   
마곡사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해발 423m) 동쪽 산허리에 있는 절이다. 640년(신라 선덕여왕 9년) 자장법사가 창건했는데 대전·충남지역 조계종 70여 사찰을 관장하는 대본산이다. 마곡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마(麻)가 많이 재배되던 골짜기(谷)에 지은 절(寺)에서 비롯됐다고 하기도 하고, 보조국사가 고려 명종 2년에 절을 재건하고 법문을 할 때 설법을 들으러 오는 사람들로 골짜기가 마치 삼밭의 삼(麻)처럼 빼곡하다 하여 이름 붙였다고도 한다. 또 한 가지는 성주산문 개창자인 신라 무염 스님이 중국의 마곡사에서 법을 이어와 마곡사라 했다는 것이다. 택리지나 정감록 등에는 삼재(三災=전쟁·질병·기근)와 팔난(八難=배고픔·목마름·추위·더위·물·불·칼·병란)이 들지 않는다는 십승지지(十勝之地=열 곳의 뛰어난 땅), 또는 몸을 지키기 좋고 오래 살 땅이며 착한 정승과 좋은 장수가 나온다는 명승지로 기록돼 있다.

마곡사로 가는 길은 태화산에서 흘러내려온 맑고 차가운 희지천과 함께한다. 매표소를 지나 절 입구의 해탈문까지 1.5㎞ 가량 희지천변은 푸른 시냇물과 흰 바위의 청정한 노랫소리로 가득하다. 수량이 많고 깨끗해 입수(入水)의 본능을 일깨운다.

   
태극모양으로 휘돌아 나가는 숲길을 지나 마곡사의 정문인 해탈문에 이르면 중앙통로 양쪽 편으로 익살스러운 금강역사상과 해태를 탄 곱상한 문수동자상이 마중한다. 해탈문을 지나야 사바세계를 벗어나 비로소 불교세계에 들어간다고 한다. 희지천을 가로지르는 극락교 아래엔 지바롯데 김태균(한화 이글스) 선수가 보시했다는 거북이 한 쌍이 머리와 등을 내놓은 채 해탈하고 있다. 다리를 건너면 오른편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범종루가 있고, 바로 정면에 보물 799호인 5층 석탑과 대광보전·대웅보전이 아늑한 가람배치를 자랑한다. 대광보전은 100일 기도를 드린 앉은뱅이가 일어나 걸어 나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5층 석탑은 원나라 라마교의 영향을 받아 축조된 독특한 탑으로 세계적으로 3곳 밖에 없다. 탑 왼편 응진전 앞에는 멋들어진 향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백범 김구 선생이 마곡사 승려생활을 기념해 심었다고 알려지고 있다. 지금은 상사화가 사찰 곳곳을 수놓고 있다.

대광보전 현판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문인화가인 강세황, 대웅보전은 신라의 명필 김생의 글씨라고 알려져 있고, 영산전(보물 800호)은 김시습을 만나러왔던 세조가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며 남긴 글씨라고 하니, 역대 명필들의 글씨 감상은 덤으로 얻는 즐거움이다. 특히나 대웅보전은 단청이 바래 고즈넉한 기풍이 돈다.

   
마곡사는 템플스테이(Temple Stay)로도 유명하다. 주말을 제외하고 연중 상시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이곳 템플스테이에는 불교의 교리를 강요하는 어떤 노력도 없다. 108배, 참선, 발우공양의 의무가 없는 그래서 '휴식형'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템플스테이다. 1박2일 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혼자' 생각하는 것이다. 새벽 예불, 참선, 발우공양의 참여 여부를 택하는 것은 모두 참가자의 몫이다. 서로의 마음을 나눔으로써 나의 마음을 반추해보는 '자비 명상 템플스테이'와 산길을 맨발로 걸으며 마음을 조절해 자연을 즐기는 '맨발 산행'이 가능하고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욕망에서 벗어나서 잠시 고요한 산사에서 수행자의 삶을 체험한다.(인터넷 홈페이지 www.magoksa.co.kr나 전화(041-841-6226)로 신청)

태화산 산행은 보통 은적암 입구에서 시작한다. 제1코스는 마곡사~은적암 입구~영은암~활인봉~제2코스 갈림길~나발봉~유물관~마곡사, 또는 마곡사~은적암 입구~백련암~마애불~활인봉(약 3시간 소요), 2코스는 마곡사~은적암 입구~활인봉~주능선 갈림길~샘골~마곡사(약 2시간 소요), 3코스는 마곡사~백련암~영은암~마곡사(약 1시간30분 소요)다. 솔바람길로 정한 6코스는 ①마곡사 가는 길(마곡사 관광지~천연송림욕장 2㎞), ②백범 명상길(천연송림욕장~은적암~백련암~활인봉 2㎞), ③명상 산책길(활인봉~생골길~아들바위 1.5㎞) ④솔잎 융단길(아들바위~나팔봉 1.5㎞) ⑤황토 숲길(나팔봉~전통불교문화원 2㎞) ⑥불교문화 유물길(전통불교문화원~마곡사 2㎞)이다. 이 가운데 '백범 명상길'(19㎞)은 백범 김구 선생이 일본인에게 시해당한 명성왕후의 원수를 갚기 위해 1895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마곡사로 도피해 구국의 의지를 불태우면서 거닐었던 소나무숲 길이며, '솔잎 융단길'은 융단 모양의 솔잎으로 뒤덮인 오솔길로 맨발 산책길로 적합하다. 목재데크길, 백범교, 야생화로 단장된 쉼터 등을 조성해 절경을 즐기며 운치 있게 산책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단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올레 길은 기계를 사용해서 길을 내지 않아야 하는데 곳곳에 돈으로 밀어붙여 만든 흔적이 역력하다. '놀멍 쉬멍'(놀며 쉬며), '꼬닥꼬닥'(느릿느릿 천천히) 손으로 돌을 옮기고 땅을 고르지 않고 '공구리'를 친 느낌이 든다.

   
우리 일행은 1코스를 택했다. 가장 긴 코스이지만 태화산의 깊은 정취를 모두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백련암으로 가는 길은 적송들의 군락지다. 수령이 반세기는 족히 넘어 보이는 송림은 8등신의 미녀처럼 붉은 종아리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 이채로운 것은 마곡사를 등지고 태화산 안쪽으로 접어들면 소꿉놀이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박혀있다는 점이다. 속세를 떠난 듯 마을은 침잠한다. 논두렁은 정겹고 싱싱한 채소밭도 청정하다. 물론 봄의 산사 풍경과 주변 경치가 빼어나 ‘춘(春)마곡’으로 불리는 것을 보면 가을 초입의 산세는 조금은 초라해 보인다.

백련암은 가파른 오르막을 이겨내야 볼 수 있다. 백범 선생이 3년 동안 속세를 등지고 승려 생활을 했던 이곳은 마곡사의 부속 암자다. 백범은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물도 긷고 장작도 패며 6개월 동안 스님생활을 했다. 백범의 정기가 흐르는 듯 백련암의 풍치는 정적이고 애잔하다. 이곳의 약숫물은 적당한 냉기를 품어 달짝지근하다.

백련암과 은적암을 돌아보는 길엔 온통 밤나무 길이다. 알밤의 특산지임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주시의 알밤줍기 행사는 밤 줍기 외엔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데 사람들이 몰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낸 돈만큼 밤을 주워갈 수 있어서다. 더구나 천안~논산 고속도로에 대전~당진 고속도로, 서천~공주 고속도로가 개통돼 사통팔달 접근성이 좋아 많이들 찾는다. 공주 햇밤은 떫지 않고 달다. 보통 밤은 당도가 15브릭스인데, 공주 밤은 평균 19브릭스다. 19브릭스라면 웬만한 과일보다 높다. 이유는 수분 차이다. 45일 정도 영하 1도에서 숙성시키면 당도는 31~32브릭스까지 올라간다.

태화산은 어찌 보면 겸손한 산이다. 일단 높이가 낮다. 겸양의 미덕을 떠받드는 것처럼 산세는 바짝 엎드려 있다. 산이 야트막해 도보와 등산의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태화산은 어려운 바윗길이 거의 없을 만큼 내내 편안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다운 노송길을 걷는 것도 장점이다. 더구나 등성이만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으면서 여러 개 봉우리를 타고 넘어 좋다. 나발봉과 활인봉 두 봉우리에 정자가 있고, 곳곳에 긴 의자가 놓여 있어 산행 도중 쉬기에 좋다. 좀 가파른 곳에는 통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아 편리하다.

하지만 아무리 낮아도 산이고, 아무리 완만해도 산인 법이다. 일행 중 한 명이 생골길을 오르다 체력이 바닥났다. 이정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코스를 자주 잃어버린 게 화근이었다. 가다보면 민가가 나타나고 막다른 길(사로·死路)이었다. 올레정신을 잊게 했다. 올레란 것이 지도 한 장 달랑 들고 길에 그려진 화살표 표시 따라 걷는 것인데 지도를 봐도 엉뚱한 길로 빠지고, 산세를 훑어봐도 곁길로만 빠졌다. 이때부터 놀며 쉬며 걷는 '올레'는 극기 훈련으로 바뀌었다. 퍼진 동료는 얼굴 색소를 완전히 뺀 얼굴로 일행을 따랐다. 낭패였다. 예습을 하지 않는 올레는 결국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다. 일행은 사력을 다해 능선을 찾아 올랐다. 애초에 길이란 없어 많은 사람들이 걸으면 그것이 길이 된다고 하지 않던가.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는 없지만, 조금은 불편한 것이 올레다. 이때부터는 발로 걷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걷는다. 올레의 초심대로 각자의 속도대로 길을 걸으며 그 위에서 치유 받고 위로한다. 3시간 30분에 걸친 산행은 이후에도 여러 번 길을 잃고 주소를 잃고 헤맸다. 생골서 헤매고 나발봉서 헤매고 마곡사로 돌아오는 길에서도 헤맸다. 가히 산이란 길손에게 함부로 내어주지 않음을 절감했다. 때마침 태화산 북편의 상원계곡을 만나 이 모든 노정(路程)과 사념을 적셨다. 상원계곡은 수량이 넉넉하고 그늘이 넉넉하고 바람이 넉넉하다. 속도는 나지 않았으나, 그 느린 만큼 솔바람길 올레는 충분히 사랑스러웠다.

공주(마곡사)=나재필 기자 najepil@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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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앞두고 빈집털이 사건이 기승을 부리면서 경찰 방범 활동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올해는 유독 긴 연휴로 집을 비우는 가정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전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빈집 창살을 쇠톱으로 잘라내고 들어가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A(46) 씨를 구속했다. A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대전지역 빌라나 다세대주택을 돌아다니며 초인종을 눌러 빈집인 것을 확인, 쇠톱으로 방범창살을 잘라내고 침입해 금품을 훔쳐왔다.

A 씨는 지난해 10월 교도소 출소 후 생계 등의 문제로 범행을 저질러 왔으며, 지난 6일 경찰에 검거될 때까지 모두 15차례에 걸쳐 12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추석연휴를 전후해 빈집털이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시민의 안전 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따라 연휴기간 중 빈집털이 사건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스스로 취약점을 찾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빈집임을 눈치 채지 못하도록 현관 앞 전단지를 이웃이나 아파트 경비원에게 수거를 부탁하고, 우유, 신문 등 배달물은 영업소에 미리 배달 중지를 요청한다.

빈집털이범들은 문보다 창문을 통해 침입하기 때문에 원룸이나 빌라의 저층, 복도식 아파트의 경우 창문 방범창이나 이중 유리로 보강하고, 간단한 경보기를 창문과 현관문에 설치하는 것이 좋다.

또 우편물 배달도 관할 우체국에 우편보관 서비스를 신청하고, 장기간 집을 비울 때는 초인종 전원을 꺼 울리지 않도록 한다.

집안에 보관 중인 귀중품은 가까운 지구대에 보관 요청하거나 비운 집이 불안할 경우 112에 전화를 해 순찰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전경찰 역시 추석연휴를 틈탄 강·절도 사건 발생에 대비, 오는 23일까지 특별방법활동 기간으로 정하고, 범죄 취약지에 경찰력을 집중 배치키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스스로 범죄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변을 세심하게 돌아보고 점검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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