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지역정가에서 ‘아군끼리의 회식’이란 지적을 받았던 충북도의회와 시민단체간 오찬간담회의 비용처리를 놓고 의회 안팎이 시끌시끌하다.

도의회가 70만 원에 가까운 점심값을 의장 업무추진비로 지급하려다 집행과정에서의 차질이 생긴데다 자칫 선거법위반 논란에 휘말릴 수 있어 4일동안 외상을 지게 된 것.

충북도의회는 지난 13일 청주의 한 식당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1시 30분 경까지 '충북 시민사회단체 대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민주당 소속의 김형근 의장 등 의장단과 충북 참여자치시민연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충북 경실련, 민예총 충북지회, 전국농민회 충북도연맹, 전교조 충북지부 등 도내 25개 시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는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제의에 따라 이뤄졌으며, 오찬비용은 1인당 1만 2000원 상당의 한정식을 먹어 70여만 원이 나왔다.

의회는 이날 오찬비용을 의장 업무추진비용 법인카드로 결제하려다 식당 측의 양해를 얻어 일단 외상으로 처리했다.

‘50만 원 이상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경우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해야 한다’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으로 인해 처리절차가 필요했고, 자칫 공직선거법위반 논란소지가 발생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사무처는 이튿날부터 점심값 지불을 놓고 ‘해답찾기’에 나섰다.

참석자 명단을 증빙서류에 기재하고 업무추진비로 처리할 경우 자칫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자존심 문제가 걸리고, 사정을 설명하고 ‘더치페이’를 하자기에는 의장을 비롯한 도의회의 체면이 구겨지게 되는 형국이었다.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의회사무처는 충북도 총무파트를 찾아 자문까지 구했다.

하루 이틀 간격으로 나눠 결제할 수도 있지만 의회사무처는 공직선거법위반 논란의 싹을 자르는 취지에서 시민단체 측에 점심값은 각자 지불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른바 ‘더치 페이(Dutch pay)’를 택한 것이다. 도의회와 시민단체측은 간담회가 열린지 4일만인 16일 오후가 돼서야 외상값을 지불했다.

‘더치페이’ 결정으로 시민단체에 다소 체면이 서지 않게 된 김형근 의장은 의회사무처에 “그냥 시원하게 의회에서 사주지 그러느냐”며 서운함을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오찬비용지급과정에서 다소 차질이 생겨 말들이 나온 것 같다”며 “16일 오후 외상값을 모두 지불하고 잘 마무리됐다. 의장님은 (의회사무처에) 약간 서운한 기색을 보이셨다. 앞으로는 식사형태의 간담회는 피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도의회 역사상 최초의 시민단체 간담회 개최’라고 대외적으로 자랑한 이번 만남은 득보단 실이 컸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참석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대부분 진보성향의 특정단체로 알려져 간담회가 편향된 자리였다는 지적을 받았고, 점심값 지불문제 역시 결국 조소거리가 됐다는 게 이유다.

한 지역정가의 인사는 “점심값을 누가 내느니 마느니 하는 게 마치 어린아이들 소꿉놀이하는 것 같아 우습다”면서 “‘아군끼리의 회식’이라는 조소적 표현까지 나돌았던 간담회를 차라리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전했다.

하성진 기자 98seongj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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