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국토해양부 직원들이 사무실 책상 배치부터 자료 정리까지 주말내에 업무 준비를 마쳐야하는 급박함때문인지 쉴틈없이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다. 세종=이승동 기자 | ||
“주말내내 정리를 마무리하고 월요일부터 정상근무에 들어가야죠.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잖아요.”
30일 오전 찾은 세종시 정부청사 국토해양부 본관. 지난 26일에 이어 과천 정부청사에서 출발한 2차 이삿짐이 도착하는 날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 시대를 시작하는 국토해양부 소속 공무원들의 움직임은 무척 분주했다. 당장 월요일부터 정상 업무를 시작해야하는 상황 탓에, 사무실 책상 배치부터 자료 정리까지 주말내에 업무 준비를 마쳐야하는 급박함때문인지 쉴틈없이 이삿짐을 정리하기 바빴다.
그러나 ‘기대반’ ‘우려반’, 설레임과 불안감은 감추지 못했다.
정상모(39·여) 국토해양부 항공정책실 직원은 “새로운 정부의 시대가 열리는 만큼 새로운 세종의 시대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아직 기반시설이나 교육여건 등이 안정적이지 못하지만 앞으로 차차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이어 박유준(37) 국토해양부 항공산업과 주무관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내려와보니 새건물이고 새집에 온 기분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면서 “지난해 말 집을 마련, 역출근 해왔다. 가족들도 함께 내려와 현재는 안정적이다. 월요일부터 정상적으로 근무하여 부처 이전에 따른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수 있을지는 이전 공무원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지난 9월 투룸을 얻어 생활하면서 역출근을 이어왔다는 국토해양부 정보화 통계담당관실 이희은(36·여)씨 역시 자신보다 아이들 걱정이 앞선다.
그는 “직업이 공무원이니, 마음의 준비는 하고 내려왔는데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유치원이 부족해 아이를 데려오지 못했다. 청사 어린이집도 완공이 안된데다, 완공되더라도 인원이 많아서 뽑기를 해야한다. 이곳에 맡기고 싶은데 뽑기라서... 안되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고 현재 심경을 드러냈다.
이삿짐을 정리하는 직원은 줄잡아 30여 명. 미리 세종으로 내려와 이삿짐 트럭을 기다리고 있던 직원들이다.
청사 내부 복도엔 공사자재들이 널려있는데다 장관실 등을 포함 빈사무실 구석 구석에선 낮잠을 청하는 공사 인부들까지 있어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사무실 정리에 여념이 없었다.
최호정 (41·여) 국토해양부 운항정책과 직원은 “많이 암담했는데, 막상 이렇게 오니까 새로운 마음으로 새울타리를 만들어서 더 열심히 일하고 싶어진다”며 “지난달 가족들이 모두 내려왔다. 가족들도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주 여건에 대해 묻자 일부 공무원들의 표정이 잠시 굳어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A사무관은 “일단 내려와 보니 돈이 문제다. 조치원에 아파트를 구입했다. 두 집 살림을 해야하는데 생활비 등 월 100만 원 이상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지출 증가 등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삿짐 트럭 2000여 대분, 모두 6개 부처 5500여 명이 움직이는 정부 대이동은 앞으로도 한 달간 계속된다.
세종=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