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출근 걱정에 잠을 못 이루겠더라고요. 파업 운운하며 시민을 담보로 임금을 협상하는 모습이 너무 언짢았습니다.”
대전 시내버스노조와 버스운송조합 간 임금협상 힘겨루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가 뭐라해도 시민이었다.
직장인과 학생들은 아침 출근길과 등굣길 걱정에 이들의 협상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밤잠을 설쳤다.
다행히 새벽까지 이어진 마라톤협상 끝에 임금협상이 파업예고 시간을 30분 앞둔 6일 오전 5시 30분 극적으로 타결됐지만, ‘시민의 발’을 담보로 한 이들의 줄다리기에 대한 질타는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5일 오후 2시부터 정부대전청사 충남지방노동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시내버스노조와 버스운송조합 임금협상은 다음날 새벽 5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첫 차 시간을 임박해 가까스로 타협점을 찾아다고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체됐으면 ‘전면 파업’이라는 극단의 선택이 불가피한 순간이었다.
물론 대전시가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해 도시철도 운행을 증가하고, 노선별 전세버스를 투입하는 등 대책을 준비했다고 하지만, 출근길 시민 불편은 예고된 상황이었다.
특히 시내버스에 의존해야 하는 서민들은 과거 2007년 11일간 이어진 시내버스 파업으로 큰 불편을 경험해 본 탓에 예상보다 늦어지는 협상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최 모(29) 씨는 “회사가 거리가 멀어 새벽까지 파업 여부를 확인하려고 하다가, 결국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며 “보다 나은 임금과 복지를 얻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파업을 앞세워 시민을 무기로 협상에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게다가 노사 양측은 이날 대화와 양보를 통해 협상을 조기에 마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서로의 입장만 고집하며 파업예고 시간 직전까지 시민들의 애간장을 녹여 분통이 가중됐다. 실제, 이날 일부 노조원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언성을 높이며 서로 말다툼을 벌이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매년 노조와 사측이 벌이고 있는 버스파업 소동을 예방할 수 있는 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그동안 시내버스가 준공영제로 운영되다 보니 다른 지역보다 분쟁이 많은 편은 아니며 노조도 공공의 이익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노사분쟁은 서로 의견이 다르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지만, 시내버스 파업은 시민불편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시에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빠른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시내버스 노조와 버스운송조합은 임금을 3.75% 인상하고, 정년을 58세에서 59세로 1년 연장하는 내용의 협상안에 합의하면서 당초 예고했던 파업까지는 이르지 않게 됐다.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