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의 조상' 척박한 호수위 백조처럼 날다 | ||||||||||||||||||||||||||||||||||||||
[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 몽골을 가다]⑤서서히 내몰리는 개리의 아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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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에 관심이 있는 탐조가나 전문가들에겐 귀에 쏙 들어오는 이름이지만 여간해선 '잘 모른다'는 대답이 일반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개리는 겨울철 한강·임진강 하구에 가야 볼 수 있는 희귀 조류다. 전 세계적으로 5만 마리 정도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리는 갯기러기를 줄여 부른 이름이다. 'Swan Goose'라는 영문명으로 풀어보면 백조같은 거위의 모습을 보인다. 아주 오래 전에 야생 개리를 잡아 집에서 키웠는 데 이렇게 가금화 된 것이 지금의 거위라고 한다. 한마디로 개리는 거위의 조상인 셈이다. 이런 연관성 때문인지 개리는 거위와 생김새가 많이 닮아 있다. 목 앞쪽의 밝은 갈색과 뒤쪽의 어두운 갈색이 목의 중앙을 따라 뚜렷한 경계를 이루는 데 이런 특징은 거위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나 습성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개리의 길고 날렵한 부리와 머리 모양은 대부분 오리과 새들이 두툼한 형태의 부리를 가진 것과 대비된다. 순전히 먹이를 먹는 습성 때문이다.
겨울철, 이 곳에 가면 개리가 긴 목을 쭉 빼고 갯벌 깊숙한 곳까지 머리를 쳐박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매자기 풀의 덩이 뿌리를 골라먹는 것이다. 땅을 파기 위해 길고 날렵한 부리가 필요했던 것이다. 머리 전체가 진흙으로 뒤범벅이 돼 불편할 것도 같지만 개리의 깃털에는 유분이 풍부해 물과 진흙이 달라붙지 않고 그대로 씻겨 내려간다. 어느 정도 배불리 먹었다 싶으면 따뜻한 양지에서 암컷들은 부리로 깃털을 가다듬으며 열심히 몸단장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ㅤ▲고향에서도 신음하는 개리 전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5만여 마리의 개리 가운데 80%가 몽골에서 서식하면서 번식한다. 특히 러시아, 중국과 접한 몽골 동부 다구르(Daguur) 아이막은 천혜의 개리 서식지로 손색이 없다. 동북부 지역의 호흐(Khukh) 호수와 부요르(Buir) 호수가 대표적인 데 모두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지역이다. 바가노르에 여장을 푼 뒤 곧바로 물새들의 번식지로 잘 알려진 아이크 호수와 궁갈루트 호수로 향했다. 취재진은 개리와 고니 등 겨울철새들을 여름에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득차 있었지만 우리를 안내한 반디(울란바타르 제39학교 생물 교사) 씨는 이 것 저 것 서식환경을 설명하면서도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지속적인 가뭄 탓에 올해는 어떻게 변했을 지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바가노르 시내에서 출발해 드넓은 초원을 40분 정도 달렸을 무렵 초원 위에 작은 호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크 호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반디 씨의 불길한 예감은 그대로 적중했다. 오랜 가뭄 탓에 호수의 크기가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휴양소까지 갖췄을 정도로 비교적 유명한 호수였는 데 올 봄에 호숫물이 모두 증발했다고 한다. ㅤ▲한국 월동지역 훼손도 마찬가지
금강 하구도 이들의 주요 월동지역 가운데 한 곳이다. 금강하구둑이 완공된 이후 상류로부터 밀려와 퇴적된 토사에 의해 새로운 모래섬이 웅포에서 하구둑까지 약 6개 정도 형성돼 있는 데 이 모래섬을 중심으로 개리가 채식과 휴식을 하고 있다. 이 모래섬은 유기물질이 함유된 부드러운 흙으로 구성돼 있어 갈대 등 수생식물이 잘 자라며 개리가 식물 뿌리를 파 먹기에 좋은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한강·임진강 하구가 이들의 중간 기착지라면 금강 하구나 낙동강 하구, 주남저수지 등은 개리들이 마음 내키면 찾는 휴식처인 셈이다. 해마다 이 곳에선 10여 마리 안팎의 개리가 관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 데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가 훨씬 더 많다. 그 만큼 보기 힘든 철새라는 얘기다. 주요 월동지인 한강·임진강 하구도 개리 입장에선 이제는 절대 안심할 수 있는 월동지가 아니다. 개발광풍에 서식환경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회색 빌딩 숲이 이들의 서식지를 조금씩 조금씩 옥 죄어 가고 있다. 이 곳 습지지역만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을 뿐 개리의 휴식처인 인근 농경지엔 벌써부터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 상태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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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8.20 '거위의 조상' 척박한 호수위 백조처럼 날다
- 2008.08.20 이종수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 2008.08.20 하늘을 지배하는 카리스마 … 칭기스칸도 반한 검독수리 1
- 2008.08.20 어미 독수리 날개짓 따라하며 창공을 향해 날개 펴다
- 2008.08.20 바위산 요새짓고 3000여마리 서식
"슬프기 한이 없습니다. 예술을 사랑했던 그 숭고한 뜻을 길이 이어갈 것입니다."
평생을 흙을 빚는 일에만 전념해온 한 예술가의 마지막 가는 길은 결코 외롭지 않았다.
지난 6일 지병인 폐암으로 타계한 고 이종수 도예가의 영결식이 9일 오전 10시 30분 대전시립미술관 강당에서 열렸다.
고 이종수 도예가 영결식이 9일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대전미술협회 미술인장으로 열린 가운데 관계자들이 고인을 넋을 기리는 진혼무를 선보이고 있다.전우용 기자 yongdsc@cctoday.co.kr |
대전시미술인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에는 고 이종수 도예가의 미망인 송경자 씨와 세 아들, 친지 그리고 지역 미술계 인사 등이 대거 참석했으며, 고인이 살아온 발자취를 돌아보며 명복을 기원했다.
정명희 한국화가는 조사를 통해 "누구나 흙에서 낳고 흙으로 돌아가는 세속적인 삶을 고인께서는 평생 흙 묻은 손을 씻을 새 없이 예업을 하면서 사셨다"며 "자신의 안위보다 예술을 더욱 사랑했던 그 뜻을 후배들이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희 한국화가의 조사와 박헌오 대전 동구 부구청장의 조시가 이어지는 동안 영결식장은 다시 울음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영결식 이후에는 대전시립무용단의 진혼무가 이어졌으며 고 이종수 도예가는 이날 오후 1시 경 충남 금산군 복수면 지량리 선영에 안장됐다.
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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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 몽골을 가다]④위풍당당한 자태…검독수리를 만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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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와 검독수리는 나란히 천연기념물 제243-1호와 제243-2호로 지정된 같은 수리과에 속해 있지만 행태는 전혀 다르다. 독수리는 소위 말해 '하늘의 제왕'으로 일컬어지지만 검독수리에 비하면 사실 독수리는 살아있는 작은 쥐 한 마리도 사냥하지 못하고 오로지 사체(死體)만 먹어 치우는 '자연의 청소부'에 불과하다. 반면 검독수리는 독수리보다 몸집은 작지만 생김새부터 일단 위압감을 준다. 범접하지 못할 카리스마가 넘친다. 갈고리처럼 야무지게 구부러진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은 여우 한 마리쯤 단숨에 숨통을 끊어 놓기에 충분하다. 다리를 내리고 발톱을 한껏 세운 채 V자 형태로 약간 날개를 들어 전속력으로 돌진, 순식간에 먹이를 낚아 챈다. 약육강식, 생태계의 엄정한 질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셈이다. 검독수리의 살아있는 야성 덕분에 몽골에선 검독수리 사냥 풍습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거대한 원(元)제국을 경영했던 칭기스칸이 가장 즐겼던 놀이가 바로 검독수리 사냥이었고 과거의 영화를 되새기는 몽골 나담축제의 백미 또한 이 검독수리 사냥이라고 한다. 몽골 주요 관광지나 초원 곳곳에서 눈을 가린 채 다리에 줄을 맨 검독수리를 팔에 앉힌 유목민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몽골에서 검독수리를 처음 만난 건 맹금류 번식지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에르덴산트가 아니라 바가노르 인근 지역에서 였다. 3일 간의 에르덴산트 바트한산 탐조에 앞서 본사 취재진은 물새 탐조를 위해 바가노르(울란바타르에서 동쪽으로 150㎞)를 찾았다.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후크노르라는 호수를 찾던 중 고산지대로 둘러싸인 한적한 곳에서 독수리와 검독수리, 까마귀 떼를 만날 수 있었다. 죽어 있는 소 한 마리를 놓고 먹이 쟁탈전이 벌어진 것이다. 사체의 상태로 봐서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다. 어떻게 알고 왔는지 먹잇감을 중심으로 하늘엔 독수리와 검독수리, 초원수리, 솔개, 말똥가리 등 수리과에 속한 포식자들이 모여들었고 까마귀 떼도 가세해 하늘은 순식간에 큰 싸움터로 변했다. 그 사이에서 운 좋게 검독수리 한 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검독수리의 출현으로 상황이 순식간에 종료되긴 했지만 검독수리는 먹이 주변에 취재진이 서성이는 게 못마땅했는지 이내 자리를 피했다. 에르덴산트 바트한산에서의 탐조기간 동안에도 취재진은 검독수리의 행태를 몇 차례 관찰할 수 있었다. 방목된 염소와 말 등이 바트한산을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운이 좋다면 검독수리의 사냥 실력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처음 만난 사이라 그런지 결국 히든카드까진 보여주질 않았다. 그러나 바위산 중턱 곳곳에 온갖 동물의 뼈가 널려 있는 것을 보면 야생의 삶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바트한산에서 발견한 20여 개의 둥지 가운데 서너 개가 검독수리의 둥지로 확인됐는 데 어린 놈은 발견하지 못했다. 낭떠러지 바위 틈에 둥지를 트는 습성 때문에 검독수리 둥지 자체를 발견하기도 어려웠고 운 좋게 둥지를 발견해도 근접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어 독수리 둥지 관찰과 같은 성과를 얻진 못했다. 드넓은 초원과 하늘을 경영하는 맹금류의 살아있는 전설, 검독수리의 자태를. ㅤ▲쉽게 볼 수 없게 된 텃새 … 검독수리
우리나라에서 검독수리를 발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것은 개체수가 얼마 되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사람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높은 산 낭떠러지 바위 틈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특히 검독수리는 독수리와 달리 2∼4개의 알을 낳는다. 식욕이 왕성한 이 새끼 검독수리들을 60여 일 동안 건강하게 키우려면 번식지 주변에 많은 동물이 살아야 하는데 '개발지상주의'의 틈 속에서 이미 검독수리의 많은 먹잇감이 사라져 버렸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검독수리가 우리나라에서 일종의 도박처럼 새끼 양육을 선택할리 만무하다. 겨울철 몽골과 러시아에서 번식한 어린 검독수리들이 우리나라를 찾지만 그 수도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철원에선 독수리 틈에 끼어 월동하는 어린 검독수리 몇 마리를 볼 수 있고 2003년에 이어 지난해 11월, 서산 천수만에서 한 마리의 검독수리가 발견돼 겨울철새 탐조가와 연구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지난 1월엔 금강 상류 미호천 합류지점인 금남대교 인근에서 검독수리가 처음으로 발견됐는 데 역시 단 한 마리였다. 검독수리가 이 땅에서 번식해 다시 한 번 텃새로서 살아갈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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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 몽골을 가다]③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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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남쪽 기류를 타고 틈틈이 쉬어 가며 때론 단숨에 내달려 온 독수리는 대부분 갓 태어난 어린새다.4월쯤 알에서 깨어난 새끼 독수리가 자라 경험있는 동료와 함께 오는 11월쯤 우리 나라에 모습을 드러낸다. 몽골 에르덴산트 독수리 왕국은 철저하게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 힘이 없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어린 독수리들은 본능으로 알고 있다. 먹이를 차지할 수 없는 어린 독수리들에게 '이동'은 곧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인 셈이다. 집단 속에서의 설움 외에도 어린 독수리들에겐 성가신 존재가 또 있다. 바로 까마귀다. 독수리는 육중한 체구와 접으면 망토를 연상케하는 근사한 날개 덕분에 '새들의 황제'라는 칭호를 얻고 있지만, 사냥을 못 하고 사체(死體)만 먹기 때문에 같은 습성을 가진 까마귀와 경쟁관계에 있을 수 밖에 없다. 몸 크기로 따져 10분의 1도 안 되는 까마귀가 상대도 안 될 것처럼 보이지만 되레 독수리가 쫓기기 일쑤다. 보기와 다르게 겁이 많은 독수리의 천성 탓이다.
먼 발치에서 망원경으로 거대한 절벽의 위용을 자랑하는 바트한산을 지켜봤다. 곳곳에서 독수리의 하얀색 분비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발견됐다. 바트한산 독수리 탐조 첫 날인 지난 6월 16일, 가파른 절벽에도 불구하고 일단 접근 가능한 둥지 한 곳을 관찰하기로 했다. 마침 다 큰 독수리 암·수 두 마리가 번갈아 둥지를 오가면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새끼가 있으리라는 확신이 섰다. 둥지를 응시하며 가파른 바위산을 오르기 시작하자 둥지를 지키고 있던 어미새가 이내 창공으로 떠올랐다. 침입을 감지한 것이다.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온지 2주 정도 됐을 때까진 침입자가 감지될 경우 어미 독수리는 창공으로 떠올라 침입자를 향해 새끼에게 줄 먹이를 토해내 침입자를 쫓는다고 한다. 기껏해야 이것이 어미 독수리가 새끼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 수단인 셈이다. 다시 20분쯤 올라 둥지보다 높은 곳에 어렵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가파른 절벽과 45도 각도로 바위틈새를 뚫고 자라난 자작나무에 의지해 튼튼하게 만들어진 폭 2m· 높이1m 정도의 대형 둥지였는 데 그 곳에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듯 큰 눈을 깜박이며 어린 독수리 한 마리가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탐조 둘째날 다시 가파른 바위산 꼭대기 능선을 타고 한 시간 남짓 둥지를 찾았다. 새끼 없는 빈 둥지만 발견하며 몇 차례 헛탕을 치고 나서야 또 다시 새끼 있는 둥지를 발견했다. 이번엔 어미와 새끼가 함께 있는 가슴벅찬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끝없이 펼쳐진 초원의 지평선을 바라보는 어린 독수리는 어미의 날개짓을 유심히 지켜보며 언젠가는 창공으로 힘차게 비상할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독수리는 번식기에 단 하나의 알을 낳는다. 일반적으로 평균 55일 알을 품고 부화한 새끼는 대략 100∼110일 동안 어미로부터 먹이를 공급받은 뒤 둥지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놈도 대략 서너 달 뒤면 스스로 날개짓을 배우고 기류에 육중한 몸을 맡기는 연습을 해야할 것이다.
국내 연구진에 따르면 에르덴산트는 몽골에서도 손꼽히는 천혜의 독수리 요람이다. 여전히 자연의 법칙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에르덴산트 바트한산을 탐조한 이틀 동안 20여 개의 독수리 둥지를 발견했고 이 가운데 6곳에서 새끼 독수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목민이 키우는 말과 양 등 가축이 풍부해 그 만큼 독수리의 먹이가 될 수 있는 가축의 사체도 많고 인근엔 우기에 호수도 형성돼 둥지를 짓기에 적합한 암벽이 많기 때문에 독수리에게 좋은 번식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무튼 봄철 차가운 바람과 거센 모래바람, 각종 침입자들의 위협을 견뎌낸 어린 독수리는 10월 에르덴산트에서 대규모로 한국으로 날아올 채비를 하면서 힘찬 비상(飛翔)을 예고했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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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철새의 서식지 몽골을 가다]② 독수리 왕국 천연 둥지의 신비-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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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가 부족하면 일부는 충청도를 거쳐 저 멀리 남해안(경남 고성)이나 제주도까지 남하하기도 한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에 남아있는 독수리는 대략 5000마리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국제보호조로서 멸종위기 적색목록(LedList)에 등재해 보호하고 있는 이유다. 이 가운데 3000여 마리가 몽골에서 서식·번식하며 이 중 1000여 마리가 겨울철 2000㎞ 정도를 비행해 한국으로 내려온다. 독수리의 번식률이 50%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몽골에서 번식한 독수리의 대부분이 한국을 찾는 셈이다. 월동을 위해 남하하는 독수리는 대부분 먹이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유조(어린새)들이다. 천연기념물 보호차원에서 인위적으로 먹이를 주기 때문에 2000년 이후 갑작스럽게 월동하는 독수리의 개체수가 급증하고 있다. 몽골이 독수리의 최대 서식·번식지로써 중요한 지역임에는 틀림없다. 오래 전부터 독수리는 몽골 유목민과 함께 드넓은 초지를 경영했고 이들의 생활문화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다. 몽골 나담축제에서 볼 수 있는 몽골 씨름(부흐) 경기에서 시합 전 선수들이 추는 몽골 전통춤도 바로 독수리의 힘찬 날갯짓을 흉내낸 것이다. 우리나라의 매사냥과 같이 몽골에선 (검)독수리를 이용해 사냥을 하는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러나 몽골 또한 도시화·산업화의 급류에 휩쓸리면서 독수리의 서식환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청소하는 행태가 일반화돼 독수리의 먹잇감이 줄어들고 있다. 세계적인 이상기후도 몽골의 독수리를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올해 초만해도 이상한파와 모래폭풍이 몰아닥쳐 독수리들이 번식을 포기하거나 번식지를 조성하는 데 무척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여전히 몽골엔 수백 마리의 가축을 몰고다니는 유목민이 있고 자연 도태되는 가축들도 많아 이것을 먹이로 삼는 독수리에겐 쉽게 몽골을 떠날 수 없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몽골의 유명한 독수리 번식지 가운데 한 곳인 에르덴산트로 가는 길목에서 취재진은 가축 부산물이 버려진 쓰레기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단 1초도 숨쉴 수 없는 악취가 풍겼지만 독수리들에겐 놓칠 수 없는 먹이터나 다름 없었다. '대자연의 청소부'라는 별칭에 걸맞게 20여 마리의 독수리가 창공을 선회하며 청소할 대상을 포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모두 독수리의 몫만은 아니다. 냄새를 맡고 쫓아와 겁없이 대드는(?) 까마귀떼와 사투를 벌여야 조금 더 먹이를 차지할 수 있다. 이곳에 날아온 독수리 대부분이 생존경쟁을 벌이느라 깃털을 포함해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서남쪽으로 210㎞ 정도 가면 토브 아이막(우리나라의 도(道) 단위)의 에르덴산트 솜(우리 나라의 시·군 단위)이 나온다. 군데군데 잘 포장된 길이 없어 대략 방향만 파악해 드넓은 초지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5시간가량 소요된다. 이 에르덴산트 마을에서 10∼20㎞ 떨어진 곳에 산트산과 바트한산이 있는 데 이곳이 바로 몽골에서 독수리 번식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초지에 우뚝선 바위산 그 자체다. 취재진이 에르덴산트에 도착한 건 6월 중순, 평균 번식기간을 따지면 독수리가 알에서 깨어나 60일 정도 지난 상황이다. 에르덴산트 일정 두 번째 날, 첫 탐조에서 취재진은 바트한산 암벽 곳곳에서 독수리 등 맹금류의 둥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다. 암벽에 하얀색 분비물이 선명하게 흘러내린 자국이 있으면 영락없이 그곳엔 둥지가 있다. 새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처음 둥지 두 곳에선 새끼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시 30분 정도 암벽을 타고 올라간 세 번째 시도에서 드디어 첫 성과를 볼 수 있었다. 그 곳에 5∼6개월 뒤면 한국을 찾을 어린 독수리 한 마리가 몸을 웅크린 채 겁먹은 눈빛으로 아비·어미를 기다리고 있었다.
몽골=이기준 기자 poison93@cctoday.co.kr 사진=우희철 기자 photo29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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