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평 갈마지구 4년 갈등끝 '부결'
미숙한 공론화 절차 지적 여론
의견조율 실패…오히려 논란 증폭
다른 공론화 사업들도 결과 부실
[충청투데이 나운규 기자] 민선 7기 대전시의 첫 공론화 사업 대상인 월평공원 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이 4년 가까운 갈등 끝에 ‘부결’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공원부지 매입에 따른 재정 부담과 사업자의 행정소송 등 표면적인 문제 외에도 미숙한 공론화 절차에 따른 후유증이 여전히 남겨져 있다.
공론화는 대전의 주요 사안에 대해 찬·반 시민이 모여 숙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양 측의 간극을 줄여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핵심이었다. 또 대전시는 공론화를 통해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시정에 반영하는 것이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하지만 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 공론화의 경우 공론화 과정에서부터 찬·반 양 측의 의견조율에 실패한데 다, 부실한 운영으로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공론화’라는 이름에 묻혀 시는 행정적 절차나 전문가적 판단조차 제대로 피력하지 못하는 등 ‘책임행정’을 회피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대전 민간특례사업의 핵심인 월평공원 갈마지구 사업은 사업 추진이 결정된 2015년 10월부터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시작됐다.
대전시는 민선 7기 출범 직후 시민 여론수렴을 통해 이같은 갈등을 해결하겠다며 월평공원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시민 여론수렴에 나섰다.
이를 통해 공론화위원회의 권고안까지 도출했지만, 갈등과 논란은 여전했다.
결국 월평공원 갈마지구 사업은 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됐다.
공론화 과정의 미숙한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도계위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될 문제를 두고 공론화까지 거치면서 시민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시는 이 과정을 거치는 1년여 동안 사업 추진에 따른 파급효과나 재정 문제 등을 다루는 ‘종합행정기관’으로서 역할을 못한 채 도계위의 처분이 나오길 지켜보기만 했다.
민선 7기 대전시가 그동안 공론화를 결정한 다른 사업들 역시 합당한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지역 자치구간 경쟁으로 치닫은 ‘베이스볼 드림파크’(대전 새야구장) 부지 선정 역시 시민 여론수렴과 경제성 분석을 위한 조사용역이 추진됐지만, 조사 결과조차 공개하지 못한 채 시민 갈등만 키웠다는 오명을 썼다.
또 이제 막 공론화 절차가 시작된 평촌산단 LNG발전소 유치 논란 역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부로 추진경과 설명회조차 열리지 못했다.
시는 지난 10일 사업 대상지인 기성동 주민들을 대상으로 추진경과를 설명하고 의견을 수렴키 위한 주민간담회를 계획했지만, 주민들이 간담회 참석을 거부하면서 대화 자체가 무산됐다.
대전시민 정모(51) 씨는 “허태정 시장은 취임 직후 숙의 민주주의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지역 현안 결정에 시민 여론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뜻으로, 취지 자체는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시민 여론수렴 절차상 미숙함 등은 논란을 야기한다. 더욱이 찬반이 대립하는 경우에는 갈등만 키울 수 있다”면서 “때로는 수장으로서의 결단력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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