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④ 희귀암 앓는 사랑 양
▲ 소아 뇌종양을 앓고 있는 사랑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정재훈 기자 |
이날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 삼 남매 모두 동구 용전동의 한 대형마트 내 식당에 모여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이날 할아버지는 아이들에게 가방과 신발을 사주며 졸업과 입학을 축하했고, 믿음, 소망, 사랑 삼 남매는 선물을 한 아름 안고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 아버지는 이날을 다시 찾고 싶다. 악성 소아 뇌종양인 ‘비정형 유기형·간상 종양(ATRT)’을 앓고 있는 막내 사랑이의 병간호에 가사, 장애 등급 신청, 보험급여 처리 등 아버지는 삼 남매를 돌보기가 벅차다.
어머니가 아이들을 포기하는 바람에 가정은 해체됐고, 아이들의 웃음기는 사라졌다. 막대한 치료비를 내기 위해 진 빚 때문에 일산의 아파트를 팔고 대전으로 내려온 탓에 집안은 집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가정이 화목했을 당시 집안에서 맑은 음색을 뽐내던 피아노는 이제 이가 빠지고 부서진 채 집안 한구석에 먼지가 쌓인 고철이 됐다. 병마는 아이들의 건강만 빼앗은 것으로 모자라 가족의 행복마저 송두리째 앗아갔다.
지역사회는 사랑이 가족이 더 이상 수렁으로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구청에서 지난 1월부터 긴급지원을 하고 있지만 단기지원에 불과해 지난달부터 지원이 끊겼고, 2월에 신청한 장애등급 심사는 아직도 깜깜무소식인 상태다.
삼 남매에게 가방과 신발을 사주고 살 거처를 마련해준 할아버지마저 위암 말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아 가족은 풍랑을 맞은 배처럼 흔들리고 있다.
미술에 소질이 있어 화가가 되고 싶은 첫째 믿음. 무엇이든 만들기를 잘해 조형사가 꿈인 둘째 소망. 큰 병도 꿋꿋하게 버티며 힘차게 사는 셋째 사랑.
아버지는 삼 남매가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것이 없다. 삼 남매의 아버지는 “첫째 믿음이의 졸업식 날 처음으로 마트에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골라 먹어도 된다고 설명하니 환하게 기뻐하며 음식을 고르던 때가 생각난다”며 “아이들에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언젠가 꼭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해 힘들어도 힘을 내려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말했다. <끝>
정재훈 기자 jjh11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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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사연은 내달 12일자 1면에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