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대층 200여명 운집…방역 대응 무색 광란의 밤
취식금지 미준수… 음주·헌팅, 마스크 없이 여럿이 춤추기도
QR코드 인증 없는 클럽 이용
▲ 5일 오전 3시경 대천해수욕장 해변에 인파가 집중된 모습. 사진=조선교 기자
5일 오전 3시경 대천해수욕장 해변에 집중된 모습. 조선교 기자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서해안권 최대 규모의 보령 대천해수욕장 개장 첫 날. 방역 당국이 개장에 대비해 각종 대응책을 내놨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백사장에선 ‘광란의 밤’이 펼쳐졌다.
일면식이 없는 젊은 남녀가 만남을 갖는 ‘헌팅’의 경우 확진자 발생 시 접촉자와 감염원 등 추적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어 백사장에 대한 야간 집합제한 조치까지 시행됐지만 피서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5일 오전 3시경 찾은 대천해수욕장 백사장에선 주로 10~20대층으로 보이는 피서객 2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술을 마시거나 함께 어울릴 짝을 찾아다니는 모습들이 연출됐다. 집합제한 명령으로 술 등 취식이 불가능하고 산책 정도의 활동만이 가능하지만 이를 준수하는 피서객은 없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부터 마스크 착용 등 지침 역시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고 전국 최초로 충남 해수욕장에서 시행된 ‘안심팔찌’도 심야에 이르자 착용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친구와 돗자리를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던 20대 여성 A 씨는 집합제한 명령에 대한 질문에 “그게 뭐냐”라며 “상관 없다”고 쏘아붙였다. 인근에선 외국인 방문객과 피서객들이 한데 뒤엉켜 춤을 추기도 했고 버스킹 공연을 보면서 흡연과 함께 침을 뱉는 무리도 숱하게 포착됐다.
이보다 앞서 오전 1시경 인근 소규모 지하 클럽에선 좁은 공간 안에 20대로 보이는 40여명이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춤을 추고 있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 클럽은 이달 1일부터 의무화된 QR코드 인증 제도를 시행하지 않았고 수기 대장을 거짓으로 작성했음에도 손쉽게 출입할 수 있었다.
클럽 입구에서 만난 20대 B 씨는 기자의 질문에 “오늘 물이 좋다”고 답했고 이용객 대부분이 코로나19 감염 등에 대해선 전혀 걱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피서객들의 무분별한 행동에는 확진자 발생 시 대규모 집단감염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특히 충청권에서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가 해수욕장 방역에만 보령 거주 대학생 등 400여명(일자리사업)과 매주 소독을 진행하는 자율방재단 500여명 등 막대한 인력이 투입되고 있어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첫 개장 이후 이달 중순 성수기를 앞둔 해수욕장은 집단감염 발생 시 사실상 한철 장사를 접어야 한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인 보령시 측은 피서객들의 행태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모습이다.
시 관계자는 “1주일간 계도기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무작정 벌금이나 과태료, 계도가 답은 아니다.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며 “경찰 측에서 단속을 하는 쪽으로 논의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침이 확실히 돼야 하고 확정은 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