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숨은 영웅
'확진자' 동선 찾아 감염원 차단…신혼여행 돌아오자마자 복귀해
아내도 대구병원 인턴으로 사투, "헌신해도 욕설 들어…씁쓸해"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코로나 19(이하 코로나) 환자의 동선을 찾고 접촉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24시간 내내 긴장해야 합니다.” 소방관이 불구덩이에 뛰어들어 생명을 구하는 것처럼 모두가 꺼리는 코로나 발생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이가 있다.
곽명신(31·사진) 대전시 역학조사관은 코로나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전후관계를 확인하고 신속하게 판단을 내리는 일이 곽 조사관의 임무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 발생 감시와 초기 신속한 역학조사를 통해 확진자 이동경로를 파악한다. 이후 감염병 발생 원인과 특성을 파악해 전염병 확산을 막고 방역 대책을 세운다.
실제 곽 조사관의 하루는 정신없이 지나간다. 경찰 기동대나 군의 5분 대기조와 다를 바 없다. 식사를 거르는 것은 기본이며 하루 종일 방호복을 입고 이곳 저곳을 누벼 몸은 녹초가 된다. 눈코 뜰 새 없이 근무를 하다가 확진자가 나면 지친 몸상태에서 일사불란하게 또 움직인다. 출동 연락을 받은 뒤 확진자와 유선연락, 카드 사용내역, 휴대전화 사용내역 등을 조사해가면서 이동 동선을 짚는다.
이후 확진자가 다녀간 현장에 달려가 CCTV를 살피고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환자를 분류한다. 그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현장 상황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쉴 새 없이 움직인다”고 말했다.
곽 조사관에는 하루 24시간도 모자란다. 하루 평균 150통에 달하는 전화 문의 탓에 쪽잠에 들었다 깨기 일쑤다. 그는 대전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한 이후부터는 집을 가지 않고 시청 사무실 한편에 침대까지 마련해 숙박(?)까지 하고 있다. 집에 간다고 해도 방에 들어가 2~3시간 눈만 붙이고 나온다. 특히 곽 조사관은 신혼의 단꿈도 포기했다.
신혼여행에서 돌아 오자마자 그는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이후 한 달가량 아내와 생이별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곽 조사관의 아내도 코로나 최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그의 아내는 대구 한 종합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코로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역학조사관의 애환도 있다.
코로나 지역사회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헌신을 해도 원망을 듣거나 심지어 욕설을 듣는 건 예사다. 곽 조사관은 “‘내가 왜 격리를 당해야 하느냐’, ‘우리 가게는 공개되면 안 된다’ 등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조사관으로서 자부심은 있지만 이런 항의나 욕설을 들을때면 씁쓸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곽 조사관은 정부의 감염병 대책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으면 역학조사관은 노는 인력으로 생각하는 등 잉여인력으로 판단했다"면서 "이런 사태가 터지기 전부터 조사관을 충분히 채용해 대비했어야 했지만 준비가 안돼 있었다. 이제라도 광역시 급에서는 최소 3명 이상의 역학조사관이 배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