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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3 고즈넉한 시골마을 … 삶의 여유를 찾다

금수강산! 우리나라를 일컫는 말이다. 마치 비단으로 수놓은 것처럼 산천이 아름답다는 데서 비롯됐다. 해외여행 붐이 오랜기간 지속되면서, 국내여행에 대한 관심은 다소 주춤해졌지만 우리나라 구석구석 살펴보면 아름다운 곳이 정말 많다. 충북 청원군에 위치한 벌랏한지마을과 말미장터마을 역시 그런 곳 중 하나이다. 고향마을의 멋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두 곳은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농촌마을이었지만 농촌체험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기 있는 체험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연 어떤 매력이 찾아가기 힘든 이곳까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걸까. 이 가을, 아주 특별한 체험의 기쁨을 선물할 두 마을에 다녀왔다.

   
◆벌랏한지마을


대청호의 수려한 비경에 취해 도착한 산골마을은 청원군 문의면 소전 1리에 위치한 벌랏한지마을.

샘봉산에서 내려다보이는 고즈넉한 비탈에 3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산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오지마을이다.

높은 건물 하나 없는 이곳은 '고향마을의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낮은 가옥들과 마을 공동우물,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것 같은 좁은 도로, 처마에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곶감….

널찍한 앞마당에선 갓 수확한 가을 콩 타작이 한창이고, 식사 때가 되면 마을 여기저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타지로 떠난 오누이를 기다리는 누렁소도 친근하다.

이 마을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한지를 다시 생산하면서부터다.

한 때 한지 생산으로 큰 소득을 올리며, 주변마을 처녀들이 시집오고 싶어 하는 선망의 마을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종이가 대량 생산되면서부터 쇠퇴의 길에 접어들고 만다.

한지를 만드는 마을 기술자들이 하나 둘 떠나고 대가 끊길 것을 우려한 마을사람들은 오랜 노력 끝에 지난 1996년 한지복원에 성공한다.

그리고 한지를 만드는 전통방식을 테마로 체험마을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기를 몇 해 '재미있다'는 입소문을 퍼지며, 전국에서 마을을 찾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기한 한지체험

사람들이 한지에 끌리는 이유는 전통 미(美)가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유의 따뜻한 빛깔은 눈을 즐겁게 하고 등으로 만들면 여간 운치가 있다.

벌랏한지마을에서는 한지가 생산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하는 것은 물론 한지를 이용한 다양한 공예체험도 가능하다.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 껍질이 삶고, 말리고, 거르는 등의 과정을 통해 한지로 완성되는 모습을 대하면 여간 신기한게 아니다. 그렇게 직접 만든 한지 위에 색을 입히고, 문양을 넣다보면 오전 하루가 금방 간다.

이 마을의 자랑은 한지만이 아니다.

한지체험 외에도 즐거운 생태체험이 체험객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별로도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는데 가을에는 나무열매 줍기, 떡메치기, 단풍놀이, 송이버섯채취 체험이 인기다.

또 청정생태체험과 산골음식체험, 목공예체험, 산야초 차 만들기 체험 등은 계절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말미장터마을

"말미장터 가려고 하는데요…."

마을 어귀 정자나무에서 한 가족이 동네사람들에게 길을 묻는다.

"여기가 말미장터야."

충북 청원군 계산 1리 말미장터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프닝이다. 장터라는 마을 이름 때문에 장이 서는 곳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장이 서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끝산 말미에 있는 장이 서는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장터의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다.

그 대신 배즙 만들기, 가재잡기, 고구마 체험 등 싱싱한 체험거리들이 이 마을의 자랑이 되고 있다.

신나는 체험거리가 마을 곳곳에 즐비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저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뿐'이라며 겸연쩍어 한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행여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시골의 정서가 가득 담긴 체험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마을을 찾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자 말미장터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펜션 두 동을 최근 건립했다.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는데다 펜션 바로 앞에는 맑고 아담한 계곡이 흐르고 있어 운치가 있다.

저녁에는 바비큐 파티가 열리고, 낮에는 마을 뒷산 등산 및 청정계곡 체험을 한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편안해서 좋은 곳이다.

이들 마을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우리가 자랑해야 할 관광자원이 정말 무수히 많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좁은 땅이라고들 하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가볼 만한 곳이 정말 많다.

글=김항룡 기자 prime@cctoday.co.kr
사진=신현종 기자 shj0000@cctoday.co.kr

■찾아가는 길
(벌랏한지마을)
△자가용=대전→17번 국도→척산삼거리서 우회전→화상삼거리서 우회전→32번 지방도 청남대 방향→문덕리마을 지나 우회전→소전리 마을→벌랏한지마을. 문의 010-3643-2460 |

(말미장터마을)
△자가용=대전→대청호지나 문의방향→고은삼거리서 보은 속리산 방향ㅍ가덕면사무소서 1㎞ 직진후 좌회전→말미장터마을. 문의 043-298-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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