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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1.16 공치는 날 수두룩 하루세끼도 빠듯
대전시 동구 대동오거리 새벽 인력시장에서 만난 이동익(49·가명) 씨는 "요즘 하루하루 버티는 것조차 힘들다"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7년 전부터 공사판에서 일감을 얻어 생활하고 있는 이 씨에게 최근의 건설경기 침체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일당 7만 원을 받아 네 식구를 먹어 살려야 하는 이 씨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인력시장에 매일 나오고 있지만 한 달에 평균 20일 정도 밖에 일감이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족들 건사조차 힘든 상황이 계속되다 보니 삶 자체에 회의가 든다"며 연신 담배를 피웠다.

대전·충청권 건설업체들의 부도 도미노와 불황의 늪은 서민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오고 있었다.

본보 취재팀이 지난 14일 지역 내 인력시장과 무료 급식소, 쪽방촌 등을 직접 방문, 취재한 결과 흔들리는 경제위기 속에 복지와 사회안전망, 일자리 문제는 지역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음료수 대리점을 운영하다 부도를 맞고 현재 건설현장에서 인부로 일하는 양병환(38·가명) 씨는 며칠 전 사고로 다리를 다쳤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날도 어김없이 인력시장으로 출근했다.

식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양 씨는 "새벽 4시에 나오는 데 밥그릇 소리가 나면 식구들이 깰까봐 아침밥은 포기했다. 힘들어도 매일같이 일감만 있어도 행복하겠다"며 씁쓸한 웃음만 지어 보였다. 일자리는 없고 이들처럼 사업실패 및 구조조정 여파로 거리로 나온 서민들이 늘면서 새벽 인력시장은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고명부(65·가명) 씨의 경우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모색했지만 얼마 안가 친한 친구로부터 사기를 당하면서 장밋빛 꿈은 사라졌다.

고 씨는 "최근 건설경기가 급랭하면서 일감도 없고, 나이도 많아 젊은이들한테 매번 밀린다"며 말끝을 흐렸다.

경기침체의 여파는 저소득층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아들이 사망한 후 이어진 며느리의 가출로 손녀 둘을 책임져야 하는 임정수(70·가명) 씨는 당장 난방비 걱정이 앞선다.

임 씨는 매달 37만 원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으로 생활하고 있는 있지만 관리비 15만 원에 전기·전화요금 등을 제하면 한 달 생활비는 고작 17만 원.

손녀들을 학교에 보내면서도 옷은커녕 준비물 살 돈조차 줄 수 없는 형편에 임 씨는 올 겨울이 막막하기만 하다.

박진환·천수봉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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