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6·13 지방선거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일단락되면서 야권발 정계 개편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보수 야당 대표들의 사퇴가 줄을 잇고 있는 데다 국회에 이어 지방정권까지 장악한 여당에 대한 견제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충청권 유권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4곳 광역단체장을 휩쓴 데 이어 총 31곳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24곳을 차지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는 정당지지율의 힘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민주당은 대전 5곳의 구청장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데 이어 충북 시장·군수 11석 중 7곳도 차지했고, 4년 전 지방선거에서 5곳에 불과했던 충남 시장·군수 선거(전체 15곳)에선 11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방의회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민주당은 충청권 광역의원 전체 114석 중 87%인 99석을 차지했다. 대전시의회에선 지역구 19곳을 모두 가져가면서 전체 22석 중 21석을 차지했고, 세종에서도 지역구 16석을 차지해 전체 18석 중 17곳을 민주당이 가져왔다. 충북에서도 전체 32석 중 28석을, 충남에선 42석 중 33석을 민주당 후보들이 차지했다.
반면 야당들은 전례 없는 완패로 궁지에 몰렸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충청권에서 광역단체장 없이 기초단체장 8곳을 차지하는 데 그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바른미래당은 충청권에서 기초의원 한 석을 차지하는데 그쳤고, 정의당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비례대표 각 1명 씩을 배출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완패한 야당에선 선거가 끝난 직후 지도부의 줄사퇴가 이어졌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14일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모두가 제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면서 “부디 한마음으로 단합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보수정당으로 거듭나길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정계 은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도 이날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유 공동대표는 “대표직을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겠다”라며 “처절하게 무너진 보수 정치를 어떻게 살려낼지, 보수의 가치와 보수정치 혁신의 길을 찾겠다”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박주선 공동대표 역시 조만간 거취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정계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야권 정계 개편으로 쏠리고 있다. 당 대표의 사퇴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비대위 체제로 전환이 예상되는 데다 여당 견제를 위해 힘을 합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충남 천안갑과 천안병, 충북 제천·단양을 포함해 11석을 차지하면서 130석을 확보했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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