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지역 내 총체적인 하수처리체계 재정립을 위해 수억 원의 예산을 투입, 연구용역을 발주해놓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민간투자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키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시는 이 과정에서 법적 하자는 없지만 해당 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동의절차없이 사업 계획 및 비용 등 주요 사항들을 ‘사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대부분 비공개로 처리하고 있어 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27일 대전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원촌동 하수종말처리장 내 하수슬러지 시설 설치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극심한 반발이 이어지자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하고, 3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 지난 2월 대전발전연구원에 '효율적인 하수처리체계 재정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시는 이 용역을 통해 하수처리장 이전에 대한 타당성은 물론 하수슬러지 시설 설치 등 하수처리체계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연구·검토해 향후 정책에 반영키로 했다.

실제 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해 8월 기자회견을 갖고, 하수슬러지 처리시설 설치와 관련 "주민들과 합의 없이는 절대 설치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10개월 만인 지난달 시는 돌연 한 민간사업자가 하수슬러지 설치사업을 BTO(Build-Transfer-Operation: 민간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사업을 제안해 채택되면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 공사를 한 후 일정기간 동안 사용료, 수수료 등을 징수해 그 비용과 이익을 회수한 후 국가·지자체에 그 시설을 귀속하는 사회간접자본투자방식) 방식으로 추진하고 싶다는 사업계획서를 제출받았고, 이를 기획재정부 산하 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에 적격성 여부를 위한 심사를 의뢰했다.

시는 4만 3535㎡ 규모의 금고동 위생매립시설 부지에 '환경에너지종합타운'을 조성키로 하고, A컨소시엄의 사업제안서를 지난 24일 PIMAC에 보냈다고 밝혔다.

환경에너지종합타운은 연면적 3만 788.32㎡ 규모에 폐기물연료화 시설(400ton/일) 및 부속시설(200ton/일) 등과 함께 일 평균 300ton을 처리할 수 있는 하수슬러지연료화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총사업비는 1500여억 원 이상으로 오는 2012년 1월 착공될 경우 2014년 6월 완공,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며, A사의 기술과 자본을 통해 15년간 민간이 운영한 뒤 이 시설은 다시 시에 귀속된다.

이 사업은 이에 따라 PIMAC에서 투자내용의 적격성과 경제성 분석을 마친 후 "사업을 추진해도 좋다"는 통보가 오면 다시 시 내부 및 시의회 심의·심사와 함께 제3자 공모절차를 거쳐 최종사업자를 선정, 진행하게 된다.

이에 대해 지역 내 환경관련 한 전문가는 "관련 용역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수천억 원대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특히 지난해 시민들과 큰 마찰을 겪었던 하수슬러지 설치사업을 또 다시 해당 주민들의 의사수렴 절차도 없이 진행하려는 부분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시 관계자는 "당장 내년부터 하수슬러지의 해양 배출이 전면 금지된다. 이 시설의 설치사업이 시급한 과제지만 그동안 대안없이 유보되면서 문제를 겪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의 사업제안이 들어온 만큼 검토한 후 PIMAC에 사업 추진의 적격성 여부 심사를 의뢰했을 뿐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진환 기자 pow1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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