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와 과일값이 최근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고점에 머물고 있다.

22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최근 과일과 채소값이 급등하면서 4인 가족의 저녁 밥상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5년 전에 비해 40% 이상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밥상에 오른 메뉴는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윤지현 교수가 제시한 4인 가족의 저녁 표준식단인 잡곡밥과 시금치 된장국, 제육볶음, 야채, 오이 생채, 후식으로 참외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같은 식단을 차리는 데 드는 비용은 2005년 1만 7021원에서 2008년 2만 113원으로 처음으로 2만 원 선을 넘어섰고 금년에는 냉해와 폭설 등으로 채소와 과일 값이 급등하면서 2만 4063원으로 껑충 뛰었다.

메뉴 중 상추(400g)와 깻잎(200g) 등 야채는 2005년 3000원에서 5년 만에 5400원으로 80% 비싸졌고 시금치(400g) 가격도 1134원에서 1764원으로 55.6% 오르는 등 전체적으로 채소 가격이 밥상 물가에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참외(400g)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이맘때 1000원 후반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3000원대로 뛰어올라 요즘에는 3400원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겨울에 폭설과 한파가 겹친 이상저온 현상으로 전국적인 냉해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1~5월 이상기온의 여파로 인한 채소·과일값 강세

지난 봄철,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온으로 농어업 생산량이 줄고 작물재배지역이 변화하는 등 농어업 피해가 증가했다.

지난 겨울 한파를 몰고 왔던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잦은 강수와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비닐하우스 및 시설재배 작물들에 저온장해, 생장저해, 화분매개곤충의 활동력 저하, 병충해 등이 발생, 착과불량·미성숙·기형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충남도 일조량 부족으로 5720농가의 4522㏊의 농지에서 각종 봄철 농작물이 치명적인 피해를 봤는데 토마토와 수박을 주로 재배하는 부여군은 2490㏊에서 손실이 발생해 충남에서 피해면적이 가장 넓었고 딸기가 많이 생산되는 논산 역시 1450㏊ 면적에서 과실재배 피해가 나타났다.

이러한 농가의 피해는 소비자들에게도 이어졌다.

22일 통계청 물가동향에 따르면 이상 기온 여파 등으로 지난 5월에 채소물가가 10% 이상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5월, 신선채소 중에서도 파가 전년 동월 대비 78.2%, 무가 55.1%, 토마토가 29.2%나 올랐다. 신선 과실도 전년 동월 대비 7.0% 상승했는데 참외의 경우 42.7%나 올랐다.

◆5~6월 기온급등으로 과채값 안정세

지난 5월 과일값은 4월보다 최대 50% 하락했다.

저온현상으로 인해 주요 농산물의 가격 강세가 지속되어 온 가운데 기온이 상승하면서 최근 큰 폭의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기온상승으로 재배주기가 짧은 오이, 호박, 고추 등 과채류의 가격하락세가 두드러졌다.

과일류의 경우 제철과일인 참외, 수박 등은 최근 물량증가로 하락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으며 사과, 배 등과 같은 국내산 저장과일은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예년 수준의 가격대를 형성 중이다.

하지만 월드컵의 영향으로 수박과 참외 등 제철과일의 시세 하락에 제동이 걸렸다.

가족 단위 또는 단체로 월드컵을 시청하면서 기름진 음식뿐만 아니라 과일의 소비량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6~7월 과일값은 강세 예상

올 여름 과일값은 작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7월 농업관측에 따르면 여름에 출하되는 포도와 복숭아의 경우 올봄 잦은 강수와 저온현상으로 착과상태가 좋지 않고 품질 면에서도 작년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조사됐다.

7월에 출하될 시설포도 출하량은 작년과 비슷하나 품질이 회복되고 있어 가격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다소 높을 전망이다. 복숭아는 착과상태가 불량해 품질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상이 좋아지면 품질이 예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전민희 기자 manaju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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